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평안과 성공을 위한 4가지 신성한 비밀
프리타지.크리슈나지 지음, 추미란 옮김 / 김영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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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의 일상에서 '명상 프로그램' 을 본 적이 있다. 동적인 행위를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자신의 호흡과 몸에 집중하는 모습이 참 신선했다. 명상법에 관련된 책은 처음인데, 각 챕터별로 소개된 마음의 평안에 대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존재보다 행위에 집중한다. 책에 따르면, 존재는 내면의 상태이고 행위는 바깥세상에 보이는 우리의 얼굴과 같다. 목표 지향적인 행위보다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고통받지 않고 '아름다운 상태' 에 존재하는 게 중요하단 거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상태는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까? 


이상적인 마음을 위한 명상법이 이후 제시된다. 바로 <소울 싱크>이다. 책을 읽은 후 시도해 보긴 했지만, 아직 매끄럽진 못하다. 깊은 이완의 상태를 통해 부교감신경이 활성되므로 목표에 편안히 집중할 수 있는 원리이다. 


이어 저자는 우리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 를 들여다보길 권한다. 이 '상처받은 아이' 는 정신과 책에서도 자주 나오는 개념이다. 어릴 적 부모님에게 거부당한 기억, 친구에게 상처입은 기억 등을 담은 이 아이는 괴로운 상태로 우리 의식 속에 여전히 존재한다. 사회를 향해 쓴 가면을 벗고 , 스스로의 감정 상태를 파악해야만 '상처받은 아이' 가 스스로와 우리의 주변 사람들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책에 제시되는 네 가지 비밀을 매일 조금씩 나누어 읽고, 또 언급된 명상법을 직접 따라해본다면 그 자체만으로 내가 처한 고통의  마음상태가 많이 편안해 질 것 같다. 명상에 생소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매력적인 입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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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의 기술 - 유혹의 시대를 이기는 5가지 삶의 원칙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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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으로 일하라' '효율적으로 놀아라' '효율적으로 생각하라'

빠른 일처리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효율은 정말 많이 언급되는 단어이다. 인터넷 서점에 검색을 하니 효율과 관련된 책이 600 이상 나왔다.


그렇다면 절제와 관련된 책은 건일까? 100 남짓이다. 앞선 문장을 모두 절제로 바꾸어 보았을 , 어딘가 어색한 느낌도 많이 든다. 혹시 '생각을 절제하라' '절제하며 일해라' 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최대로 행복하고 최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에서 산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매 순간 전전긍긍하며 살 수는 없다." 진정한 행복을 위해, '절제' 필요한 이유이다.

첫 번째 원칙 : 선택지 줄이기


“문제는 오히려 우리가 항상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많은 행복을 없이 쫓아다니는 있다.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쾌락적응 또는 쾌락 쳇바퀴 라고 한다. 자극에 익숙해지는 인간의 특성상 소비나 성취로 행복감을 느껴도 이 자극은 일시적이란 것이다. 끊임없이 자극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사회가 만들어낸 일종의 강박 아닐까. 모두가 행복하고 잘 사는 모습을 자랑하기 때문에 평온한 상태는 오히려 '따분한 것' '재미없는 것'으로 비춰진다.

나 역시 휴학 이후 '여행 안가? 놀러다녀야지! 매일을 즐기기에도 모자란 1년인데'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물론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하는 건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매 순간 자극을 추구하다 쾌락 쳇바퀴 속에 갇혀버린 자신을 발견할 것만 같아 두렵다.


