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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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가와이간지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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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10주년 리커버 에디션으로 ‘데드맨’이 나왔다. 이 ‘데드맨’에 집착하듯 매달렸다. 다음 전개가 궁금해서, ‘데드맨’의 정체가 궁금해서, 연쇄 살인범이 왜 어떤 목적으로 여섯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고 그는 대체 누구인가가 미치게 궁금해서. 그러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미치도록 속도를 내 달릴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여섯 사람이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연쇄살인사건. 머리가 없는 시체, 몸통이 없는 시체, 오른 팔이 없는 시체, 왼쪽 팔이 없는 시체, 오른쪽 다리가 없는 시체, 왼쪽 다리가 없는 시체.
이렇게 여섯 시체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는 ‘데드맨’이 얽히는 가운데 형사 ‘가부라기’가 중심이 된 수사팀이 수사를 추적해 나가는 사건. 범인은 대체 누구이며 왜 시체를 절단해 가져갔을까, 의문의 연속이 펼쳐지는 가운데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는 일회용 장갑, 중년에서 장년에 해당되는 것으로 밝혀진 머리카락, 시체가 담겨있던 욕조 물의 ‘장기보존액’ 성분, 매끈하게 잘라낸 절단 부위와 같은 단서들로 사건을 추적해 나가지만 수사는 난항이 거듭된다. 그러한 와중에 그 여섯 시체에서 잘라낸 부분으로 자신이 만들어졌다는 메일을 수사팀에 보내온 ‘데드맨’으로 수사는 새로운 바람이 부는데…

그냥 연쇄 살인 사건도 아니고 몸의 각 부분이 절단되어 발견되는 여섯 구의 시체가 소재로 설정되는 것은 꽤나 자극적이고 엽기적이다. 그러한 뜨악함을 무찌르는 이 소설의 강점은 너무나도 많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흡입력, 독자를 끌어들이는 사건과 인물 설정, 지루할 틈 없는 속도감 있는 전개, 이야기에 몰입되어 그것을 믿게 만들었다가 뒷통수를 치는 반전과 속임수. 이 전체를 아우르는 것은 무엇보다 작가의 가장 힘이라고 할 수 있는 ‘논리’다. 눈을 떼기 힘든 서사 속에서 하나 하나씩 던져진 수수께끼를 파헤치며 답을 향해 달려가는 그 논리는 활약을 거듭한다. 치밀하고 새로운, 너무나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야기였다. 일본 소설에 갖는 내 나름의 편견을 깨뜨린, 촘촘하게 완성된 소설이었다. 큰 기대가 없었는데 기대가 완성된 소설이었다.

그래서 데드맨은 진짜 누구인지, 여섯 시체를 절단한 그 연쇄 살인범은 누구인지, 왜 그렇게 잔혹하게 죽이고 남겨두었는지, 그 진실의 속내 또한 반전을 거듭한다. 오랜만에 읽은 장르 소설이었는데 푹 빠져 읽었다. 몰입과 즐거움의 경지여서 추천.
미스터리, 추리 좋아하고 형사물 좋아한다면 더욱 추천. 찾다보니 이 데드맨이 특수반 시리즈 중 처음이라고. 찾아 읽어야겠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선과 악은 쉬이 정의를 내릴 수도, 어떤 답을 구할 수도 없는 차라리 인간 존재의 근거는 아닐까. 어떤 이의 인생을 가르는 것이 인간의 ‘악’일때 우리는 무엇에 기댈 수 있을까. 내게 이 소설은 인간의 선과 악을 다시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 더 강력하고 독하고 힘이 센 것이 ‘악’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씁쓸함을 남겼다. 현실은 그리 권선징악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인과응보는 숨쉬고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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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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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천선란 #자이언트북스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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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눈> , <우주늪>, <이끼숲> 세 편의 소설이 실린 연작 소설. 천선란 작가의 세계가 이런 것이구나. 한없이 슬픔을 뚝뚝 흘리면서도 사랑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 절망의 울타리 속에서도 그 우물 안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희망. 지독한 삶의 허무속에서도 삶을 잃지 않겠다는, 잃고 싶지 않다는 갈망.

