죽음은 최소한으로 생각하라 - 삶과 죽음에 대한 스피노자의 지혜
스티븐 내들러 지음,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는 곧 의지의 자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간이 애쓰거나 욕망하거나 선택하는 것이 정신의 자유 의지적 행위라는 관념, 즉 신념, 감정과 같은 다른 정신적 요소나 신체 상태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으나 그런 것들에 의해 절대적으로 결정되는 일은 결코 없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 P13

스피노자 철학에서 그의 모든 형이상학적, 경험적, 정치적, 신학적, 종교적 이론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바로 진정한 행복, 즉 안정되고 완전하며 변덕스러운 운에 휘둘리지 않는 행복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누가봐도 안정적인 가업과 공동체에서의 안락한 지위를 포기하고 그가 철학에 매진하게 된 질문은 바로 철학의 아주 오랜 주제, 곧 무엇이 좋은 삶인가였다.
스피노자가 찾은 것, 그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는 것은 인간 본성의 완성이라 부를 수 있는 삶의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 방법은 인간의 진정한 성장을 구성하는 조건이며, 심지어 인간을 신 또는 자연처럼 만들어 주기도 한다. - P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투게더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의례는 풍부한 표현을 담아내는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의례는 종교에서, 작업장에서, 정치에서, 공동체 생활에서 표현력 풍부한 협력을 가능하게한다. 저녁 내내 슈베르트 팔중주의 신비를 탐구하는 데 시간을 바치는 생활 방식이 요즘 유행하는 ‘주류 활동‘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런 방식은 구식이다. 내가 예를 든 연주자들의 리허설이 그 사촌이자 역시 고도로 전문화된 협력 형태인 직업적 운동선수들의 훈련 과정과는 다를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젊은 직업인으로서 겪었던 경험은 기본적으로 인간적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 이런 경험은 애매모호한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소통, 반복 과정에서 구조화되고 집중되는 훈련, 차이에 대한 대화, 성찰적 자기비판을 위한 연습을 통해 초기 유년 시절의 경험과 만난다. 리허설을 하는 음악가들은 어른이 된 에릭슨주의자 Eriksonian들이다. 그들은 상호작용을 해야 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교환해야 한다. 예술을 하려면 협력해야 하는 것이다. - P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영혼과 육체의 대립 속에서 간과되어온 그림자의 문제, 다시말해 ‘사람‘의 문제를 다룬다. 우리는 어떻게 이 세상에 들어오고, 사람이 되는가?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다시 말해서 ‘사람‘이라는 것은 지위인가 아니면 조건인가? ‘자격‘이라는 단어는 지위를 가리키기도 하고 조건을 가리키기도 한다.) 조건부의 환대 역시 환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환대가 언제라도 철회될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확대되지 않은 게 아닐까? 이것이 이 책이 제기하는 질문들이다.
이 책의 키워드는 사람, 장소, 그리고 환대이다. 이 세 개념은 맞물려서 서로를 지탱한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1~3장). 사람과 장소를 근원적으로 연관된 개념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은 아렌트와 유사하다. 인권의 종말에 대해 논의하면서 아렌트는 장소의 박탈과 법적 인격의 박탈(그리고 그에 따른 일체의 법적 권리의 상실)을 연결시킨다. 하지만 아렌트의 관심이 주로 정치적, 법적 문제에 맞추어져 있다면, 이 책은 공동체와 주체를 구성하는 상징적이고 의례적인 층위로 시야를 확장한다. 사람은 법적 주체일 뿐 아니라, 일상의 의례를 통해 재생산되는 성스러운 대상이기도 하다.
상호작용 질서에 대한 고프먼의 연구는 이러한 확장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4~5장은 상호작용 질서 대 사회구조라는 고프먼의 이분법을 따르면서, 상호작용 질서에서의 형식적 평등과 구조 안에서의 실질적 불평등이 어떻게 현대 사회 특유의 긴장을 가져오는지 설명한다. 현대 사회는 우리가 잘살건 못살건 배웠건 못 배웠건 모두 사람으로서 평등하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
사람행세를 하고 사람대접을 받는 데 물질적인 조건들은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책은 또한 환대의 개념이 내포하는 어떤 역설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칸트에게 있어서 환대의 권리는 우리가 (특정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갖는 권리이다. 하지만 우리가 환대를 통해 비로소 사람이 된다면, 우리를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환대를 요구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6~7장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나는 여기서 일종의 귀류법을 사용하여 ㅡ 즉 절대적 환대 없이는 사회사 생겨날 수 없음을 보임으로써 절대적 환대의 필요성을 증명하려 하였다. - P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의 진보 - 카렌 암스트롱 자서전
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신을 찾고 싶었다. 수녀원에 들어가던 날 나는 더없이 가슴이 설레었고 의욕에 넘쳤다. 나는 영혼을 탐구하는 모험에 나선 서사시의 주인공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춘기의 혼란에서 벗어나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더없는 만족감을 주는 무한한 신비의 품에 안기리라고 믿었다. 내 나이 겨우 열일곱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런 날이 아주 빨리 올 거라고 생각했다. 정념(情念)에서 벗어나 금세 지혜롭고 똑똑한 여자가 되리라고 믿었다. 그렇게 되면 신은 어렴풋하고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나의 삶에서 살아 숨쉬는 현실이 되리라 믿었다. 나는 사방에서 신을 볼 것이라고 믿었다. 사도 바울로가 말한 대로 보잘것없는 아집에서 벗어나면 하느님의 말씀인 기독교가 내 안에 깃들 터이니 새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온유하고 기뻐하는 사람, 감동을 주고 감동을 받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성자가 못 되란 법도 없을 것 같았다. - P6

