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직업 -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소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미현 옮김 / 이소노미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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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은 때로는 너무나 섬세하고 찰나의 감각이 고스란히 전해져 무심코 지나치는 사물과 감정에 대해 다시 살펴보게 해주는 반면, 어느때는 난해함을 느끼며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한참을 헤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섣불리 집어 들고 읽지 못했던 것 같다. 왠지 모든 문장을 이해해야만 할 것 같은 혼자만의 압박에 말이다. 그러나 세상 어떤 문학을 수학문제처럼 풀어내겠는가? 모르면 모르는대로 그녀의 감정과 의식을 따라가다보면 머릿속이 뿌얘지는 것 같다가도 그 난해함을 뚫고 만나는 한 두 문장에 쾌감을 기억하며 그렇게 나는 버지니아 울프의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편의 단편 소설을 만났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단편 소설 <유산>이었다.촉망받는 정치인 길버트 클랜든이 교통사고로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아내 안젤라의 유품을 정리하며 일기장을 읽는다. 그리고 충격적인 진실을 발견하는 이야기. 아내가 죽고 나서, 아내가 자기를 떠나 다른 남자인 B.M.의 세계로 감을 깨닫는 이야기, 일기라는 매체로 인해 뒤늦게 안젤라는 권력아닌 권력을 되찾는데, 자신만만하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흘러가다 결국 진실을 마주했을 때의 당혹스런 길버트의 표정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매일 일기를 쓰는 한 사람으로 일기가 단순히 기록물을 넘어 남편 밖, 세상 밖으로 나오는 통로가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단편 소설 <거울 속의 여인>은 내게는 난해했다. 솔직히 이런 독투를 리뷰에 쓰기 창피하지만, 어쩌면 이런 솔직한 감상이 나와 비슷한 독자들에게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은 독서도 있음을 그런 면에서 공감을 하지 않을까 싶어 솔직하게 남긴다.이 소설은 뭐랄까, 감각적인 서술이 더 앞서다보니, 버지니아 울프의 생각을 내가 못따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여러번 되물어봤지만, 끝내 나는 핵심에 닿지 못한 듯. 그래도 혼란스러움이 그녀의 문장 안에 잠시 앉았다 나온 것만으로도 그녀의 의식 속으로 잠시 들어갔다 나왔음을 경험한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에세이 <여성의 직업>은 작가로서 여성으로서 마주해야했던 당대의 편견을 보게 되며, 집안의 천사라는 상징을 통해 남성위주의 가치관을 죽여야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외친다. 집안의 천사의 특징은 공감능력이 뛰어나고 매력적이고 이타적이고, 가끔씩 글을 쓸때면 찾아와서 방해공작을 하는데 결국 이 천사를 죽여야만 정직한 글을 쓸 수 있다. 예전에 읽어서 조금은 가물가물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 함께 읽으면 경제적 자립과 정신적 자유에 관해 더 깊게 연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자기만의 방은 수록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당대의 상황이 지금 현재의 여성들에게도 너무나 정확히 관통하고 있음에 매번 깜짝깜짝 놀란다.

이 책에는 이 외에도 유령의 집, 인류를 사랑한 남자, 견고한 것, 벽에 난 자국, 초상 이라는 단편 소설과 어째서, 런던모험 거리 유랑하기라는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으며, 이 책을 기획하고 편집한 편집자들의 대화가 마지막에 수록되어 있다. 난해하게 읽은 작품들이 이 대화안에서 내게 어떤 길잡이가 될 수 있을까 싶어 반가웠고, 172 페이지의 대화에서 나오듯 '누군가는 울프를 탁월하다 느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부담스럽거나 불편할 수도 있을 거예요.'라는 말에서 가끔씩 고군분투 하며 읽는 내게 위로가 되기도 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여행하며, 그녀가 하고 싶은 말들 사이에서 건져낸 문장들에서 더욱 가까워짐을 느껴본다. 울프의 정신과 사유를 마음껏 누리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히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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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공작새 사이그림책장
헤르만 헤세 지음, 오승민 그림, 엄혜숙 옮김 / 가나출판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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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채집이라는 방학숙제가 있던 시절을 살았었다. 한마리 한마리 수집할 때마다 환희를 느꼈던 동생에 비해, 세상 징그럽고 나비의 잔해가 손에 묻을까 두려워 목장갑을 낀채 둔탁한 손으로 조금씩 부서진 나비 수집을 한 기억이 생생하다.

