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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ㅣ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이끼숲 #천선란 #자이언트북스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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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눈> , <우주늪>, <이끼숲> 세 편의 소설이 실린 연작 소설. 천선란 작가의 세계가 이런 것이구나. 한없이 슬픔을 뚝뚝 흘리면서도 사랑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 절망의 울타리 속에서도 그 우물 안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희망. 지독한 삶의 허무속에서도 삶을 잃지 않겠다는, 잃고 싶지 않다는 갈망.
천선란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는 마치 투명한 호수 같았다. 모든 것을 숨김없이 곧게 비추는 호수. 맑고 투명한 그의 호수에서 손을 씻고 발을 담그고 싶었던 것은 그 호수에 너무나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랑이 아니면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도저히 불가능한 마음과 끌림과 선택과 행동은 그들의 삶이 지상이 아니라도, 결코 완벽해질 수 없다 해도, 그래서 어떤 위기와 불행이 닥쳐온다 할지라도 상관없는 것들이었다. 사랑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랑의 상실을 목도할 때 우리가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 생생히 그려내면서도 다시 일어나 과감하게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사랑’ 오직 그것 때문이라는 것을 작가는 여지없이 보여준다. 그러한 사랑에, 갑작스런 이별에 마음이 제대로 설리 없다. 마음따라 몸도 무너진다. 사랑이 아니면 결코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 서린 문장들에 하염없는 마음이 되었다. 3편의 소설 모두 나는 그들의 사랑을 바라보며 사랑을 느끼고 확신하고 희망에 젖었다. 불가항력이었다.
하지만 비단 이 소설이 ‘사랑’만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의 세계가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이 불러온 지하 공간이라는 점, 그러한 지하 세계에서 설정된 정당치 못한 규칙과 열악한 노동 환경과 억압 받는 삶의 형태들은 계속 그들의 삶과 사랑에 얽혀든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지상에는 어떤 삶이 있었을까? 지구의 밤하늘에 정말 별이 있었을까? 그들의 궁금증과 동시에 새로운 삶을 염원하는 장면들을 응시하며 우리의 현재와 위기가 선언된 지구의 미래를 아찔하게 다시 자각해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 지금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누리며 살고 있구나, 드넓은 하늘도, 쨍쨍 내리쬐는 태양도, 디딜 수 있는 땅의 포근함도, 빛으로 존재를 무심히 알리는 밤하늘의 별들도. 역으로 소설은 그들의 지하 공간에서 우리의 지구를 깨닫게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듯이. 식물의 힘에 인간의 힘을 보태라는 듯이. 이끼처럼 살아도 괜찮겠다는, 아니 이왕이면 화려한 잎을 가지면 좋겠다는, 그 어느 바람도 그들에게는 지상에서의 삶을 향한 갈망이라는 것을 나는 깨닫는다. 사랑하기 위한 직진, 사랑하기 위한 분투라는 것을.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는 영역에서, 무한한 가능성의 열린 이 세계에서, 빛나는 것 투성이인 기회의 땅에서, 사랑하겠다는 마음으로, 결코 잃지 않겠다는 분투로 살고 싶어졌다. 천선란 작가의 세계에서 사랑을, 삶을, 하늘과 별을 끌어 올려 익숙하고도 새로운 에너지를 채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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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