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은 특별 영주 자격에 의해 거의 무조건적으로 일본에 영주할 수 있다. 체류 자격에 따른 조건이 없다. 예를 들어, 다른 외국인이 범죄를 일으키면 강제송환이 되지만, 재일 코리안은 그렇지 않다. - 그들은 통명通名(본명이 아닌 일본식 씨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 그들은 외국 국적이면서도 생활보호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 일부 자치단체는 재일 코리안 관련 단체를 세금 면에서 우대하고 있다.
모두 사실이다. 사실이지만, 이것을 과연 특권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 자세한 내용은 5장에서 다루겠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일본이 한반도를 식민 지배했다는 역사 인식도, 구舊 종주국으로서의 책임감도 완전히 결여된 것 같다. 오히려 재특회는 "애당초 식민 지배는 없었으며, 강제 연행이나 종군 위안부 등은 좌익 세력의 날조에 지나지 않는다. 제2차 세계대전 전에 일본은 한반도의 인프라를 정비하고, 근대화를 도왔으며, 교육의 부흥에 힘썼다. 그럼에도 그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이 남북한 양국이고, 재일 코리안은 그 영향 아래 있는 앞잡이·기생충이다." 라고 주장한다.-56쪽
여기서 '계급투쟁'이라는 말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사회의 비주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을 비엘리트라고 규정함으로써 특권을 가진 자들에 대한 복수를 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중략) 나느 재특회의 야비한 선동을 증오 연설[혐오 발화]hate speech(인종·속성·외견 등을 이유로 타인을 모욕하는 언동)이라고 생각하며, 특히 재일 코리안이나 중국인 유학생 등에 대한 공격은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일 뿐이라고 확신한다. (중략) 솔직히 말하면 이런 게 정치 활동이나 시민운동일 리 없다고 반발하면서 취재한 적도 많았다.-61쪽
"기존 보수나 우익이 하지 않은 일을 우리가 했다는 자부심은 있습니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운동을 한 게 아니에요. 이런 일을 해도 돈은 안 나오니까요. 다들 자기 돈을 쓰면서 활동하고 있고 성실한 사람들이에요. 어떻게든 나라를 바꾸고 싶다, 지키고 싶다는 생각만은 가지고 있죠. 그런데 인터넷으로 저변을 넓혀서 세력을 확대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운동을 전개하는 방법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블로그나 동영상의 조회 수를 늘리려며 과격한 방향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자신을 객관화할 여유가 없어집니다."-136쪽
호시는 일본인이고 싶었을 뿐이었다. 국적이나 피부색으로 차별당하는 아픔은 호시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체포되면서 그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서서히 열이 식어 가는 것을 느꼈다. "증오의 정체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고 싶어요. 일본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고, 일본인이라는 사실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그렇지만 타자를 공격하는 것으로 일본인의 자부심을 확립하는 것이 옳은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체포되면서 생각할 시간이 생긴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재특회에 들어가면서 친구도 줄어 버렸다.-141쪽
"인종 간의 문제라기보다는 세대 간의 문제예요. 고령자만 있는 일본인과 한창 일할 나이인 중국인 사이에는 교류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죠. 접촉이 없으면 상호 이해도 불가능하고요."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일본의 젊은 세대는 경원시한다. 그곳에 계속 사는 사람들은 고령자들뿐이어서, 일종의 노인 마을이 된 곳도 적지 않다. 시바조노 단지도 그중 하나였다. 결국 빈집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싼값에 매력을 느낀 젊은 외국인뿐이다. 그런 배경을 조사하는 대신 외국인 배척을 소리 높여 주장하며 주민 사이의 대립을 조장하는 아리카도의 활동에 나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174쪽
누구나 애국심을 가지고 국경일에는 어느 집에나 일장기가 휘날리는 일본, 강대한 군사력을 가지고 외국에 무시당하지 않는 일본, 모든 사람이 일본을 사랑한다고, 일본을 위해서는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일본, 요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공산주의 독재국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179쪽
많은 재특회 회원들이 "너는 국적이 어디냐?", "싸실은 조선인이지?", "언제 귀화했냐?" 라고 몇 번이나 물었다. 그들에게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조선인인 것이다. 조선인이나 재일 코리안은 일종의 기호다. 그들은 그 기호를 두려워하고, 증오하고, 조롱함으로써 우월감을 가지게 된다. (중략) "공격하기 쉬운 목표를 찾은 데 신이 났는지도 모르죠. 재일 조선인은 불쌍한 약자이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상식에게 얽매여 왔던 우리에겐 터부를 깨는 쾌감이 있었어요. 비뚤어진 생각일지 모르지만, 저 자신도 터부를 깨뜨림으로써 세상의 권위나 권력과 싸우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197쪽
행정 편의 때문에 버려진 사람들에게 공감한다면, 이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빈곤 문제를 다루는 시민 단체들은 정부를 추궁하고, 문전 박대 전략을 비판하며, 실직자 등을 대상으로 임시 숙소를 마련함으로써 궁핍한 이들과 함께 싸웠다. 그러나 재특회가 이런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또는 약자의 편에 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들은 적이 없다. 그들은 단순히 외국인에게도 생활보호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사실만을 비판하며, "일본에서 생활할 수 없으면 조국으로 돌아가라."라고 외칠 뿐이다. (중략) 이 건에 대해 후생노동성이나 복지 사무실에 구체적으로 물어봤더니, 그들은 입을 맞추어 "우선적으로 지급될 리가 없다."라고 일축했다.-209쪽
그렇다면 재일 코리안에 대한 생활보호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신청 기준을 충족하는', 다시 말해 '생활이 곤란한' 재일 코리안이 '생활이 곤란한' 일본인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 수치야말로 재일 코리안의 상황을 보여 주고 있지요." 라고 이춘희 변호사는 말했다.-211쪽
