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락의 아내
토레 렌베르그 지음, 손화수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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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락의아내 , 토레 렌베르그 #작가정신 <도서 협찬>

시종일관 한 남자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서사.
세상과 사람, 심지어 자신조차 자조적으로 바라보는 남자. 나는 과거에 속해 있다고 말하는 사람, 새로운 시간을 증오하는 사람. 그러나 그 과거 마저도 그에겐 양날의 검이다. 사랑이 존재했던 분명한 과거, 그 사랑을 비정하게 부재로 만들어버린 냉혹한 그의 손, 그래서 과거에 사로잡힌 그의 시간은 철저히 이중적이다. 그는 바로 잉에보르그의 남자, 톨락.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어 흐르는 서사는 하나 하나의 장면을 선명하게 생성한다. 과거에 속해 있고, 과거의 시간 속에 존재하고 싶은 톨락의 바람은 이 중첩된 장면들에서 더 강렬한 욕망으로 뒤틀린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이미 선택된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 법. 과거의 시간은 그저 과거일 뿐이다. 그의 자조적 독백은 과거와 현재라는 분명한 경계를 더 심화시킨다. 스토리 자체는 단순한데 톨락의 말이 중심이다 보니 전적으로 그의 독백에 의존한다. 그래서일까. 그가 무엇을 말할까 호기심이 가득해진다. 그리 극적이지도 않으면서 시종일관 읽는 이를 붙들어 둔다. 그것이 이 소설의 맛이다. 소리없이 강한 그런 맛.

한 남자의 내면에 놓인 점들을 마치 이어붙이는 것처럼 뒤를 따르다 보면 그가 살아온 방식과 주변에 자리하는 사람들과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그의 비뚤어진 시선을 바라보게 된다. 아내 잉에보르그에 대한 허무하고 냉혹한 사랑도. 도무지 타인의 말을 수용할 줄 모르는, 고집과 아집의 우물에 갇힌 남자 톨락의 사랑. 그의 사람 됨됨이를 알게 되는 과정 속에서 분노를 참지 못해 자신의 손으로 아내를 죽인, 흔적도 없이 묻어버린 톨락의 비정함을 마주하며 그가 말하는 사랑에 몸서리가 쳐졌다.
아내를 사랑했다는, 자신은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이라는, 사랑해서 그리 했다는 이율배반적인 톨락의 사랑은 그래서 이 소설의 중심에 놓인 채 톨락의 모순을 가치없이 드러낸다.
자신의 사랑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톨락의 말은 그래서 섬뜩하다.

사랑한다면서 아내의 싫은 말 한마디도 참지 못하는, 분노해서 눈이 돌아가는 남자.
그런 그를 사랑했던 아내 잉에보르그. 그를 다독이고 충고하고 사랑했던 여자의 결말은 톨락이 내세우는 사랑 속에서 더욱 처참해진다.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으로 대체할 때 얼마나 아득해지는지 톨락의 통해 응시하며 사랑이 진정 무엇인지 대면하게 된다. 헛된 욕망으로 다른 여자를 취하고 아이까지 생긴 톨락. 그의 아들 오도를 데려와 아내와 아이들과 불화하는 톨락. 그의 욕망과 이기심을 지켜보는 것은 이 소설의 묘미다.

톨락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서사는 빠르게 전개되며 몰입감이 뛰어나다. 한 남자의 시선이 중심이 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장면 장면이 그려진다. 그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숨쉬고,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한 남자의 세계가 펼쳐지며 이중적인 남자의 모순이 그려내는 그의 사랑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지는 것은 독백의 효과일까. 이야기의 행방을 좇으며 흥미롭게 읽었다. 사랑이 결코 아닌 그의 사랑을 마주하며 내내 섬칫하고 차가웠다. 부재하는 잉에보르그의 그림자가 내내 조용히 소설의 틈에서 숨쉬는 느낌이었다.
인간의 이중적 내면을 비추는 소설, 사랑을 되돌아 보게 하는 소설, 이 소설의 맛.

