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품격
김기석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자꾸만 예전의 삶과 비교를 하며 아련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내가 나이가 들어서만의 문제는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예년과 다른 기후 변화를 몸소 느끼며, 4월말 5월을 향해가는 지금 이 시기에 강한 돌풍과 추위를 느끼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체감한다.

농담삼아 편나누기는 한국인 종특인가? 하며 지나가던 말들에 가슴이 아픈 것은, 우리 개인과 공동체 삶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사회적 경계선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만해도 전업주부니 워킹맘이니 편이 갈려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다보면, 다같이 아이를 키우며 한 곳에 살고 있는 우리인데, 누군가를 구분하는 말들 자체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스쳐가던 차였다.

나는 개신교인이 아니다. 하지만 김기석 목사의 컬럼 글 모음집인 <최소한의 품격>을 아껴 읽고 또 읽었다. 날카로운 위기 분석과 통찰, 그리고 그 안에서 종교인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정치와 종교가 가진 숙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국민일보, 경향신문, 월간 에세이에 게재된 컬럼을 주제별로 분류되어있다. 책은 크게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는 삶의 지표를 잃어버리다, 2부는 삭막하고 곤두선 전쟁터, 그리고 마지막 3부는 다시 채우는 힘이라는 주제로 칼럼들이 모여있다.  단절과 혼돈의 시대에, 어떻게 희망을 스스로 창조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니는지에 대해, 큰 길잡이가 되어준다.

마음안에 담아두고 사유하고 싶은 문장이 많아 밑줄을 많이 그었는데, 그 중 몇가지 문단 발췌와 개인의 사유를 덧붙여 캐쥬얼하게 서평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소비사회는 불만족과 불안을 창조함으로 번성한다. 불만족은 타자와의 비교 의식에서 발생한다. 남들과 구별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는 순간 안식은 허락되지 않는다. 잠시 숨을 돌리는 순간 경쟁자에게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경쟁을 내면화하고 사는 이들 사이에 갈등이 없을 수 없다.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현실은 보이지 않는 전장으로 변한다." <p.127>


보여지는 삶보다 내 안의 나에게 떳떳한 삶을 지향해왔다. 외형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소비보다 머릿속에 들어가고 가슴속에 쌓이는 데 쓰이는 소비를 지향한다. 어린시절부터 친정엄마께서 하신 말씀이 생생하다. "
지갑은 도둑이 훔쳐가면 찾을 수 없지만, 네가 가진 머릿 속의 지식과 가슴안의 추억은 그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라는 말씀을 새기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간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마음으로 소비의 가치를 알고, 비교 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을 시작한다. 진정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풍겨져 나오는 아름다운 미소와 배려, 그리고 관용. 또한 라떼는~의 추억보다, 지금 가진 꼴량한 지식 몇 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요히 지금을 충실히 사는' 이 순간의 집중이겠지. 심지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조차도 비교하지 않으며, 주어진 현재에 충실히 살 뿐. 그렇게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 지금 내게 주어진 임무가 아닐까?

"도종환 시인은 <삶의 무게>라는 시에서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정해져 있음을 이야기한다. 의욕이 지나쳐 자기가 들 수 없는 무게를 들 수 있다고 과장해서도 안 되고, 자기가 들어야 하는 무게를 자꾸 줄여가기만 해도 안 되고, 자기가 들어야 할 무게를 남에게 떠맡기기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삶의 엄중함이다. " < p. 123>

내 안의 돌덩이가 너무 무거워 내려놓고 싶다가도, 지금 입은 이 갑옷이 너무 불편해 당장 벗어버리고 싶다가도, 삶의 엄중함 앞에서 그저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렇게 오늘 하루가 주어졌고, 그 하루안에서의 희로애락을 느끼며, 하루를 보낼 터. 이 하루가 쌓이고 쌓여 인생이 되고, 언젠가 생이 끝날 그 날에 제게 남은 품격이 최소한의 그 품격이 우아할 수 있기를 조심스레 바래본다.
 