공작새가 아름답다는 표현이 이해가지 않던 어린시절을 지내왔다. 공작새의 깃털이 끔찍하게 징그러워, 그 눈들이 꼭 나를 향하는 것만 같아 보고나면 귀신이라도 본듯 깜짝깜짝 놀라곤 했던 기억이 여전하다.

마흔다섯이 훌쩍 넘어버린 나이에 이 책은 어린 시절과 나비 채집을 하던 순간 그리고 공작새의 깃털 눈을 보던 기억을 모두 떠올리게 했다. 신비로운 무늬라고 말하기엔 징그러웠던 그 무늬가 오랜시간 어미로 지내온 이후에는 그저, 자신을 살릴 수 있게 설계된 아름다운 생태계의 진리임을 겸허히 깨닫는다.

이 책을 분명 언젠가 읽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제목이 그때도 여전히 밤의 공작새였는지는 가물거린다. 헤르만 헤세가 저자였던 것도 잊혀지고 다만 스토리만이 생생히 기억이 난다. 소년이 나비를 대하는 모습이 너무나 소중하고 깨끗해서 숨결까지도 느껴지는 그 묘사에 숨이 멎을 지경이었는데, 그 표현을 다시 만나게 된다.

"나비가 햇빛 속에서 꽃자루 위에 앉아 알록달록한 낼개를 마치 숨 쉬듯이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을 때, 난 그것을 잡고 싶은 욕망에 가득차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채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갔어. 그러다 나비의 반짝이는 빛깔, 수정처럼 투명한 날개 혈관, 더듬이에 난 미세한 갈색 털까지 모두 보고 나면, 부드러운 기쁨과 거친 욕망이 뒤섞인 긴장과 환희를 느꼈지. 그건 내가 살아가면서 거의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나비를 향한 소년의 순수한 열망이, 숨소리 조차 느껴지지 않는 몰입이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갖고 싶고 얼마나 소중한지가 가슴 깊게 파고든다. 그리고, 소년은 에밀이라는 친구가 공작나방을 채집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천적이 공격하려 하면 접고 있던 앞날개를 펼쳐 아름다운 뒷날개를 보여주는데, 그 때 뒷날개의 크고 환한 눈이 독특한데, 이 특이한 나방을 한번만 보고싶었던 소년.

한번만 보고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소년은 결국 나비를 훔치게 되고 양심이 깨어나고 두려워 죄책감에 용서를 빌지만, 이미 나비를 손상시켰다는 사실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한번 망가뜨린 것은 결코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러고는 나비를 꺼내, 하나씩 손가락으로 짓이겨 가루로 만들어 버렸어."

잔인한 이 문장앞에서 나도 모르게 헉 하고 눈물이 났던 아주 오래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이 책을 이렇게 다시 만나니 눈물이 나려 한다. 이 처절한 잘못, 그리고 절망, 자신이 그토록 아끼며 수집했던 보물 같은 수집품을 모두 부수는 행위가 나는 왜그렇게 슬펐을까? 잘못을 했으면 당연하지! 라고 말하고 싶다가도 에밀에게 용서받지 못한 채 돌아와 자신의 나비를 망가뜨리며 형체 없는 가루가 되는 나비를 바라보는 소년.

순수함 역시 그 순간 바스라졌고, 이런 아픔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을 바라본다. 어쩌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처럼 알을 깨고 나와야만 깨어날 수 있듯이, 한 소년이 성장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상실과 자아 붕괴가 아팠다. 하지만, 이만치 나이가 든 어른이 되고나니 안다. 이런 아픈 깨어남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을.

