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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평점 :
유쾌한 노랫말을 머릿속에서 굴리는 것 같은 기분으로 소설 한 권을 읽었다. 그야말로 문장 하나하나가 제각기 뛰다가 또 손을 잡다가 해서 한 구절 한 구절 책장 넘기는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소설. <내 연애의 모든 것>이다.
주인공 김수영과 오소영. 여당 국회의원과 야당 국회의원. 이념의 장벽 최전선에 서 있는 자들 사이에서 생겨날 수 있는 하많은 감정 중에 사랑. 국회의원이란 본디 국회의사장에서 머리끄덩이 잡다가도 밖에서는 어깨동무하는 사이라지만, 그래도 사랑이라니.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나 두고 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했을 때는 뜨악했다가, 이내 피식피식 흐르는 웃음을 숨길 길이 없었다. 그렇다고 두 주인공이 현실에 저를 주렁주렁 붙들고 있는 것들을 모두 떨쳐내고 '사랑'을 향해서만 달려가는 것은 아니다. 각자 신산하던 세상살이와 실망스러운 정치판 그 어디쯤에서 사랑이라는 폭탄이 터지고 연애라는 인생제일대사건이 벌어지는 바람에 그들의 삶이 한 차례 전환점을 맞을 뿐이다.
김수영이 '국회 본회의장 대정부 질문에서 해외 토픽감 깽판을 친' 뒤, 홀로 답답했다. 제목에도 연애가 들어가는데 이들, 그래, 김수영/오소영이 아니라 김수영+오소영이 어찌 될지 앞날이 도무지 안 보이는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까놓고 말해 좀 긍정적인 답이 나오기는 하는 건가 하는 막막함이 있었다.
글쎄, 이게 긍정적인가? 정답은 알 길 없으나, 어쨌든 김수영도 오소영도 자신의 방법으로 인생을 풀어간다. 이윽고 그들의 길이 다시 겹쳐 '그와 그녀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될 때까지 그러했고, 그 이후도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