두 번째 원칙) 진짜 원하는 것 한 가지만 바라기


원하는 가지에 대해 선이라는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말이 처음에는 와닿지 않았다. 갑자기 독자에게 착해지라는 말을 하는걸까? 책에서 보통 하나의 목표를 잡으라는 성취를 위한 선택과 집중 같은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들어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번째 장을 읽으며 내가 이해한 '선' 은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가치이다. 정직/ 소명의식/ 인류애/ 사랑 같은 것들이다. 거창해 보이지만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만약 성공을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최고급 음식을 주말 저녁에 와인 한잔과 먹는 것” 이라고 하면 형태도 한계도 끝이 없어진다. 왜냐면 맛있는 레스토랑은 넘쳐나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맛있는 곳을 찾아야 하고, ‘최고급 음식’ 스테이크, 파스타, 한우.. 끝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사랑하는 사람과 저녁 한끼를 먹는 소중한 삶” 꿈꾼다면 이상 음식의 종류/가격/레스토랑 등은 중요하지 않다. 이렇게 비교 대상을 세울 없는 궁극적인 하나를 선이라고 표현한 아닐까?



세 번째 원칙) 기뻐하고 감사하기


“리쾨르에 따르면 자기동일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삶을 하나의 전체로서 성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삶을 하나의 서사로 보는 것이다.


젊음을 숭배하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 요즘 시대에는 ‘더 많은 ,새로운 것’ 이라는 정체성의 변화를 추구하는 하다. 하지만 내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일관되게 살고 있었다. 그들만의 확고한 취향과 자기동일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기승전결이 대부분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각자의 인생을 편의 소설에 비유했을 , 장이 아무런 공통점도 없이 산발적이라면 과연 누가 읽을까?



네 번째 원칙)단순하게 살기


사회는 ‘이 정도면 충분해, 잘하고 있어’ 라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공부도, 예체능도 잘해야 한다. 더불어 성격도 좋아야 하고, 이타적이고, 부모님 말씀도 들어야 한다. 복합적인 능력을 원하는 사회에서, 과연 구성원의 행복이 보장될 있을까? 나는 그럴 없다고 본다.


“개인의 삶과 사회 활동 거의 모든 것이 점점 빨라지고 효율적으로 변하지만, 그런데도 우리의 여가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단순하게 살기’ 가 중상층의 하나의 자기계발 이념으로 퇴색되어 버린 현실도 지적하고 있다현대인들이 이야기하는 단순함과 미니멀리즘은 결국 가구 시장의 트렌드로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 냈을 뿐이다부모님과 미니멀리즘 추구하자며 오래된 가구를 버린 , 이케아에 생각을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시걸은 소비사회의 문제를 극복하려면 일이 지닌 본래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의미있는 일을 하면 자체가 보상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일의 가치에서 만족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직업 자체에서 보람을 찾기가 굉장히 힘든 구조상 직업이 수단이 되었을 , 사람들은 불만족을 소비의 형태로 채운다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일의 가치' 에서 만족을 느끼며 살아갈 있을까? 사회의 구조와 산업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수의 직장인들에게 말은 뜬구름 잡기이지 않을까.



다섯 번째 원칙) 기쁜 마음으로 뒤처지기


마지막 장에 이르러, 개인적 수준에서 실천 가능한 절제의 원칙이 나온다.


첫째,선택해야 때를 선택하라. 때론 습관에 기대는 낫다.

둘째,오직 최고만 좋다는 생각은 말이 된다. 어떤 것이 내게 만족스럽다면 그건 좋은 맞다.

셋째,대부분의 결정은 돌이킬 없다.

넷째,감사해라.

다섯째,무언가에 중독될 ‘쾌락 쳇바퀴’ 떠올려라.

여섯째,남과 비교하지 마라. ‘최고급’ 물건에만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속물근성은 무시해라.

일곱째,한계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라.




저자가 사는 행복지수 1 국가인 덴마크와 우리나라는 분명히 환경이 다르다. 행복에 관한 관점, 공동체 의식, 혹은 사회 구조 모든 이론을 완벽하게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계속 언급하는 절제의 기술은 분명 한국 사회에 필요한 가치이다.