<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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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예술 윤혜정의 예술 3부작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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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예술 #윤혜정 #을유문화사 <도서 협찬>

<17p 어떤 작품도 완벽하게 해석될 수 없고, 어떤 글도 끝내 완성될 수 없습니다. 미술 감상이든 글쓰기든 이런 실패의 상태를 극복해야 그나마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역설을 완성하는 것 역시 나의 사적인 경험과 사유입니다. >

이런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쓰고 다시 썼을까.
아니 그보다, 얼마나 이런 글을 쓰기 위해 보고, 듣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많은 경험과 사유가 결집 되었을까. 설령 그것이 20년 넘는 세월 속에서 문화 예술을 삶처럼 끼고 살아온 사람의 당연한 결과물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미술적인 언어가 살려내는 이 책 속의 모든 예술과 예술가들을 응시하는 그녀의 정의와 영감은 너무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책을 읽으며 제법 많은 문장들에 밑줄을 긋고, 표시를 하며 그녀의 사유가 내게로 확장되는 경험들을 짜릿하게 느끼며 설레고 기뻤다.

이 책에는 그녀 표현대로 저자와의 인연을 통해 ‘마음이 가’는 28명의 예술가와 28점의 작품들을 선정해 감정, 관계, 일, 여성, 생각이라는 키워드들로 예술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비단 그것은 예술가들만이 아니라, ‘삶은 곧 예술이다’라는 전제로 예술을 종교처럼 품어왔던 그녀 개인의 삶, 감정, 사유가 얽힌 사적인 고백록의 정체성을 띄기도 한다.

어떤 이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대하고 밀접하게 연결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읽어내고 글로 써내려갈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감히 상정할 수 있다면, 나는 삶과 예술을 응시하고 자신의 마음과 경험으로 통찰하고 그것을 이렇게 글로 기록한 그녀의 경험체의 깊이를 감히 짐작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마치 예술을 감각하고 사유하는 에너지를 타고난 것처럼 그녀의 언어들은 예술적이고, 아름답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솔직함으로 삶과 맞닿아 있다. 두렵고, 분노하고, 슬프고, 방황하고 좌절하는 그 고백들의 틈에서 산다는 것의 치열함과 희망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인간으로서의 집념을 읽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예술이자 삶, 그리고 인간으로 사는 분투이기도 할 것이다.

현대미술의 난해함, 거리감을 호소하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이 책이 주는 열쇠는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그녀만의 단정하고도 명쾌한 풀이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그것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나만의 현대미술을 읽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언어로 예술가와 예술을 경험한다. 그녀의 사유로 그 작품과 만든 이의 예술 세계를 이해한다.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어도 ‘아. 알 것 같아’ 라는 깨달음이라던지 ‘이런 의미로 탄생한 작품이라니 놀랍다.’와 같은 성찰에 이를 수 있는 것은 그 안내자로서의 명쾌한 설명과 그것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험 체득하기가 곧 나의 생각과 시야가 트이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라 믿으니 저자의 표현대로 ‘해방된 관람객’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벅찬 일이다.

무엇보다 예술이란 그저 어느 순간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그 예술을 성취해 내기 위해 도전과 실패와 좌절의 무수한 길을 걸었을 예술가들의 삶을 결국 이루어낸 예술과 연결해 생각할 수 있는 아량을 깨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녀의 예술에 대한 통찰적 시선과 그것을 전하는 언어 능력 때문이었다. 부럽고 존경스럽다. 새롭고 벅찼다. 미술로 삶의 길을 밝혀 나갔던 저자의 고백은 애틋했다.
삶과 예술을 호환하는 그녀의 깊이를 더 많이 경험하고 싶다는 독자로서의 바람이 간절해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이해받는 것이 어려워진 세상에서 예술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담았다는 저자의 말은 예술과 삶을 연결하고 바라보는 그 시선과 사유가 곧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작업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사람과 세계를 응시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임을, 우리가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감각하는 것임을 알게 한다. 예술을 보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만으로도 삶의 변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음을. 부디 책 많이 내주시길.