소년에게 나비였던 밤의 공작새, 과연 현재의 내게 밤의 공작새는 무엇일까? 내 주머니 안에 짓이겨버린 나비가 들어있지는 않은지, 나 안의 이기심과 수치와 직면할 수 있는지, 여전히 그 과정은 나이가 먹어서도 어렵지만 다시한번 이 그림책 소설을 통해 되돌아 보게 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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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깨어라 - 헤르만 헤세 청춘소설 3부작,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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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소설 세 가지를 담은 <스스로 깨어라> 책은 웅장하리만큼 힘있어 보이는 날개를 표지로 담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날개가 나에게 달릴 것 같은 상상을 해보며, 마흔중순이 넘은 이 나이에 다시만나는 소설 세 편이 반갑기만 하다. 책에는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그리고 싯다르타의 세 편이 실려있다. 책을 다 읽은 후, 다른 독자들에게 책에 실린 이 순서대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리뷰를 하며 차차 설명하겠다.

사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어린 시절, 별로 좋아하는 소설이 아니었다. 당시 십대였던 나는 주인공 한스의 삶이 배경이 독일임에도 입시 경쟁 지옥 안에 갇힌 대한민국 십대들과 닮아있음에 당시에도 놀랐던 기억이 생생했고, 마지막이 죽음으로 끝나는 한스의 비극이 마음아파 애써 외면했던 소설이었다.

데미안은 그에 반해 알에서 깨어나고 싶어 발버둥치던 마흔 초반 무렵, 일부러 다시 찾아 읽은 책으로서 엄마로서 그동안의 내 이름 석자로 지내던 삶을 벗어나, 내 안의 나를 찾지 못해 혼란스럽던 내가, 다시 새롭게 깨어날 수 있게 큰 영감을 준 책이었다.

싯다르타는 사실 그동안 접해보지 못해 이번에 처음 읽은 소설인데, 우와! 이 책 왜 몰랐나 싶을 정도로 진정한 깨달음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 정말 무쏘의 뿔처럼 나아가는 주인공 싯다르타에가 반해버렸다. 이런 어마어마한 소설을 왜 여짓 나는 몰랐던가, 그리고 이렇게 만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그렇다면, 이번 <스스로 깨어라> 책은 헤세의 소설 세 편을 담아 놓았기에 리뷰를 어떤 형식으로 하면 좋을까 먼저 고민해 본다. 가장 편하기로는 세 편의 소설을 각각 리뷰하는 것일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헤세의 작품 중 출판사에서 유독 이 세가지를 그것도 이런 순서로 배치해 놓음에는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책의 마지막에 헤세의 연보가 나와있을 뿐 작가에 관한 다른 이야기는 없었지만, 소설을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약간의 작가 리서치를 해본 헤세의 삶과 같이 연결하여 인생이라는 깨달음의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도록 하겠다.

먼저, 수레바퀴 아래서.

헤세의 삶과 너무다 닮아있다는 이 소설은 주인공 한스가 집안의 기대와 선생님의 기대, 온 동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신학교에 입학함으로써 시들어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헤르만 헤세 본인이 독일 남부의 선교사의 아들로 실제 수도원학교에 입학하며 우울증에 시달리고, 결국 시인이 되고 싶어 도망쳐 나온 이력을 생각할 때, 헤세는 어쩌면 한스라는 인물을 통해 한번 더 살고 자신의 메세지를 전달할 수 밖에 없었겠구나 싶다.

외부의 권위, 주변의 기대 따위에 나의 기대와 잘함과 착함이 모두 맞춰질 때 이루어지는 비극을 바라본다. 착한 엄마가 되서 다시 읽으며 반짝이던 한스의 시절, 그가 좋아했던 낙시와 오감열어 맞이한 자연을 서술한 앞 부분이 결론을 알고 읽어 그런가 너무나 슬퍼서 눈물이 났다.아이신드롬, K장녀신드롬, 우등생강박증 이 모든 단어가 결국 맞춰지는데, 한스의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났던 소설이기에 솔직히 나의 십대 때, 이 책을 읽고 너무 우울해져서 다시는 안읽겠다 속으로 선언했으며, 누가 이딴걸 필독서로 넣었냐며 혼자 열폭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필독서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당시 나는 철없고 어리고 시야가 좁아 몰랐으나, 이런 깨어나지 못한 채 짓눌리는 삶의 위험을 이제는 안다. 그렇기에 깨어나야만 한다고 이런 비극을 막아야만 한다고 서막으로 이 소설을 담아둔 것이 아닐까 독자로서 추측해본다.

그러면서 두번째 소설인 데미안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 유명한 문구,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된다.'를 다시 만날 생각에 가슴이 설랜다.