"절제의 기술은 더 힘든 상황에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내 앞에 놓인 무언가를 기쁘게 내려놓는 마음이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절제해야 하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고 건강한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욕망을 줄이고, 소비를 줄인다면 불평등도 덜할 것이고 지역 커뮤니티에서 함께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이 풍부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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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충 살고 싶지 않다 - 대범하게 시도하고, 열렬히 사랑하라
리쓰위안 지음, 오하나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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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번에는 <나는 대충 살고 싶지 않다> 라는 과감한 제목의 책을 읽어보았다. 독서 취향도 나이에 따라 변하는 건지, 몇년 전에는 펼쳐보지도 않던 자기계발서가 요즘에는 눈에 들어온다. 나태해진 일상에 동기부여 용으로 한 장씩 펼쳐보면 딱인 책이다. 2020년에 출간된 책이라 그런지 구체적인 사례들은 공감이 많이 되었다.


총 5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 장마다 다양한 사례들로 세분화되어 있다.그 중 몇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모든 오늘이 인생 최고의 날이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다. 많이 부족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일인 독서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서평단 활동도 계속 도전하며 지내고 있다. 그런데도 마음 한켠에는 불안함이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지금 휴학생 신분으로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지만 전공분야에서 남들보다 뒤쳐지는 건 아닐까. 여유를 가질 시간에 전공책을 한 장이라도 더 넘기고, 일년이라도 빨리 취직해야 하는 건 아닐까.


"진정으로 생동감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란 마음속에 시 한 구절과 이상향을 품고, 행동에 활기를 싣고, 넘치는 열정으로 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하지만 현실의 문제에 부딪혀 한 번 시도해볼 용기조차 사라지기 전에,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열정이 이끄는 대로 살아보는 것도 가치있을 거라는 힘을 얻었다.

『모든 인생에는 저마다의 리듬이 있다』

책에 ‘SNS용 노력’ 이란 말이 등장한다. 실제 노력 여부에 관계없이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노력을 뽐낼 수 있는 세상이란 거다. 하지만 이 사진들은 사실 자신을 속이는 허상에 불과하다.

우리의 희로애락은 SNS 안에만 존재한다는 말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공간과 맛있는 음식들이 SNS 상 한껏 보정한 사진 안에만 존재한다는 것. 우리는 더 이상 노래 한 곡, 음식 하나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음식 사진을 수없이 찍느라 다 식은 음식을 먹고, 신곡이 나오면 여러 번 듣기도 전에 프로필 뮤직을 업데이트 해야하므로.


"당신의 인생이 당신의 SNS만큼 다채롭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SNS속 이상적인 그 삶과 마찬가지로 현실 속 인생도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의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고 소화하기도 전에 나는 혹시 SNS 사진을 찍고 보정하느라 바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문구였다.ㅇㅍㅇㅇㅇㅇㄹㅇㄴㄹㅇㄴㅇㄴㄹ



성공을 위한 거창한 삶의 목표를 제시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만족에 집중하는 책이다. 하지만 3장과 4장에서 주체적인 삶을 위해 여성들에게 건네는 조언은 조금 구시대적이다. 철저히 남성 작가의 시선에서, '여성은 어리광을 피우는 존재' 라는 고정관념이 많이 보였던 지라 아쉬웠다. 나머지 내용들은 젊은 세대들을 위한 위로와 쓴소리가 적절히 섞여 있는 괜찮은 자기계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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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 온 뒤를 걷는다 - 눅눅한 마음을 대하는 정신과 의사의 시선
이효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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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의사가 쓴 책이라고 하면 독자들은 다양한 환자를 만나고 치료하는 에피소드를 기대한다. 심지어 이 책의 저자는 돌발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정신과, 그 중 만성 질환인 조현병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하지만 프롤로그에 쓰여 있듯 이 책은 의사라는 직업을 설명하는 도서가 아니다. 혹은 건강 관리나 심리학 메뉴얼을 담고 있지도 않다. 그저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 시선은 따뜻한 구석이 많아 보인다.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 그 만남을 통해 배운 것.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운 마음을 책에 담았다.



만성 정신질환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은 '비 온 뒤' 의 눅눅한 시간들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비 온 뒤의 길은 사실 우리 대부분이 걸어가는 그 길이다. 우리 역시 조금이라도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며, 세상의 눅눅함을 견뎌내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을 만나며 느낀 다양한 감정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통찰은 우리가 정신없이 걷는 걸음을 잠시 멈추어 생각하도록 만든다.