천선란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는 마치 투명한 호수 같았다. 모든 것을 숨김없이 곧게 비추는 호수. 맑고 투명한 그의 호수에서 손을 씻고 발을 담그고 싶었던 것은 그 호수에 너무나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랑이 아니면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도저히 불가능한 마음과 끌림과 선택과 행동은 그들의 삶이 지상이 아니라도, 결코 완벽해질 수 없다 해도, 그래서 어떤 위기와 불행이 닥쳐온다 할지라도 상관없는 것들이었다. 사랑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랑의 상실을 목도할 때 우리가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 생생히 그려내면서도 다시 일어나 과감하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사랑’ 오직 그것 때문이라는 것을 작가는 여지없이 보여준다. 그러한 사랑에, 갑작스런 이별에 마음이 제대로 설리 없다. 마음따라 몸도 무너진다. 사랑이 아니면 결코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서린 문장들에 하염없는 마음이 되었다. 3편의 소설 모두 나는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며 사랑을 느끼고 확신하고 희망에 젖었다. 불가항력이었다.

하지만 비단 이 소설이 ‘사랑’만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의 세계가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이 불러온 지하 공간이라는 점, 그러한 지하 세계에서 설정된 정당치 못한 규칙과 열악한 노동 환경과 억압 받는 삶의 형태들은 계속 그들의 삶과 사랑에 얽혀든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지상에는 어떤 삶이 있었을까? 지구의 밤하늘에 정말 별이 있었을까? 그들의 궁금증과 동시에 새로운 삶을 염원하는 장면들을 응시하며 우리의 현재와 위기가 선언된 지구의 미래를 아찔하게 다시 자각해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 지금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누리며 살고 있구나, 드넓은 하늘도, 쨍쨍 내리쬐는 태양도, 디딜 수 있는 땅의 포근함도, 빛으로 존재를 무심히 알리는 밤하늘의 별들도. 역으로 소설은 그들의 지하 공간에서 우리의 지구를 깨닫게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듯이. 식물의 힘에 인간의 힘을 보태라는 듯이. 이끼처럼 살아도 괜찮겠다는, 아니 이왕이면 화려한 잎을 가지면 좋겠다는, 그 어느 바람도 그들에게는 지상에서의 삶을 향한 갈망이라는 것을 나는 깨닫는다. 사랑하기 위한 직진, 사랑하기 위한 분투라는 것을.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는 영역에서, 무한한 가능성의 열린 이 세계에서, 빛나는 것 투성이인 기회의 땅에서, 사랑하겠다는 마음으로, 결코 잃지 않겠다는 분투로 살고 싶어졌다. 천선란 작가의 세계에서 사랑을, 삶을, 하늘과 별을 끌어 올려 익숙하고도 새로운 에너지를 채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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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엄숙한 얼굴 소설, 잇다 2
지하련.임솔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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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엄숙한얼굴 , 지하련과 임솔아 #작가정신 <도서 협찬>

근대 작가와 현대 작가의 만남 속에서 문학의 의의를 살피고 그 연결을 통해서 문학을 재발견, 작품의 가치와 그 의미를 살피는 작가 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 그 두 번째 지하련과 임솔아 편 ‘제법 엄숙한 얼굴’을 만났다. 이 소설 잇다 시리즈를 다시 만나게 되어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첫 책이 좋았기에, 그 보물같은 기획의 의도가 너무나도 귀하게 다가왔으므로 제일 기대하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서포터즈가 아니더라도 내돈내산하여 모으게 될 책이 될거라는 점에서 매력이 넘치는 기획의 책.

거의 알려지지 않았거나, 조명되지 않은 근대 작가를 만나고 그들의 작품에 스미어 그 세계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 그 바톤을 이어받듯 현대 작가의 소설로 재탄생되고 연결되는 새로움. 그 연결과 문학적 통찰이 독자로서 흥분되고 기쁘다.