주인공 싱클레어는 인생의 위기 순간마다 데미안이라는 인물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벗어난다. 두 세계를 만날 때면 조마조마하며, 이만치 나이가 들어 보니 정말 책 속의 말마따라 신기하고 이상하게도 두 세계의 경계는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가깝게 있는 전혀 다른 두 세계. 그리고 싱클레어의 방황을 바라보며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데미안. 그는 결국 자신은 떠난다고 선언하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때는 네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봐. 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p.447> 결국 자기 자신이 자기 스스로를 인도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깨어 나와 자신을 바라보기를, 그럴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작가 연보를 읽다보니, 외부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헤세는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가 독일에서 비국민 취급을 당한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헤세의 아버지가 사망하고 아내도 정신분열증으로 입원하고 막내 아들이 중병에 걸린다. 이런 힘든 시기에 융의 제자인 J.B랑과 정신치료를 시작하였고, 이 경험이 데미안 집필에 영향을 주었다 한다.

조심스럽게 싱클레어에게 큰 도움을 준 데미안이 어쩌면 그런 의미이지 않았을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해도 괜찮다, 그렇지만 결국 궁극적으로 완전히 네 삶의 주인이 되어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깨어 인도자가 되야한다, 그런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늙고 읽으니 그 점이 젊어 읽었을 때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관전 포인트였다.

마지막으로 싯다르타. 우와, 이책은 무엇! 수레바퀴 아래에서 깨어나지 못한 자아의 비극을 만났고, 데미안에서 결국 자기 스스로가 인도자가 되야함을 알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나를 찾아 나아가야할까? 진정한 깨달음은 무엇일까? 그리고 결국에 앞으로 나아가며 삶을 찾아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싯다르타는 소위 우리가 말하는 엄친아다, 인도에서 높은 계급인 브라만의 아들이고, 잘생기고, 아름답고, 총명하고 해서 모두의 기대와 사랑을 받으나 싯다르타 본인은 절대적 진리를 찾아 결국 아버지를 떠나 승려가 되겠다고 친구 고빈다와 길을 떠난다. 고타마를 만나며 진정 깨달은자의 모습을 알아채면서도 결국 깨달음은 스스로가 얻는 것이라는 생각에 가르침을 받지 않고,속세로 향하는 싯다르타. 그곳에서 카밀라라는 여인과 사랑을 나누기도 하고, 장사를 배우기도 하며 현실 세계 속 가각을 경험한다. 싯다르타는 결국 직접 경험과 자기 스스로가 깨달아야함을 알고 아버지로 시작하여 친구 고빈다 여인 카밀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들마저도 떠나가는데, "아들이 생겨 행복과 만족을 얻은 대신, 괴로움과 걱정이 함께 자라났다는 것을"<p.574>특히 아들을 떠날 때의 번민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아들을 떠나보내고 강물에서 바라본 자신의 얼굴에서 느껴진 싯다르타 본인의 아버지 얼굴을 보며, 고행자들을 따라가게 해달라 조른 젊은 날의 자신과 그 뒤에 겪었을 아버지의 외로움, 이 어처구니 없는 운명의 순환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서 많은 생각이 머물었다.

늘 조용히 들어주며 수행을 도와준 바스데바 마저도 떠나고 강물에서 결국 모든 시간은 하나이며 세상의 모든 소리가 하나의 화음임을 깨닫는 싯다르타에게 마지막에 고빈다가 찾아오고, 고빈다는 싯다르타의 모습에서 완성된 자의 광휘를 보게 된다. 결국 지금 이 순간이 영원임이 주는 평화에서 나 역시 큰 위로를 받는다. 또한 우리가 섣불리 저지르는 이원성을 하나의 전체안에서 극복하고 싶어진다. 어쨌으나 깨달음의 완성은 결국 싯다르타처럼 방황하는 과정 안에서 하나하나 찾아오는 것, 그렇게 우리는 진정한 깨달음을 위해 나아가야할 것이고, 그 길은 누가 대신 가줄 수 없는 것임을 안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가장 마지막에 실려 마침표를 찍은 것이 아닐까?