"정신과 의사에게는 그가 근무하는 ‘방’ 이 세계다. 결국 그 방에서 만나는 사람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바라보니 그러하다. 의사라는 집단은 어찌 보면 ‘세상물정 모르는 백면서생’ 들로 구성된 것 같지만, 모두들 직업이라는 창으로 세상을 보듯, 의사도 환자를 통해 보게 되는 세상이 적지 않다."


내게 의사는 흰 가운에 다소 딱딱한 말투로 진료를 보는, 따뜻함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이다. 요즘은 유투브나 SNS로 소통하는 의사들이 많긴 하지만 여전히 친숙한 느낌은 아니다. 그런데 이 의사는 환자에게서 세상을 배운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치료하는 환자들로부터 배운 세상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에서 세상은 때로는 따뜻하고, 눈물겨우며, 또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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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겪는 여러 상황들을 정신의학적 해석으로 풀어 놓은 챕터들이 공감이 많이 됐다. 그 중 몇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급할수록 버스에 두고 내리자>

나는 굉장히 특이한 습관을 갖고 있다. 시험기간에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하며 암기를 하는 것이다. 단순암기가 필요한 과목들의 경우, 핸드폰에 한 장으로 정리해 간 후 러닝머신을 뛰는 30분 동안 계속 반복해서 외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책상 앞에서는 그렇게 어렵던 공부가 척척 된다. 이 챕터에서 내 오래된 의문이 풀렸다.

나는 ‘반드시 지금 해야 할 일을, 생각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옮겨보는 것'을 하고 있었던 거다. 저자는 급한 기획안을 처리해야 할 때 무작정 고속버스를 타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버스에 탄 2시간은, 기획안을 쓰는 시간이 아니라 여행을 가는 시간이니까 마음이 가벼워 지는 거다. 그러면 ‘안 해도 되는 기획안 생각을 해 볼까..?’ 라며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다.


<듣는 마음을 미루어 짐작건대>

현대 사회는 더 이상 소수자를 웃음거리로 삼거나 차별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욕설, 단어들의 사용도 지양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입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언급되는 한 단어가 있다. ‘미친놈/년’ 이다. 나는 ‘미쳤다’라는 표현이,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자들의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자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미친 가창력’ ‘떡볶이에 미쳤다’ 등 일상생활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 조차 그것을 듣는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되는 혐오발언일 수 있었다. 생각치도 못한 말에,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참는 자에겐 식은 핫도그가 남나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인내한 아이들이 성적도 좋고, 사회적 성취도 좋았다는 결론의 '마시멜로 실험' 은 너무도 유명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 실험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한다. ‘인내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줄 여력이 있는 가정환경’ 이 보장될 때만 결론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당장 먹을 음식이 없는 흑인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만족 지연'이 굉장히 비합리적이다. ‘꾹 참고 버티면 좋은 날이 올거야’ 라는 말이, 항상 옳지는 않다. 때로는 순간의 만족을 위해, 따뜻한 핫도그를 베어 무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개개인의 상황은 너무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말이 놓이는 자리>


"우리말의 존댓말과 반말은 오묘한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세대 간의, 직책 간의 명확상상하 관계를 만들어 사회적 발전의 한 장애물로 비난받기도 한다. "


나는 언어가 사고방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존댓말과 겸양표현이 없는 영어로 내 생각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의견을 교류할 때 더 솔직해진다. 예전에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닐 때 우리 반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이 있었다. 상하관계가 없는 영어라는 언어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편하게 대화하다 보니, 세대차이나 나이에서 오는 불편함은 전혀 없었던 기억이 났다.


<영국 왕을 모셨지>

세상에, 이 정신과 의사는 문학적 소양까지 뛰어나다. 저자는 보후밀 흐라발의 소설 <<영국 왕을 모셨지>>를 인용하며 자신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빤히 들여다보이는 나의 얄팍함. 그 안에 자리 잡은 내 이기심, 공명심, 열등감… 우리의 주인공인 그 웨이터, 그는 갱년기의 정신과 의사를 꼭 빼닮았다."