시인 임화의 아내로 작가로서는 가려져 있던 지하련의 네 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결혼한 형예가 결혼을 하게 된 친구 부부를 만난 서사를 중심으로 남편의 태도와 말에 맞서는 이야기의 <결별>과 친구의 남편(석재)사랑하는 마음을 갈등하면서도 그것을 당차게 고백하는 정예, 그를 지켜보며 심리 변화를 겪는 석재의 이야기를 그리는 <가을>도 특별했다. 지하련 작가의 할 말은 하겠다는 당참과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가 불러들이는 그 속박을 떨쳐내겠다는 의지가 읽혔고 소설의 문체를 통해 깃든 그 결심을 읽고 있는 것 같아 좋았다. 네 편의 소설을 연달아 읽다 보니 지하련 작가의 문체에 익숙해졌다는 것도 하나의 ‘득’이었다. 아무래도 현대를 사는 내게 익숙치 않은 단어나 문장이 있었기 때문인데 점차 지하련의 문장에 스미게 되었고 그만의 독특한 문체가 특별해졌다는 것이 이 독서에 성과이기도 했던 것 같다.

당시 시대의 패배한 지식인들의 내면에 자리한 우울과 심리를 관조하는 두 작품 <체향초>와 <종매>역시 눈여겨볼만 하다. 아무래도 ‘시대’의 의미를 타고 난 소설이라는 점에서,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맞서나가지 못했다는 쓰라린 패배 의식은 지식인들의 내면을 황폐하고 우울하게 만든 시대의 소산이기도 했을 터이다. 그러한 인간의 패배 의식과 심리를 관조할 수 있는 두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또 하나의 기쁜 성과라면 처음 만나는 임솔아 작가의 발견이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고민도 해보는데 임솔아 작가 그냥 좀, 많이 멋있다. 소설도, 에세이도.

지하련의 바톤을 이어받아 지하련의 소설 <체향초> 에 등장했던 ‘엄숙한 얼굴’이라는 표현을 소설 <제법 엄숙한 얼굴>로 새로이 탄생시켰다. 재미있고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서사가 내내 품다가 결국 팡 터뜨리는 그 상징성 ‘엄숙한 얼굴’이 좀 미치도록 짜릿했달까. 그 상징성에 도사리는 것이 너무 여러가지였기 때문에. 한 인간의 무수한 얼굴의 모습 중 하나일 수도, 그래서 우리의 위선이자 이중성일 수 있는. 시대가 변하여도 여전히 변치 않고 이어져 오는 그 좋지 못한 것들. 은근하고도 직설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폭력들. 우리는 그것들을 두 작가에게서 다시금 확인받는다. 지하련 작가를 중심으로 소설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등을 술회해 나가는 임솔아 작가의 에세이도 인상 깊었다. 그저 작가가 가진 저력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글들이어서, 임솔아 작가에 반했다. 그러니 다음의 ‘잇다’시리즈에 대한 기다림과 열망이 커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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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샤넬 - 코코 샤넬 전기의 결정판
앙리 지델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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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샤넬 , 앙리 지델 #작가정신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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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p “그들은 나를 버림받은 불쌍한 참새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맹수였다. 나는 차츰차츰 삶을 배우고, 삶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

시대의 아이콘을 뛰어넘는 명성, 샤넬은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젊은 시절 가수가 되기를 열망했던 가브리엘 샤넬에게 그 시기 붙여진 별명 ‘코코’는 샤넬의 로고가 되었을 뿐 아니라 패션계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샤넬 로고 이미지만으로도 화려함의 아우라가 펼쳐지니 그것은 이미 어떤 완성일 것이다. 그러나 완성을 이루기까지 길은 대부분 그러하듯 험난한 여정의 연속일까. 화려하고 멋진 샤넬의 아우라 뒤에는 가브리엘 샤넬의 불행으로부터 출발했다. 코코 샤넬의 파란만장하고도 지난한 일대기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서술해 나가는 이 책은 차라리 한 권의 소설 같았다. ‘전기’이지만 가독성이 좋다는 점에서, 코코 샤넬의 삶이 드라마틱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쩌면 인생은 소설 같은 것일까. 희노애락의 결정체가 인생이라고 할 때 영 어긋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방랑벽의 아버지 때문에 불행했던 어머니의 삶을 이어받기라도 하듯, 어머니는 이른 나이에 폐병으로 죽고 무책임한 아버지는 어린 자식들을 고아원에 버린다. 고작 열두살 때 버려진 가브리엘 샤넬에게 삶은, 그리고 삶의 지속은 절망과 괴로움이었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그 삶의 태도와 열망이 그녀를 계속 삶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가수, 보조 양재사, 모자 디자이너를 거쳐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그녀는 계속 나아가고 변화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자신의 삶을, 스타일을 창조해낸다. 그러한 뚝심이 그녀의 불행했던 유년을 다독여주었을까. 결코 쉬이 잊지 못했던 것 같은 그녀의 아픈 유년이 느껴졌다.