싯다르타에서 발견한 시간의 개념안에서 바라본 청춘은 사실 어쩌면 지나간 시절이 아닐지 모른다. 결국 우리 삶안에서 다시고 찾아오고 다시고 흘러가며 강물처럼 흐르는 거대한 순환의 하나겠지. 그렇게 깨어있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야겠다. 그렇게 살다보면 언젠가 만나게 될 진정한 자유를 기대해본다.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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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쉬는 숨 - 공기, 물, 햇빛이 우리를 아프게 할 때
데브라 헨드릭슨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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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언제나 등장하는 화두, 우리가 어린 시절 느끼던 계절과 현재의 계절이 얼마나 변화하였는지 온 몸으로 체험하는 지금, 가끔씩 이런 세상에 아이들을 부른 것이 미안해지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라는 단어는 우리가 자랄 때도 자주 언급되는 단어였지만, 그 위험성이나 실체를 모르다 현재에 이르러 이상적인 기후 변화라든가 예전엔 없었던 미세먼지나 초 미세먼지 등의 실체를 만나면서 불안과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우리의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비록 나 하나뿐일지언정 조금이라도 환경에 친화적인 사람이 되어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하고자 아등바등하지만, 과연 한명의 개인이 쏟는 정성과 노력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늘 의문이다.

그러던 중 만난 데브라 헨드릭슨의 '아이들이 쉬는 숨'의 책은 기후위기를 추상적인 숫자가 아닌 실제 아이들의 생존과 호흡, 즉 숨 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여 부모인 우리로 하여금 정말 절실하고 구체적인 이슈로 와닿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는 도시인 네바다주 리노에서 소아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전에 없던 기상 재해로 앓는 아이들을 보며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책은 총 다섯 장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사례를 통해 기후위기의 단면들을 소아과 의사의 시선으로 세밀하게 기술해 놓았다. 거대한 산불로 인해 뒤덮인 연기가 어떻게 미성숙한 아이들의 폐에 손상을 입히는지, 천식 환아들의 고통은 어떠한지, 지구 온난화로 달라진 계절과 알레르기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폭염이 성인보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치명적인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나는 공기와 혈액이 마치 강처럼 흘러 폐를 통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들이 기도와 동맥과 정맥이라는 지류를 타고 흐르는 것을 보면 자연이 스스로를 모방하고, 지구가 가장 좋아하는 형태가 우리 인간의 신체 구조에 그대로 나타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의사 이전의 직업이자 전공인 환경학을 공부하면서도 나는 우리가 환경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 환경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도 있다."<p.49>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며 마지막에 들었던 생각은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국가라는 한계를 넘어, 푸른 행성인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었다. 우리인류는 우주역사 중 아주 찰나의 순간에 등장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별의 먼지에서 태어나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이 오래전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져 왔고, 우리는 우주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탐험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임을 생각한다. 그러므로 결국, 우리 자신을 파괴하는 것은 우주의 의지를 저버리는 일임을 깨달았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며 그때의 마음이 겹쳐졌다. 위의 발췌문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듯, 결국 우리는 환경과 분리될 수 없고 사실 환경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으므로 말이다.

그렇기에 기후위기는 곧 건강위기이며 특히 어린이들의 건강 위기를 생각하면, 보건 위기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깊숙히 파고든다.

"아이들은 몸의 크기 때문에도 더 민감하고 쉽게 영향을 받는다. 어른에게 맞춰진 약의 용량이 아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것처럼 동일한 '용량'의 대기 오염이나 더위가 어른보다 작은 몸에 훨씬 더 위험한 것이다."<p.19>