책을 읽는 내내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예리한 통찰력, 환자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 등 완벽한 모습만 봐왔던 지라 조금은 의외였다. 이 사람도 시기와 질투를 하고, 또 자책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더 가까워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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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독자에게 여러 고민을 털어놓는다. 환자의 삶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 어떤 위로를 해야 하는지 등의 직업적 고민일 때도 있고, 세월호 같은 비극적 사건의 트라우마나 난민 문제, 혹은 세대 간 갈등 등의 사회적 고민일 때도 있다. 그리고 책을 읽어나가며, 따뜻한 세상을 위해 함께 고민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나아갈 길이 비 온 뒤의 눅눅한 그 길이라도, 함께 걸어간다면 버틸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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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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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코로나19' 를 예견한 소설

2020년 전 세계 역주행 베스트셀러 1위!

<어둠의 눈> 출판사 소개글 중

40년 전 ‘코로나19’를 예견한 소설이라니..나는 책을 받자마자 바로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버린 바이러스에 관한 내용은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책의 뒤편에 써있는 문구에는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지역명까지 언급되어 있었다. 이 문구를 본 뒤부터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우한-400이라는 글자를 찾기 위해 매우 집중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언급은 451페이지 분량의 책 중 435 페이지에 처음 나온다.

작가가 아이를 감염시킨 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실에서 개발되었다는 걸 40년 전에 소설 내부의 설정으로 고안해 낸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소설이 코로나 19로 인한 현재 상황과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지는 않다.

<어둠의 눈>은 추리 서스펜스물 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소설은 아들 대니가 죽은 줄만 알았던 티나가 아들 방에서 ‘죽지 않았어’ 라는 메시지를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의 생존은 확실시되고,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티나와 그녀의 연인 엘리엇은 사건의 근원지에 가까워진다. 결국 대니는 정부의 우한-400 감염실험에 이용된 피해자였고 그 과정에서 생긴 초능력으로 그 둘을 불러들인 것임이 밝혀진다.

내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건 소설의 전개 방식이다.

넷플릭스 원작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면 책을 읽는 내내 너무도 익숙한 느낌이 들 것이다. <기묘한 이야기>에서도 한 아이가 실종되고, 전구가 깜빡이거나 주파수에 맞춰 신호를 보내는 등의 초자연적 방법으로 아이가 바깥 세상에 연락을 시도한다. 그리고 그 단서들에 맞춰, 아이들이 서서히 정체불명의 괴물에게 가까워져 간다.

대니가 보내는 신호에 대해 티나는 엘리엇에게 이렇게 표현한다.


"있죠, 마치... 밤 자체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 밤과 그림자와, 어둠의 눈이요."-<어둠의 눈> P. 249

40년 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읽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정말 대니가 살아있을까?’ 라는 의문을 독자도 함께 품으며 주인공을 따라가도록 단서를 하나씩 던져주는 작가의 필력은 놀라웠다. 또한, 대니가 있는 장소를 추리하고 정부 요원들을 따돌리는 주인공들의 작전은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전쟁통에도 사랑은 피어나듯, 그 와중에 나오는 약간의 로맨스까지.

생화학 무기를 만드는 전체주의 국가들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된 시에라네바다산맥의 연구소에서 미국은 적국들과 똑같은 생체실험을 하고, 무기를 만드는 ‘괴물’ 이 되어 있었다. 여기에 목숨을 걸고 아들을 구출한 주인공과 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낸 과학자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글쎄요. 나는 이제 어떤 조직보다 개인들이야말로 훨씬 더 책임감 있고 도덕적으로 행동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래서 우리가 정의의 편에 서 있는 거죠.” -<어둠의 눈> P.381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기발한 구성. 잘 짜여진 스릴러 미국드라마 한 편을 정주행 한 느낌이다. <기묘한 이야기> 같은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정말 추천한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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