<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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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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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짧아걸어아가씨야 #모리미도미히코 #작가정신 <도서 협찬>

검은 머리의 귀여운 대학 후배에게 첫눈에 반해 짝사랑하는 선배의 분투기.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한 머릿속 계산은 언제나 마음과 다르게 어긋나고, 순수하다 못해 엉뚱하고 바보스럽다. 그녀를 찾아 밤거리를 활보하다 팬티와 바지가 벗겨지는 수난을 당하고, 헌책시장에서 그녀가 찾고자 하는 그림책을 찾기 위해 수상한 대회에 나가 목숨을 건 매운 요리를 먹으며 끝까지 버티어 승리를 거두지만 그림책 찾기는 실패로 돌아가고, 대학 건물 옥상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가 하면…온몸으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수난을 겪는 그의 어리숙함에 폭소가 터진다.

이 분명한 캐릭터의 남녀 주인공이 사랑스러웠다. 남자 선배의 그 어리숙함과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답답하다 느껴질, 매번 실패의 연속인 과정들 속에서도 그를 보며 미소 지었던 것은 대학 생활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과 짝사랑이라는 감정에 보태어진 맑은 순수함 때문이었다. 요즘 같은 ‘돌직구’ 사랑이 아닌 천천히 다가가 친밀한 마음을 주고받는 기다림이 만드는 사랑, 그런 사랑을 꿈꾸고 계획하는 사람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나. 좌충우돌이어도, 어리벙벙해도 귀엽다.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학 생활을 즐기기에 열심인 그녀는 해맑고 사랑스럽지만 술을 끝도없이 마시는 애주가이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배려하는 마음씨를 가졌고, 그러나 선을 넘는 치한에게는 ‘친구펀치’를 날리는 다정하고 귀여운 아가씨다. 기분이 좋으면 두 발 보행 로봇의 스텝을 밟는 그 귀여움이 등장할 때마다 장면이 상상되어 깨알 폭소.

짝사랑의 서사만이 이 책의 전부는 아니다. 이 짝사랑의 서사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과 그와 그녀가 만나는 인물들이 펼쳐내는 판타지의 세계는 기이하다 못해 아찔하다.
이게 무슨 말인가?싶은 환상이 즐비하게 터지고 주변부 사람들은 괴짜투성이다. 이게 말이 되나,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황스러운 설정이나 배경이 등장하는 일에 대해 옳다, 그르다 이성으로 읽어내는 책이 결코 아닌 책. 그저 짝사랑이 만드는 현실과 비현실적인 판타지의 세계를 물 흐르듯 경계를 허물며 유유히 지나갈 것. 그러다 보면 그 판타지적 환상에 기분이 들뜨고 책장이 넘어갈수록 자연스레 익숙해진다. 이처럼 개성있는 캐릭터들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다면 쉴틈 없이 매일매일이 새로울 것 같다는 상상,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또다른 묘미가 되어준다. 기묘한 인물들,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 애니메이션에나 등장할 법한 소재들의 출현 역시 이 책의 개성있는 장치로 작용한다. 책을 읽으며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선사하는 책이니, 읽는 광경이 술술 그려진다.

이러한 좌충우돌 혼란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짝사랑의 4가지 에피소드는 나를 들뜨고 어지럽게 했다. 대학 시절 사랑할 수 있는 그 풋풋함과 고백으로 향하는 그 서사, 그 시절의 짝사랑을 그리워하게 만든 명랑하고 귀여운 이야기. 현실을 넘어서면 늘 불가해의 영역이 되고마는 우리의 삶 속에서 큰 품으로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는 책, 삶의 정답을 동일하게 만드는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책. 그리고 어쩌면 나와 같은 이에게 추억의 감정을 되살려 주기도 할 책.

현실과 환상을 왔다갔다하며 웃다가, 당황하다가,폭소하다가, 슬며시 미소를 띄우는, 위풍당당한 그들의 이야기.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우리의 강력한 주문이 되는 그런 이야기.