"무릇 살아 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딱딱하다. 살아 있는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만 고사목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림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동일성 속에 머물 때 안정감을 느끼지만, 낯선 세계와 만날 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데 그 당혹감이야말로 새로운 세계의 개시 가능성이다. 대립되는 세계와의 만남이 조성하는 긴장감 속에 머물 때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정신의 탄력이 증대된다."<p.55>
무탈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기에, 아둥바둥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사치라는 것을 알기에, 오늘이라는 익숙한 세계가 낯선 세계로 변환되는 것 같다.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낯섦을 발견해내고 경이로움 앞에 겸허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런 고민을 안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세상은 더욱 따뜻하고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 필사
위혜정 지음 / 센시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씩 소리내어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글자가 나의 몸 안에 머물다 목소리를 통해 터져나오는 생소함을 느끼며, 익숙한 듯 새로운 나의 목소리를 통해 보이는 활자들이 고플 때가 있듯이,

글씨 또한 그런 것 같다.

글자가 손을 통과하여 터져나오는 신비로움을 느끼며 꾹꾹 눌러쓴 글자를 통해 다시금 보이는 것들이 있다. 

<마음에 힘이 되는 하루 한 문장 영어 필사> 책은 그렇게 나의 삶에 훌쩍 들어왔다.

지은이는 고등학교 영어교사이자 브런치 작가인 위혜정 작가님.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구성되어 다양한 문구들을 각각의 주제 안에서 다루고 있다. 마침, 길고 긴 겨울이 지나고 훌쩍 여름이 찾아오기 전 찰나의 봄을 누리며 필사와 함께 하루 아침을 열었다.

 

"Life is not a problem to be solved, but a reality to be experienced."

삶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고, 경험해야할 현실이라는 오늘의 필사 문구가 유독 와닿는다.

때론 우리의 삶을 너무나 해결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전투적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하는 모든 경험 한 조각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고 살지는 않은지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However mean your life is, meet it and live it, do not shun it and call it hard names.

The fault-finder will find faults even in paradisse.

Love your life, poor as it is.

You may perhaps have some pleasant, thrilling, and glorious hours, even in a poor houses."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속 문구.

나는 제 삶의 어떤 부분을 사랑하고 있는지 쓰면서 생각해보게 된다.

책은 왼편에 하루 한가지씩의 필사를 위한 문구가 담겨져 있고, 오른편에 해석과 함께 명언을 남긴 작가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담겨있다. 또한 명언 아래에는 오늘 하루 생각해 볼만한 철학적 질문을 던져준다.

Day 3은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말로 시작한다.

"Faith is taking the first step, even when you don't see the whole staircase." 믿음이란 계단 끝이 보이지 않을 때도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는 문구를 쓰고, 저자가 던져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던 경험이 있나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필사를 위해 문장을 수집하고, 문장들을 하드 깊숙하게 간직하지만 결국 자주 꺼내보지 않게 되고 나의 것이 되지 않게 되다보니 수집된 문장만 쌓일 뿐 어쩐지 정리되지 못한 느낌에 찝찝함이 남던 차였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먼저 좋은 문장을 발췌해주고, 내 손으로 써본 후, 나의 삶에 반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를 위해 주는 작은 선물, 이 하루 한번의 필사가 주는 꾸준함이 쌓여 160일 후가 되었을 때가 기대된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시작되는 순간인 챕터1을 지나 인생이라는 황홀한 여름날을 만끽하는 챕터2를 곧 맞이할 테고, 풍성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챕터3를 거쳐 무탈하게 한해를 정리하는 챕터4로 마무리하기까지, 아끼고 소중히 하루의 아침을 맞을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우지 않는 공부법 - 모든 시험을 뚫는 합격 필승 공식
손의찬(메디소드)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의 공부에 관해서는 사실 "니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동하여 동기부여를 받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 공부해라 소리는 백날 잔소리에 그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크고, 무엇보다 백세시대에서 초등학교 시기만큼은 정말 황금기처럼 실컷 놀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이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은 아니고, 나 자신이 그동안 살아오며 해왔던 공부, 이제는 유용하지 않아져 버린 세월에 바랜 시험 점수들을 투영해보며, 궁극적으로 공부법이라는 것이 인생에 있어 어떻게 쓰일까? 사실 직접 경험해보고 감각을 익히지 않고서야 알기 어려운데, 어떻게 책으로 만들어질까? 하는 마음에 궁금함을 안고 시작했다.

저자 손의찬(메디소드)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감각의 공부법을 가르치는 수험생들의 멘토, 본인이 치열하게 겪어온 공부법들을 엮어 <외우지 않는 공부법>이라는 책 안에 핵심을 담아 안내해준다. 책은 크게 다섯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공부법 전체를 설명해주는 1장에서 우리는 좁은 공부법과 넓은 공부법에 대해 알아보고, 시험에 따라 달라지는 인풋과 아웃풋의 비중에 대해 고찰해 본다. 결국 공부법을 공부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 작업을 하게 된다.

