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으로 시작하는 스무 살
차병직 지음 / 홍익 / 2012년 6월
절판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모처럼 한 권의 책을 읽고 흐뭇해하며 책이 지시하는 내용을 그대로 믿는 것은, 우연히 본 텔레비전에서 좋다고 방송한 식품을 우격다짐으로 먹고 질병이 치유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어리석은 태도다. 그리고 책의 저자도 대학의 교수이거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존재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라'고 한다. 사회과학이든 자연과학이든 또는 인문학이든, 전문지식이나 상식이란 것은 어떤 객관적 진리 그 자체가 아니다. 아무리 전문 분야의 정설이라 하더라도 깊이 들어가면 거기엔 학설의 대립이나 의견의 충돌이 존재한다. 지식이란 진실이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요 측면이다. 저자를 믿고 의지할 것이 아니라, 저자의 의견을 참고하여 스스로 판단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다치바나 다카시-26쪽

이렇게 출발한 비코의 결론을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은 알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직접 만든 것은 그 근원까지 따지고 들어갈 수 있기에 철저히 알 수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스스로 만든 것을 '원인에 의한' 지식이라 불렀는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수학을 꼽았다. 비코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기하학을 증명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세계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세계를 완전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로지코믹스> 랜덤하우스-172쪽

<일상이 아름다운 음악>이란 책이 있다.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작은 책자로, 84곡의 음악을 선곡하여 간단한 해설을 붙인 것이다. 이 책에는 부록이 있는데, 바로 84곡을 모두 담은 CD 14장이다.
...
"덜 깬 잠을 음악으로 적셔 깨어날 수 있다면, 깨어남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음악을 통해 하루의 피로를 생명의 활력으로 뒤바꿀 수 있다면 시간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커튼처럼 드리워진 음악이 인생의 의미를 속살거리는 그 속으로 잠들 수 있다면, 잠과 꿈은 얼마나 안온할 것인가."

<논어> 홍익출판사-210쪽

이야기로 읽든 역사로 읽든 <로마제국 쇠망사>는 독자의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 방대한 양이 의욕을 사그라들게도 한다. 그런 경우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여섯 권의 완역본 중에서 3권이나 4권까지만 읽는 방법이다. 동로마제국에 관한 후반부 1000년이 그리도 궁금하다면, 요약본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 <그림과 함께 읽는 로마제국 쇠망사>(청미래)다. 최근에는 번역가 이종인이 직접 축약한 <로마제국 쇠망사>(책과함께)도 나왔다.-234쪽

역사를 읽는 것이 재미있는 것은 그것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이 이야기인 것처럼. 구체적인 이야기일수록 과거를 촬영한 다큐멘터리 필름같이 흥미롭다. 하지만 그 과거의 사실은 역사가의 해석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해석은 세 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사실의 선택, 기술, 결론의 단계에서 해석이 끼어든다.(……) 관심 있는 역사의 독자는 자신이 지닌 비판의 눈을 감지 않고 역사책을 읽기 때문이다. 역사는 역사가의 창조물이고, 독자는 자기 방식으로 읽으면서 재창조한다.-234쪽

역사를 해석하거나 읽을 때 미래지향적 목적성도 빠뜨릴 수 없는 요소이다. 카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강조하듯, 과거를 통해 지금의 우리가 있고 동시에 그것은 미래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매번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면서도,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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