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을 찾고 싶었다. 수녀원에 들어가던 날 나는 더없이 가슴이 설레었고 의욕에 넘쳤다. 나는 영혼을 탐구하는 모험에 나선 서사시의 주인공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춘기의 혼란에서 벗어나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더없는 만족감을 주는 무한한 신비의 품에 안기리라고 믿었다. 내 나이 겨우 열일곱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런 날이 아주 빨리 올 거라고 생각했다. 정념(情念)에서 벗어나 금세 지혜롭고 똑똑한 여자가 되리라고 믿었다. 그렇게 되면 신은 어렴풋하고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나의 삶에서 살아 숨쉬는 현실이 되리라 믿었다. 나는 사방에서 신을 볼 것이라고 믿었다. 사도 바울로가 말한 대로 보잘것없는 아집에서 벗어나면 하느님의 말씀인 기독교가 내 안에 깃들 터이니 새 사람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당장이라도 온유하고 기뻐하는 사람, 감동을 주고 감동을 받는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성자가 못 되란 법도 없을 것 같았다. - P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