그러나 당차고 자신있게 도전한 그녀의 끈기있는 정신이 결국 성공 신화를 만든다. 자신만의 패션 철학으로 패션의 흐름을 만들었고 다른 안목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루어 나갔던 사람. 여성의 몸에 자유를 주었다는 그녀의 말이 그의 혁신을 증명하는 셈이다.

하지만 극과 극의 삶을 살다간 사람이 코코 샤넬이기도 하다는 점. 실용적인 여성복을 추구한 혁신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패션을 창시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그러한 성공과는 별개로 사적으로는 불행하고도 고독한 삶을 살았던 샤넬. 사랑하는 이들을 각기 다른 이유로 잃고 인생의 쓰디쓴 맛을 고독이라는 이름으로 견디어 냈던 삶. 나치의 협력자로 고국인 프랑스에서는 끝까지 환대받지 못했던 삶. 사람과 시대와 불화하며 살았던 삶.

그래서 그녀를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절망의 틈에서 한줄기 빛을 찾기 위해 살았던 사람.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삶이 양극단을 달렸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통적인 미의 기준을 거부하고 새로운 아름다움을 여성에게 헌사했던 여인. 기존의 질서에 속박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재능을 펼치어 여성의 몸을 해방시키고자 했던 코코 샤넬의 정신 만큼은 쉬이 잊히지 않을 것이다. 파란만장한 삶의 여인, 고독의 마침표를 찍으며 작별을 고한 그녀의 일대기를 읽으며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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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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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질때샌디에이고에서로스엔젤레스로운전하며소형디지털녹음기에구술한막연히LA/운전시들이라고생각하는작품들의모음 #정지돈 #작가정신 <도서 협찬 >

그러니까 내가 뭘 읽은걸까 싶다. 처음을 시작할 때도 그랬고 이렇게 드디어 읽어내서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나는 뚜렷하게 뭘 읽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알지 못했던 어떤 세계였고, 그것을 자각하고 깊이 몰입하는 사람들과 그러한 분야가 있다는 어렴풋한 감각만을 인지하였을 뿐.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씌여진 연작소설이라는 것. 아마 내 이해의 한계가 클 터이나 그럼에도 정지돈 작가의 세계는 어렵고 어렵다.

심상치 않은 제목만큼 난해한 이 책의 챕터는 네 편의 ‘모빌리티’ 픽션, 작가의 에세이 한 편, 문화연구자 안은별과의 질문과 답의 형태가 되는 대화가 실려 있다. 장소와 이동성에 대한 의식의 흐름, 집요한 탐구의 산물. 우리가 기존에 알고 읽던 소설의 형태와 내용이 아닌, ‘모빌리티’에서 영감을 받아 쓴 실험적인 작품들. 무엇이건 간에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이동’ 또는 ‘움직임’에 대한 사유는 새롭고 통찰적이다.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일상의 저편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고 흘러가는 것들이 있고 또 누군가는 그러한 것들을 붙잡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움직이는 방식’과 그것에 부여할 수 있는 의미들을 탐구해 보는 이 책의 정신처럼.
비록 내가 그것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은 아니지만 여러 방면으로 신박한 책이었음은 분명하다.

난해한 책은 좋아하지도 읽지도 않는 내가 이 책을 포기하지 않고 며칠간 매달려 끝까지 읽어낸 것은 그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단 작가의 유머가 살아있고, 덕분에 중간 중간 웃었다. 처음엔 아득한 마음이다가 그래도 묘한 느낌으로 읽다가 끝에 가서 문화연구자 안은별의 글과 정지돈 작가와의 대화가 이 책의 존재 의미를 살려주었다.
‘모빌리티’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와 탐구의 정신, 그동안 그저 일상의 순간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움직임이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다는 통찰, 우리는 그러한 이동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또 아닌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들이 맞물려 나의 머리를 이곳 저곳으로 움직이게 한다. 움직임에 대한 갖가지 사유, 천차만별의 움직임과 그것의 의미에 다가가는 탐구의 노력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본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후기를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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