우리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를 깨달을 때 비로소 인생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시작된다. - P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 세상을 위한 7가지 대안 - 비비르 비엔, 탈성장, 커먼즈, 생태여성주의, 어머니지구의 권리, 탈세계화, 상호보완성
파블로 솔론 외 지음, 김신양 외 옮김 / 착한책가게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호보완성complementarity은 하나의 전체를 형성하기 위하여, 우리가 맞닥뜨린 복합적인 문제에 대응하도록 해주는 다른 이들과 결합하고 그들에게서 배우기 위하여, 다른 전망을 통해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하여, 각자의 관점뿐 아니라 공통의 약점과 간극을 발견하기 위하여, 그리고 좀 더 깊은 시스템 대안을 건설하기 위하여, 서로서로 보완한다는 뜻이다.
상호보완성은 여러 비전을 상호 보완하여 하나의 대안만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다중적인 시스템 대안을 개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 P15

사실 비비르 비엔이나 부엔 비비르라는 두 용어가 원주민들의 수마 카마나와 수막 카우사이의 의미를 온전히 살린 번역이라 할 수는 없다. 이는 ‘자아가 실현된 삶‘, ‘온화한 삶‘, ‘조화로운 삶‘, ‘숭고한 삶‘, ‘포용하는 삶‘ 또는 ‘삶의 지혜‘와 같은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 P20

커먼즈, 탈성장, 생태여성주의, 탈세계화, 생태사회주의와 같은 다른 대안들과 비교할 때 비비르 비엔이 갖는 힘은 이런 특징을 갖는다. 즉, 전체thewhole, 즉 파차Pacha의 비전을 가지는 것으로, 극성의 공존, 균형, 다양성 속에서의 상호보완성 그리고 탈식민지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 P23

인간의 소명은 자연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생명을 준 이들을 보살피듯 자연을 돌보는 것이다. ‘어머니지구‘라는 표현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회를 단지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자연과 전체를 중심에 두는 공동체로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순환하고 변화하는 과정에 있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전체의 공동체, 파차공동체이다. - P26