지금까지 재특회가 주장하는 '재일특권'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하나씩 검증해 보면 '특권'이 아니라 재특회와 그 동조자들이 기존 제도를 멋대로 확대 해석해 독자적인 견해와 근거가 불분명한 데이터를 첨가한, 말하자면 후천적으로 '발견'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재일 특권'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인터넷이나 집회 등을 이용해 조직을 키운 재특회의 수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216쪽
"우리한테 없는 것을 그 녀석들(재일 코리안)은 다 갖고 있는 것 같았어요." 지켜야 할 지역, 지켜야 할 가족, 지켜야 할 학교, 오래 사귄 벗, 재특회와 대치하는 재일 코리안들의 모습에서 그런 것을 발견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시민 단체라고 말하고 있지만, 지역 사람들을 위해 나설 수 있을까? 가족과 어깨동무하고 적에게 맞설 수 있을까? 아니, 출신 초등학교를 위해서 달려갈 수 있을까? 모두 '노'였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알게 된 동지 말고는 연대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 싸움은 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227쪽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지의 충고마저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인터넷에서 발견해 적당히 끼워 맞춘 논리를 지극히 폐쇄적인 동지들끼리 공유하고 있을 뿐이죠. 이러다가는 폭주만 할 뿐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235쪽
"재특회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누가 그들의 적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적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아요. 재일 코리안을 공격한다고 해서 어떤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요, 일본인은 원래 너그러운 품성을 가진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래문화를 받아들이고, 독자적인 형태로 좋은 일본을 만들었습니다.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굳이 소리 높여서 일본의 우월성을 자랑하지 않아도요. 저는 역시 적이 명확하게 보이는 운동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그 적은 힘없는 개인이나 소수자가 아닙니다. 권력을 직시하지 못하면 우익 운동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258쪽
"도대체 그 사람들에게 무슨 특권이 있단 말인가, 차츰 냉정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되면 어쩔 수 없어요. 아무와도 상담할 수 없죠. 제가 적으로 규탄당해 버리거든요. 같은 길을 똑바로 의심 없이 걸을 떄만 가족이고 형제인 거지, 활동 그 자체를 의심하면 용서받을 수 없어요. 뭐,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가족이죠."-327쪽
"주의에서 인정받고 싶다고? 그런 거 순전히 어리광이잖아. 웃기고 있네." (중략) 젊은 회원들과 만나면서 그가 본 것은 "애국의 이름을 빌린 분풀이"였다고 한다. (중략) "그들은 사회에 복수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가 보기엔 다들 모종의 피해의식을 갖고 있어. 그 분노를 일단 재일 코리안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아."-341쪽
"인생, 일, 공부, 인간관계……. 그런 르상티망ressentiment 같은 것에 재특회는 정면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것입니다. 하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게 많아요. (중략) 어차피 장래의 전망을 발견할 수 없는 세상이라면, 자극으로 가득 찬 운동이 재미있죠. 뭐, 일본인의 지적 수준이 가장 낮은 시기에 인터넷을 매개로 우익만 성장한 것은 불행입니다만."-348쪽
심심한 일상 속에서 약간의 비일상과 일탈. 그것은 잘 안 풀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축제였다.-353쪽
"근데 진짜로 무서운 건 재특회가 아닌 것 같아요." (중략) "재특회는 명쾌하죠. 화가 나고 슬프기도 하지만, 너무 명쾌해서 공포를 느끼지는 않아요. 제가 무서운 건 재특회를 인터넷에서 칭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 솔직히 너무 괴로워요." (중략) "자네들, 일본에 살게 해주고 있으니까 일본에 더 감사해야 해."라고 김성규에게 말했다. "아무 말도 못했어요. 점장은 착해 보이는 사람이었고, 저를 적대시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의 주장 자체는 재특회와 별로 다를 바가 없죠. 쫓아내라거나 바퀴벌레라거나 그런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을 좋은 사람이지만, 저는 그 점장이 재특회보다 더 무서웠어요. 무엇보다도 그런 주장이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게 안타깝지요."-368쪽
"당신의 이웃들입니다." 사람 좋은 아저씨나 착해 보이는 아줌마, 예의 바른 젊은이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작은 증오가 재특회를 만들고 키운다. 거리에서 소리치는 젊은 사람들은 그 위에 고인 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저변에는 복잡하게 뒤엉킨 증오의 지하 수맥이 펼쳐져 있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차별'이라는 자각조차 없을 것이다.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타자에게 조금 전가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편하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369쪽
무엇보다도 인터넷과 광장을 뒤덮는 단죄와 심판의 언어들은 우리 사회가 간절하게 '적'을 원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공론의 장에서의 끊임없는 토론이라는 모델은 우리 편과 적을 명확하게 가르고자 하는 욕망으로 대체되었고, 그 경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든 논의는 내부의 적으로 간주되어 적보다도 못한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각각의 세력들이 각각의 기준으로 그어 놓은 선은 모두 자신이야말로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하며 한 발자국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도덕과 비도덕, 상식과 비상식, 정의와 불의 같은 서슬 퍼런 카테고리들이 정치의 언어를 장악하고 있다.
blog.ohmynews.com/litmus/177824-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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