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범인의 독백이 너무 지루했다. 나는 빨리 범인을 알고 싶은데 자꾸 계몽주의 이야기를 하니 범인의 챕터는 대충 읽고 넘어가게 되었다. 다른 평가를 보니 취향을 타는 부분인가 보다. 5대 도스토예프스키 작품를 읽어보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옛날 느낌이 나서 출판 년도를 봤더니 22년 흐음. 경찰의 실제 수사방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난다.
월선의 죽음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용이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굳센 의지. 월선의 얼굴을 닦아주고 머리를 빗어주며 나누전 대화들. 원 없이 살았다는 월선은 용이의 얼굴을 보고서야 숨을 거두었다. 운명적 사랑을 마감한다는 말이 참 어울렸다. 그 뒤에 이어지는 임이네의 아귀같은 모습과 비교되면서 월선과 용이의 자태가 더욱 빛났다.
처음 알게된 독립운동가가 이토록 많다니. 이번 책의 주인공은 ‘정율성’이다. 음악으로 이루겠다는 다짐아래 이름마저 바꾼 사람. 그 당시 중국대륙에 울려퍼졌다는 옌안송을 유튜브에 검색해보았더니 중국어로 된 노래와 한국어로 된 노래가 있었다. 가사를 모르고 들었다면 서정적인 노래구나 했을거다. 광주에서 중국으로. 의열단으로 시작해 수많은 단체에서 독립운동을 한 그. 동지인 중국인 설송과 결혼하고 가진 하나뿐인 딸 소제. 소제는 바이올린이라는 뜻이다. 바이올린을 팔아 살게된 아이라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광복 후 다시 북한으로. 그리고 다시 중국으로.그의 생을 이토록 간략하게 축약해놓은 만화지만 그가 겪은 수많은 고난를 어림잡을 수 있었다. 늦게라도 이 분의 성함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1960년대에 성인이 된 여자들 15명이 60대가 되어서 쓴 글을 모아두었다. 미국에서 2014년에 출판되었다. 글이 한편씩 소개되고 중간 중간 1960년, 1961년에 일어난 일들이 나열되어 있다. 월트 디즈니의 죽음이라던가 하버드 대학교 등록금 액수같은게 주르륵 나와있다. 60년대를 회고하면서 쓴 내용이 많아 현재와 격차가 있지만 변하지 않은 것들도 많다. 20-30대에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여자들이 한참을 지나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는데 그 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