두번째 챕터에서는 합격을 좌우하는 공부의 세 가지 원리인 목적 감각, 능동 감각, 순서 감각에 대해 배운다. 때로는 공부를 하는 중간 지금하는 이 부분이 무엇에 쓰이는 것이지? 이것으로 나는 무얼 할 수 있지? 궁금할 때가 있다. 시험공부의 경우 좋은 점수를 받는 것에 부합한다면, 실제 공부에 있어 목적을 세팅하는 것에서는 그 범주를 좁히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목적에 집중하고 아닌 부분은 쳐낼 수 있는 과감함이 수반되어야 한다.

순서감각은 비교적 직관적이다. 지식을 습득하는데 좋은 순서로 공부를 한다. 나의 경험으로는 아이 받아쓰기를 지도할 때, 먼저 시험을 보고 그 후에 공부를 하고 다시 시험을 보는 방식의 순서 세팅이 사실상 아이에게 긴장감을 심어주고, 무얼 공부해야할지에 대해 더 명확해지고, 비포 앤 애프터가 확실해서 효과가 있었는데...하며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하며 읽었던 챕터, 자신만의 효율적인 순서를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능동감각은 지식을 꺼내보는 시간이 많을 수록 공부의 효과가 좋다고 한다. 요즘은 워낙에 유투브네 인강이네 뭐네 해서 공부를 도와주는 자료가 우수수 쏟아진다. 얼핏 보면 공부하기 더 좋아진 환경 같은데, 사실 자세히 뜯어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자꾸만 수동적으로 지식과 개념을 주입하면, 의존하게 되고, 스스로 무언가 깨달은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은데 과연 능동적으로 자신의 공부를 자신의 지식을 직접 다듬고 정리하는 과정은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까?

"앞서 목적 감각은 공부의 방향성을 정해주고, 순서감각은 공부의 효율을 높인다고 했다. 능동감각은 '공부의 깊이'를 위해 중요하다." <p.66>

세번 째 장에서는 위에 언급한 세가지 원리에서의 독해법을 설명하고 있다. 개별 감각별로 자세한 실전 문제와 함께 설명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인상깊었던 내용은 '능동감각'을 향한 이야기였다. 쇼펜하우어가 말했다고 한다.

"거의 종일 책을 읽는 사람은 사고를 할 능력을 점차 상실한다. 틈날 때마다 독서하는 생활을 계속하면 정신이 마비된다. 마치 늘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 결국 걷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p.117>

보통의 사람들은 책을 읽고 읽었다는 착각을 하고 끝나곤 하고, 반복해서 읽는 공부법의 위험성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는 사실 요즘들어 많이 생각했던 삶의 단상과도 겹쳐진다, 결국, 책도 책이지만 (독서의 유용함은 모두가 알고 있듯) 독서라는 행위에서 사실상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의 것으로 사고하는 멍때리는 시간"이 아닐까?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결국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적은 책을 읽더라도 그 안에서 본인이 사고하는 과정이 동반된다면 얼마든지 능동적으로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생각이 들던차에 현재 책에서도 비슷한 챕터를 만나 반갑다.

이 외에도 책은 암기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안내해주고 있다. 기출문제에서 지식을 추출하는 방법부터,범주화를 활용하는 암기법, 이해로 암기량을 최소화시키는 제로 암기법, 말을 만들거나 이미지를 만들거나 하며 외우지 않아도 외워지게 하는 변환 암기법, 그리고 기억의 빈틈을 찾아 보완하게 도와주는 인출 암기법까지, 사실 우리 학창시절 이것저것 활용해보았던 다양한 방법들이 각각의 이름이 있음을 알게되고 또 다양한 다른 분야에서 기억을 도와준다는 예시와 함께 만난다. 공부를 많이 해보지 않은자들에게는 새로울 수 있고, 공부를 많이 해본자들에게는 익숙한 그런 실용적인 챕터였다.

마지막 5장에서는 교재와 기출정리법을 다룬다.시험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어떻게 자신망의 방식으로 공부 효율을 올릴 수 있을지, 단권화, 회독법, 기출 분석법 같은 방법들을 다양한 예시와 함께 설명해주고 있다. 또한 기출문제를 보는 순서등을 안내해줌으로써 좋은 전략을 세팅하는 가이드를 준다.