비비르 비엔은 ‘웰빙well-being‘이 뜻하는 바가 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부자가 되거나 가난해지는 것은 조건이지만 인간적이 된다는 것은 근본적인 특성이다. 비비르 비엔은 (한사람의 조건인) ‘웰빙well-being‘보다는 사람의 본질인 ‘좋은 인간well Being‘에 더 심려를 기울인다. - P29

이러한 사고는 비비르 비엔의 핵심 요소로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는 지배적인 성장 패러다임에 대한 문제제기일 뿐 아니라 다른 구성요소들 간의 균형을 모색함으로써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 것을 권장하는 것이다. 한 사회의 생명력은 성장의 정도에 따라 측정될 수 없다. 그것은 사람들 간의 균형, 사람과 자연과의 균형에 어떻게 기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을 자연의 ‘생산자‘, ‘정복자‘, ‘변형자’로서 사고하지않고, 자연의 ‘돌봄‘, ‘경작자‘, ‘매개자‘로서 인간의 개념을 대체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 P31

비비르 비엔은 다양성의 만남이다. ‘삶의 지혜‘란 다문화주의를 실천하고, 오만과 편견 없이 차이를 인정하고 배우는 것이다.
다양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 세상에는 안데스 버전의 비비르 비엔만이 아니라 다른 비비르 비엔 모델이 존재할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는뜻이다. 그러한 비비르 비엔 모델들은 민중의 지혜, 지식, 실천에 힘입어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고 살아남은 것들이다. 비비르 비엔은 인간의 다문화와 생태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복합적인 개념이다(Gudynasy Acosta, 2014). 비비르 비엔은 지적인 다른 문화들 간의 만남을 권한다.
하나의 대안이란 없다. 많은 대안들이 있고, 그것들이 상호 보완하여 전체적인 대안 시스템을 형성한다. - P33

비비르 비엔은 공동체와 어머니자연의 잊힌 목소리를 되살림으로써 과거를 되찾아 미래를 구원하기 위한 호소이다(Rivera, 2010).
탈식민지화는 불의로 가득 찬 현 상태를 거부하고, 우리의 상상력을 저해하는 식민지 사고의 함정에 빠져 있지 않기 위하여 사물을 깊이 보는 능력을 다시 찾는 것이다. 탈식민지화는 다른 존재(인간과 인간 아닌것들)에게 저질러지는 불의에 대응하는 것이며, 인간과 자연세계에 놓인 상상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며, 우리가 생각하는 바를 큰 소리로 말하는것이며, 다름으로 인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며, 지배적인 시스템과 사고방식이 망가뜨린 역동적이고 모순된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 P35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처음부터 강력한 원주민공동체와 사회조직에 기대어 변화의 과정을 추구했던 볼리비아의 경우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볼 때 최근 10년간 사회운동과 원주민공동체들은 강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약화되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다소 모순된 상황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데, 그 까닭은 원주민공동체들과 사회조직들이 많은 물질적 재화와 인프라, 신용대출, 조건부 현금지급CCT, 서비스 등의 혜택을 받았으나 그것이 활력 있고 자주관리되는 조직으로서의 자율성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로 인해 약화되고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 P46

볼리비아와 같은 나라의 진정한 잠재력은 생태농업, 혼농임업, 원주민과 농민공동체들로부터 시작하는 먹거리주권의 강화에 있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국가의 핵심 역할은 위로부터 공동체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하여 생산, 교환, 신용, 전통 지식과 혁신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 P56

민주주의가 실현되려면 권력자들과 국가 자체의 권력이 제한되어야 한다. 만약 중앙정부가 시민의 참여를 도구화하고, 사회조직을 선별하고, 국가의 다양한 권력을 통제한다면 실질적인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없다. 한 국가나 한 지역 차원에서의 실질적인 민주주의는 비비르 비엔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왜냐하면 모든 정부, 모든 국민은 새로운 생태사회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는데, 그 오류를 찾아내어 바로잡고 다른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두의 참여이기 때문이다. - P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