그래서 결국 짝사랑은 성공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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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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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마텔101통의문학편지 #얀마텔 #작가정신 <도서 협찬>

35p 책은 우리를 더 높은 곳에 오르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책을 계단의 난간 잡듯 손에 꼭 쥐고 있다. 그러나 계단을 한꺼번에 네 단씩 올라가고 숨을 고르기 위해 쉬는 일도 없는 일부 독자와 달리, 나는 느릿하게 올라간다. __ (중략) 책을 가슴에 품고 거기에 거꾸로 매달려 꿈을 꾼다. 나는 느릿하지만 꾸준히 읽는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굶주려 죽을 것이다.

<파이 이야기>의 얀 마텔, 이 책은 그가 캐나다 전 총리 ‘스티븐 하퍼’에게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격주로 보낸 편지를 묶어낸 것이다. 캐나다 예술인 자격으로 초대 받은 기념 행사에서 캐나다 수상으로써 너무도 바빠보이는 ‘스티븐 하퍼’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결심한 얀 마텔의, 책과 함께 정성스레 쓴 그 책에 대한 101통의 문학 편지는, 문학에 대한 그의 신뢰와 사랑을 한 나라의 지도자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내가 만약 그런 정성을 선물 받는 사람이었다면 무척 행복한 축복으로 발신인에게 마음을 전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는 정치에 여념이 없었던 탓인지 직접적인 답장을 주지 않았다.

101통의 문학 편지 목록에 선정된 책들을 보며 단 몇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 나의 독서 한계를 느끼며 자책을 겸한 반성을 하는 한편으로, 얀 마텔의 책 사랑과 문학에 대한 진심에 경외심이 일었다. 책을 읽지 못했어도 그의 문학 편지를 읽기는 어렵지 않다. 얀 마텔의 책에 대한 사랑을 기저로, 얼마나 문학에 대한 넓고 깊은 사유를 하는 사람인지 뜨겁게 느낄 수 있었다. 책에 대한 한 사람의 관점과 가치관을 읽는 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세계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 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문학 편지 속 책의 내용을 접하며 독서 목록이 새롭게 추가되어 반짝거리고, 삶이 문학과 다르지 않음을, 문학에 대한 사유와 이해가 우리 삶과 사람을 이해하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으니 이 책을 통해 나는 더없이 문학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게 된 것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에게 보내는 ‘얀 마텔’의 마음은 바로 그러한 문제 의식이었을 것이다. 문학 속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어떤 이들의 삶을 응시하고, 고통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스미는 고요한 사색의 시간. 그것은 결국 타인에 대한 이해와 맞물려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함께 시작되는 교차점일 것이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삶을 들여보고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바로 ‘문학’이 된다면 우리의 실제 삶 또한 더 많은 가능성의 뿌리 위에서 시작되고 이해될 수 있다는 믿음을 얀 마텔은 전하고 또 전한다.

삶이 무성한 숲을 한 걸음씩 헤쳐나가야 하는 일이라면, 그 지난한 덤불을 지나야 할 때 우리가 붙들 수 있는 것은 삶과 사람과 다양한 세계관이 응축되어 있는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책 한 권을 붙들 수 있는 나의 선택과 관심이 내 삶의 빛 조각들을 점점이 밝힐 수 있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어 줄 것이다. 얀 마텔의 문학 편지는 내가 가꾸어 할 삶이라는 나무의 가지를 좋은 책들로 확장시켜 주었다. ‘삶은 조용한 것이다. 정신없이 달리는 건 우리 뿐이다. ‘는 그의 말은 정치의 대표자인 이 편지의 대상 ‘스티븐 하퍼’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는 충언과도 같다. 문학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문학이란 왜 필요하며 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이 책의 전제는 책을 읽는 독자에게 그래서 나는 어떤 문학을 읽고 생각할 것인가, 나의 문학은 내 삶을 어떤 가능성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귀결되는 일이기도 하다.

고요 속에서 문학에 침잠하는 것. 문학 속 이야기와 나의 세계를 연결하는 것. 책을 읽고 선택하는 자유, 이만큼 광활한 세계를 걸을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이 있을까.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읽는 자유, 눈으로 읽고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고 꿈꿀 수 있다는 기쁨. 그래서 이 문학 편지는 충만의 기쁨 그 자체였다. 오늘도 책을 읽어야지, 그리고 생각해야지, 내일을 꿈꾸어야지.