그러나 사실 이러나 저러나, 내가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모든 것은 말에 불과할 터, 저자가 말했듯이 공부를 해 보아야만 공부가 잘 된다는 것이 이런것이구나, 하는 자기만의 감각을 기를 수 있고, 그렇게 직접 체득해서 얻는 감각만이 결국 내 안에 휘발되지 않고 남아있는 양분이 될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은 소정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고, 이 수단을 잘 활용하기 위해 내 공부를 잘 관찰하고 reflection하며 점점 더 발전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만치 나이가 들어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마치 완성된 퀼트마냥, 그동안의 조각 조각의 지식과 견문이 모여 어느 순간 하나의 완성물이 보인다. 나이가 마흔 중순이 넘어서야, 명화 앞에 서서, "아아!!" 다른 말 필요없이 그저 가슴 깊이 울리는 그 아! 하는 감탄사로 그림을 만나곤 한다. 때로는 가슴 쩌릿하게, 때로는 알 수 없는 눈물 한자락과 함께 만나는 명화! 그림이 주는 힘을 느끼며, 이런 그림을 그리기까지의 예술가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다가가게 된다. 

그동안 나만의 직감을 믿으며 명화를 감상을 했다면, 이제는 더 깊게 알고 다가가고 싶어졌다. 빅피시 출판사에서 나온 이원율 작가의 <마흔에 보는 그림>은 그런 측면에서 화가들의 생을 들여다보고, 그림이 주는 자세한 이야기들을 접하며, 그림 속에 푸욱 빠지게 도와준다. 헤럴드 경제 기자이자 미술 스토리텔러라는 저자의 타이틀에 걸맞게, 예술가 마다 전해주는 굵직한 서사와 그림이 조화롭고, 이야기 구성이 탄탄하여 예술가와 그림을 통해 삶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아는 화가도 있고, 그림은 알지만 이름이 생소했던 화가도 있고,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화가도 있었다. 각각의 화가들이 전해주는 삶의 이야기에서 마흔 중순의 나는 위로와 용기, 그리고 강인함과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책은 크게 네 가지 테마로 이루어져 우리의 인생에 필요한 그림들을 소개해준다. 먼저, 인생의 모든 순간이 의미로 가득차 있음을 알려주었던 '위로'라는 키워드로 수록된 1장의 작가는 앙리 마티스, 에드워드 호퍼, 빌헬름 하메스회, 바실리 칸딘스키, 마크 로스코가 있다. 칸딘스키의 파격적인 시도, 완전한 새로움을 위해 실험한 도전, 보이지 않는 존재를 그리며 불안정을 끌어안고 올라선 그의 삶에서, 너무 늦었다는 말은 없다는 것을 또한 자꾸만 안정에 안주하고싶어지는 나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용기'라는 단어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보여주었던 2장에서 소개된 화가들은 잭슨 폴록, 프리다 칼로, 뱅크시, 에곤 실레다. 뉴욕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뱅크시의 벽화, 그 이후 살펴보게 되었던 이 화가는 21세기 예술계의 최고 반항아로 뽑힌다. 기득권의 위선을 고발하고 부조리를 향해 저항하는 그의 용기, 그런 그의 <눈을 먹는 아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모범생이 되어야하고 사회의 주류에 속해야하고 안정적이고 튀지 않게 지내고 싶은 내 안의 욕구 안에 조심스레 심겨져 있는 저항, 의지, 이렇게 역동적으로 임해주는 이들이 있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픔이 없는 삶을 원하지만, 불가능함을 알기에 우리 아이들이 커갈 삶에서 아픔이 반드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매일 기도한다. 마흔 중순의 나는 그런 나이를 살고 있다. 화가들이 버텨내고 강인함으로 승화시킨 삶은 그럼 과연 어떠했을까? 3장에서는 펠릭스 발로통, 폴 세잔, 구스타프 클림트, 클로드 모네의 이야기를 통해 버텨낸 강인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근성 가득한 폴 세잔, 흔히 우리에게 익숙한 그의 정물화는 사실 5년만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사과를 먹을거리라는 관념을 버리고 존재 자체에만 주목하는 우주적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 그러다 어느 순간 사과의 겉모습을 그리는 것은 결국 반쪽짜리 예술임을 깨닫게 된다. 대상의 진짜, 즉 껍데기가 아닌 알멩이를 표현했을 때, 보이는 대로가 아니라 느껴지는 대로 표현했을 때, 새로운 예술이 됨을 깨닫게 된다. 침묵의 시간, 한걸음만 더 참고 견디고 버티며 지내다 어느순간 클릭하는 시간이 찾아오듯, 우리의 삶 역시 그렇지 않을까? 그리고 과연, 나는 그 침묵의 시간들을 어떠한 마음으로 건너오고 있을까?

