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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품격
김기석 지음 / 현암사 / 2025년 3월
평점 :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자꾸만 예전의 삶과 비교를 하며 아련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내가 나이가 들어서만의 문제는 아닐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예년과 다른 기후 변화를 몸소 느끼며, 4월말 5월을 향해가는 지금 이 시기에 강한 돌풍과 추위를 느끼며,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체감한다.
농담삼아 편나누기는 한국인 종특인가? 하며 지나가던 말들에 가슴이 아픈 것은, 우리 개인과 공동체 삶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사회적 경계선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만해도 전업주부니 워킹맘이니 편이 갈려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다보면, 다같이 아이를 키우며 한 곳에 살고 있는 우리인데, 누군가를 구분하는 말들 자체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스쳐가던 차였다.
나는 개신교인이 아니다. 하지만 김기석 목사의 컬럼 글 모음집인 <최소한의 품격>을 아껴 읽고 또 읽었다. 날카로운 위기 분석과 통찰, 그리고 그 안에서 종교인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정치와 종교가 가진 숙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국민일보, 경향신문, 월간 에세이에 게재된 컬럼을 주제별로 분류되어있다. 책은 크게 3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1부는 삶의 지표를 잃어버리다, 2부는 삭막하고 곤두선 전쟁터, 그리고 마지막 3부는 다시 채우는 힘이라는 주제로 칼럼들이 모여있다. 단절과 혼돈의 시대에, 어떻게 희망을 스스로 창조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니는지에 대해, 큰 길잡이가 되어준다.
마음안에 담아두고 사유하고 싶은 문장이 많아 밑줄을 많이 그었는데, 그 중 몇가지 문단 발췌와 개인의 사유를 덧붙여 캐쥬얼하게 서평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소비사회는 불만족과 불안을 창조함으로 번성한다. 불만족은 타자와의 비교 의식에서 발생한다. 남들과 구별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는 순간 안식은 허락되지 않는다. 잠시 숨을 돌리는 순간 경쟁자에게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경쟁을 내면화하고 사는 이들 사이에 갈등이 없을 수 없다. 평화로운 공존의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현실은 보이지 않는 전장으로 변한다." <p.127>
보여지는 삶보다 내 안의 나에게 떳떳한 삶을 지향해왔다. 외형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소비보다 머릿속에 들어가고 가슴속에 쌓이는 데 쓰이는 소비를 지향한다. 어린시절부터 친정엄마께서 하신 말씀이 생생하다. "지갑은 도둑이 훔쳐가면 찾을 수 없지만, 네가 가진 머릿 속의 지식과 가슴안의 추억은 그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라는 말씀을 새기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간다. 우리 아이들도 그런 마음으로 소비의 가치를 알고, 비교 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을 시작한다. 진정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담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풍겨져 나오는 아름다운 미소와 배려, 그리고 관용. 또한 라떼는~의 추억보다, 지금 가진 꼴량한 지식 몇 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요히 지금을 충실히 사는' 이 순간의 집중이겠지. 심지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조차도 비교하지 않으며, 주어진 현재에 충실히 살 뿐. 그렇게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 지금 내게 주어진 임무가 아닐까?
"도종환 시인은 <삶의 무게>라는 시에서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정해져 있음을 이야기한다. 의욕이 지나쳐 자기가 들 수 없는 무게를 들 수 있다고 과장해서도 안 되고, 자기가 들어야 하는 무게를 자꾸 줄여가기만 해도 안 되고, 자기가 들어야 할 무게를 남에게 떠맡기기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삶의 엄중함이다. " < p. 123>
내 안의 돌덩이가 너무 무거워 내려놓고 싶다가도, 지금 입은 이 갑옷이 너무 불편해 당장 벗어버리고 싶다가도, 삶의 엄중함 앞에서 그저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렇게 오늘 하루가 주어졌고, 그 하루안에서의 희로애락을 느끼며, 하루를 보낼 터. 이 하루가 쌓이고 쌓여 인생이 되고, 언젠가 생이 끝날 그 날에 제게 남은 품격이 최소한의 그 품격이 우아할 수 있기를 조심스레 바래본다.
"무릇 살아 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딱딱하다. 살아 있는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만 고사목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림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동일성 속에 머물 때 안정감을 느끼지만, 낯선 세계와 만날 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데 그 당혹감이야말로 새로운 세계의 개시 가능성이다. 대립되는 세계와의 만남이 조성하는 긴장감 속에 머물 때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고 정신의 탄력이 증대된다."<p.55>
무탈하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기에, 아둥바둥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사치라는 것을 알기에, 오늘이라는 익숙한 세계가 낯선 세계로 변환되는 것 같다.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낯섦을 발견해내고 경이로움 앞에 겸허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런 고민을 안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세상은 더욱 따뜻하고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