우리가 만들어낸 뜨거워진 지구가 우리 아이들을 해치고 있음을 가슴 아프게 읽어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사랑으로 어떻게든 이를 해결 할 수는 없는 것일까 막연하고 좀 어이없는 생각을 해보게도 한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겁이 나기도 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러기엔 우리는 어른이고 어른으로서의 책임과 윤리를 지니고 있음을 외면할 수 없다. 기후 위기는 어쩌면 세대간의 불공정함으로 패스되고 있음을 그런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최소한으로 방패가 되어주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아이들의 숨을 지키기 위해 공동체적으로 줄 수 있는 작은 변화가 무엇이 있는지 과연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마스크를 쓸 일이 더 적어지길 소망해보며 책을 덮는다. 책을 덮는 이 마음이 참으로 무겁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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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이와 동화로 배우는 4학년 과학 - 자석의 이용·물의 상태 변화·생태계·기후 변화 라온이와 동화로 배우는 과학
최광식 외 지음, 술작 그림 / 뭉치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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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무엇이냐 물으니 체육-영어-과학 순서로 대답을 하였다. 과학이 재미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신기하기도 하였는데, 라떼는 시절의 과학은 주입식 위주의 과학이어서 그런가 실험마저도 무언가 어렵고 힘들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지 궁금하기도 하였는데...뭉치 출판사에서 나온 라온이와 동화로 배우는 4학년 과학은 과학문해력을 중점으로 잡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를 바탕으로 과학시간에 배우는 개념과 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과학문해력이란 세상을 논리적으로 바라보고, 사물의 원리를 스스로 설명하며, 다른 사람의 질문에 근거를 들어 답할 수 있는 힘입니다."<작가의 말 두번째 문단> 라고 책의 초반 설명되어 있듯, 단순히 과학 문제를 잘 푸는 것, 혹은 외우는 공부가 아닌 일상에서의 사건을 스스로 살피고 원인과 결과를 탐구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음에 힘을 실어주는데, 이런 접근이 너무나도 반가워 나의 어린시절에도 이런 과학을 접했으면 얼마나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을까? 잠시나마 상상해보았다.


책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가 8편 실려있고, 각각의 동화 내용은 과학 개념과 원리를 중점으로 각색되어 풀어지는데, 이미 친근한 이야기 속에서 새롭게 만나는 개념이라 재미있게 읽어내려가며 하나씩 교과서 속의 내용들을 짚어볼 수 있다. 마침, 아이가 1단원 평가를 이미 보았기에 자석과 관련한 챕터를 예를 들어 간단히 리뷰를 해본다.


자석의 개념은 빌헬름텔의 이야기에 녹여들어가져 있다. 억울하게 지하감옥에 갇혀버린 빌헬름텔을 구하러 출발한 라온이. 자석의 성질을 이용하여 기발하게 빌헬름텔을 구출한다.

"감옥에서 철 막대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그걸 두드려 자석을 만들었죠. 철 막대를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 두드리면, 안에 있는 작은 알갱이들이 한쪽 방향으로 줄을 서게 돼요. 그렇게 되면 자석처럼 철을 끌어당기는 힘이 생기거든요. 그 힘으로 열쇠를 끌어 올린 거예요."<p.22>

어떻게 감옥열쇠를 꺼냈는지 궁금해하는 빌헬름 텔에게 똑 부러지게 대답한 라온이.


"이 막대자석을 저 배의 나침반 근처에 놓을 거예요. 나침반 바늘도 결국 자석이기 때문에 이 박대자석의 영향을 받으면 정확한 방향을 가리킬 수 없게 되죠."<p.23>

탈출계획으로 나침반 역시 자석임을 언급해주고, 철갑옷을 입은 병사들에게 돌멩이를 던져 멋지게 승리한다. 마침 마을에 있는 돌은 천연자철석으로, 자석의 성질을 가진 돌이었던 것이다. 철갑옷에 붙은 돌이 무거워 바닥에 쓰러진 병사들의 모습에서 자석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동화로 훑은 개념들은 간단하게 두 페이지에 걸쳐 소개된 '그것이 궁금해'와 '선생님과 과학 읽기'라는 코너에서 좀 더 자세히 개념 소개를 추가해준다. 자석의 두 극, 나침반, 그리고 지구도 결국 거대한 자석임을 아이들이 배우게 된다. 마지막으로 '더 알아볼까?'라는 코너에서는 아이들이 자석을 활용한 장난감 만들기를 통해 같은 극이 서로 밀어내는 자석 성질로 재미있는 활동을 해볼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 과학책에 수록된 자석, 물, 화산과 지진, 생물, 행성, 생태계, 기체와 부피, 날씨 등의 내용을 재미있는 동화와 명쾌한 설명, 팔로우업 활동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배우니, 아이들이 교실에서 배운 교과에 이어 이 책을 통해 미리 예,복습을 하며 더욱 친근하게 일상에서 만나는 과학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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