마지막 장은 어두운 순간에 빛나는 별처럼, 홀로 우뚝 서 빛을 발했던 화가들을 소개한다. 에드가 드가, 모리스 위트릴로, 일리야 레핀, 에드워드 헨리 포타스트, 그리고 알폰스 무하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모리스 위트릴로의 이야기가 가장 마음 아프고 인상깊었는데, 예술에 무지했던 내게 수잔 빌라동이 위트릴로의 모친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그들의 속 이야기에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잔 빌라동의 이야기만 간접적으로 듣고 뮤즈에서 그치지 않고 붓을 잡고 예술가 반열에 선 그녀의 용기와 도전, 모험이 대단하다 여겼었는데, 위트릴로라는 자신의 아이가 어미가 필요할 시절 방관했던 이야기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신음하고 울고 또 우는 그의 모습 앞에 가슴이 처참히 무너진다. 그러나,그런 애증의 어머니를 증오하는데 자신의 삶을 쓰지 않은 그는 결국 결핍을 동력 삼아 빛을 낸다. 그의 작품처럼 그의 삶 역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우리는 자칫 너무나 많은 시간의 삶을 누군가를 미워하는데 소진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본다.

"내 그림의 목적은 교훈이나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화면 앞에 서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마크 로스코의 말이다. 그의 그림 <No.11> 흰색에 가깝게 칠해진 벽돌 모양의 직사각형이 주는 빈틈, 숨구멍, 어쩌면 우리가 삶에서 강요받는 모든 것들에게서의 해방을 누릴 수 있는 이 그림이 <마흔에 보는 그림>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매일을 살아가며 흔들리는 우리의 삶에서 명화가 주는 위로와 힘을 마음 가득 담는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소영의 초등 책 읽기 교실 - 마음과 생각을 함께 키우는 독서 수업
김소영 지음 / 다산에듀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는 책을 신나게 읽었다. 그렇게 읽은 후, 여전히 책의 여운이 마음 가득할 때, 그 마음이 훅 빠지기 전에 어떻게든 아이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한참을 대화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재잘재잘 말한 것을 음성녹음을 하고 나중에 받아 적어주었다. 아직 한글을 쓰는 속도와 힘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 자기 입으로 말한 내용이 엄마의 글씨로 변신하여 공책에 예쁘게 받아 적히는 모습을 본 아이는 행복해 했다. 우리만의 독서록은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갔다. 조금 귀찮긴 하지만, 아이의 입에서 나온 그 주옥같은 감상들을 어떻게든 적어놓고 나면, 꽤나 뿌듯했다. 나중에가면, 이렇게 말하듯 글을 쓸 수 있겠지? 조금의 기대가 되기도 했다. 아이는 나이를 먹었고, 타이핑을 아직 하지 못하기에 손이 쓰기 바쁜 나날들을 보냈고, 그러다 어느순간, 손에 힘이 빠진다며 글씨도 내용도 점점 히마리가 없어졌다. 맥이 탁 풀리며 언제부터인가 히마리 없는 독서록은 점차 헐거워지고, 할말은 많지만 쓸말은 줄어든 아이를 바라보며 어디서 부터 어떻게 함께 독서 수다를 해야할지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어린시절이 편했던 걸까? 몸과 마음이 성장할 아이를 바라보며 책도 함께 성장할터, 어쩌면 가장 성장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사람은 엄마인 내가 아닐까? 그러던 차에 김소영 작가의 <초등 책 읽기 교실>을 만났다.

김소영 작가는 <어린이라는 세계> 수필집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그 당시 어떠한 어른이 되어야할까와 더불어 우리 아이도 김소영 선생님의 독서교실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존댓말과 관련한 단상 또한 참으로 신선하고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였었는데, 오늘의 어른이 어떠한 세상을 가꾸어나가야 미래의 어린이들이 함께 할 수 있을지, 특히 어른의 관용이란 측면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에세이집이었다. 그리고, 당시 우리아이가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으면...했던 마음을 이번에는 독서수업 관련한 도서로 대신해본다. 

<김소영의 초등 책 읽기 교실>은 크게 6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먼저 서론에서 길게 이야기했던 아이의 말을 받아적던 그 시절을 그리워했던 나의 마음을 잘 풀어 도와주고 있었던 챕터, '말하기가 독서력을 키운다' 부분이 가장 첫 장에 소개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토론과 다르다는 점, 말하기를 잘 지도하려면 필요한 유의미한 질문들에 대해 실용적인 도움을 받았다. 두번째 챕터에서는 그림책 말하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익숙한 그림책을 볼 때마다 반가움과 동시에, 아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구나 싶어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81쪽에서 소개되고 있는 '갖고 싶은 말' 활동은 너무나도 탐이 났다. 보통 글을 읽으면 수집하고 싶은 단어와 문장을 잘 적어 모아두는 편이다. 다만, 나혼자만의 활동이었을 뿐 아이들과 책을 읽어주거나 아니면 아이들 책 이야기를 할 때는 전혀 사용해보지 못했던 활동이었다. 당장 활용해보고 싶어 책장에 포스트잇을 소심히 끼워놓는다.
'라떼는' 시절에는 동시를 외우는 숙제를 그렇게도 많이 받아오곤 하였으나,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자, 생각보다 동시 접할 일이 적음을 알게 되었다. 국어 교과서에서나 볼 뿐. 그런 아이들에게 동시를 가지며 언어가 지닌 강력한 힘을 느껴보는 활동을 함께 해봄이 어떠할까? 시를 읽으며 이미지를 떠올리는 힘을 키우고, 심상을 떠올리는 우리아이를 상상해본다. 이러나저러나, 아이와 이런 활동을 하려면 오늘 싸우고 보낸 아이와 화해하는 것이 우선순위일터! 여전히 나는 어른이 되어 아이와 똑같이 싸우고 후회하고를 반복하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며 씁쓸한 마음으로 향후 하고싶은 활동 리스트에 한 줄 추가를 했다.

그 외에 책에서는 동화와 지식책에 대해 각각 한 챕터씩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따. 이해하고 표현한 것이 자신의 생각이 되고, 생각과 감정이 잘 드러나는 독후감상문에 관한 이야기부터 지식책하면 보통 생각하게 되는 교과연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심 연계임을, 그리고 이렇게 알게 된 것들을 다지는 독후활동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준다. 마지막으로는 글쓰기에 대해 설명한다. 말한 것을 글로쓰는 법, 어휘를 어떻게 다져 내것으로 만들고, 문장을 짓고, 좋은 글감을 찾는지, 그리고 글쓰기를 잘 지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글쓰기는 결국 진정한 이해를 위한 과정이고, 쉽지 않은 과정이므로 칭찬2, 조언1의 형식으로 아이를 잘 독려해주어야한다.

당장 아이에게는 학교에서 나오는 주제글쓰기가 매 주 있다. 글을 쓸 때 뭔가 쓰고싶은 말은 많지만 잘 정리되지 못하고 중구난방인 아이를 보며, 나의 입은 늘 근질근질, 나의 손은 늘 안절부절 못하였다. 하지만, 꾸욱 참고, 칭찬과 조언을 잘 섞어 이야기한 후, 아이 스스로 한 단락에서 세 군데 수정을 하게 도와주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자, 아이가 큰 부담없이 자신의 글을 고치는 것에 동의하였고, 본인 스스로도 더 나아진 글을 보며 뿌듯해하였다. 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혹은 아이와의 사이가 벌어지기 싫다는 이유로 꼭 필요한 부분조차 건드려주기 싫은 방관자적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조언처럼, 꼭 필요한 것, 일관된 문제, 고치면 확실히 좋아질 부분을 고치게 하고자 용기를 내고 아이와 이야기를 통해 수정을 해냈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학생들과 <별을 헤아리며> 책을 읽으며 나누었던 이야기에 대해 아이에게 함께 이야기를 했다. 마침 그 책을 읽고 있던 아이는 다른 친구들이 생각하는 이야기들과 배경에 관한 이야기들을 유심이 읽었다. 원서로 읽고 영어로 써야하는 숙제여야했지만, 그 전에 한 브레인스토밍 덕분에 아이는 수월하게 글을 써내려갈 수 있었고, 나아가 안네의 일기와도 비교하여 이야기를 하곤 했다. 사전 지식 없이도 읽을 수 있지만, 이야기 속에 좀더 깊숙히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배경에 집중하는 경험 덕분에 책의 감동을 더욱 오래 간직하지 않았을까 기대해본다.


*도서협찬, 솔직한 리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