227p 예술은 또 닫힌 문을 열려고 합니다. 가난에 찌들고 인종차별에 억압받고, 무차별적인 잔혹행위에 시달리는 많은 삶을 그려낸 <가장 푸른 눈>을 읽고 나면 수상님께서도 마음의 문을 더 넓게 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41p 여기에 문학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순되게 들리겠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읽었을 때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해 읽는 것입니다.

115p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에 비교하면 아홉 번을 사는 게 대수겠습니까? 어떤 책이든 한 번 읽을 때마다 한 번의 삶이 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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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많은 돼지고기는 어디서 왔을까? - 식량위기 시대 잘 먹는다는 것에 대해 나의 한 글자 8
후루사와 고유 지음, 형진의 옮김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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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많은돼지고기는어디서왔을까 #나무를심는사람들출판사 <도서 협찬>

‘우리가 먹는 것은 모두 생명체에서 온다.’는 이 책의 시작은 먹는 행위의 이면을 성찰하게 한다. 풍요롭고 빠르게 원하는 먹거리를 대부분 얻고 소비하는 일상 속에서 행복과 기쁨, 만족을 느끼지만 우리가 생명을 먹고 있음을 인지하지는 못한다.

이 책은 우리가 먹는 것은 물과 소금 이외는 모두 원래 식물이나 동물, 미생물 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키며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순환 세계의 흐름 속에 있는 것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먹음으로써 자연의 순환의 일부가 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생명의 돌고 도는 세계의 흐름 속에 내가 있다는 자각, 이 시작점은 삶의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얼마나 우리에게 먹거리 문제가 중요한지 절감하게 한다. 나는 제대로 먹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먹거리는 이대로 괜찮을까? 이 책은 우리에게 먹는 행위에 깔린 숨겨진 의미를 직시하도록 브레이크를 건다.

더군다나 이 먹거리 문제는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더없이 중요한 연결 지점이다. 다채롭고, 풍요롭게 먹고 사는 일이 가능해진 시대, 우리는 외국에서 만들어진 식품조차 쉽게 주문하고 내 식탁에서 먹을 수 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 이는 글로벌 시대의 혜택인 한편으로 가난한 노동자의 희생 아래 행해지는 이면을 품고 있기도 하다. 대량생산의 가속화로 땅과 바다는 황폐화되어 가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한 삶을 산다. 그들의 식량 생산의 땅이 수출 작물용 재배지로 이용되는 삶, 잘 사는 나라는 더 풍요로워지고 가난한 나라는 더 가난해지는 삶을 접하며 자본주의의 모순적 구조와 먹거리의 심각한 위기 사태에 마음이 쓰라렸다. 잘 사는 나라는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고, 먹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는 영양 결핍에 시달리며 먹기를 갈구한다니 너무나도 통탄할 일이다.

이러한 먹거리의 모순적 흐름 속에서 기후위기와식량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될수록 폭염, 폭설, 가뭄, 홍수 등의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이는 곧 우리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먹거리 문제를 위협한다. 전세계적으로 먹거리는 연결되어 있어 수입과 수출 품목들이 오고 가는데 우리 나라만 해도 ‘식량 자급률’이 이제는 30%를 간신히 넘는 정도라 하니 기후 위기가 미래의 약속된 사태로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먹거리의 문제는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으며 삶을 위협 받게 될 것이다. 기후 위기가 극복되지 못한다면 식량 자급률이 낮은 가난한 국가는 더 기아에 시달릴 것이고 세계적으로 식량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예상해 볼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특히 식량 자원의 다양성의 파괴 실태를 읽어나가며 많이 놀랍고 걱정스러웠다. 많이 수확할 수 있고 상품 가치 높은 것을 선택한다는 이유로 오늘날 인류의 전체 칼로리 섭취량의 90%가 작물 30여종, 가축 5종 (소,양,산양,돼지,말)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니 식량 자원이 협소해지는 현상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이 책은 먹는 행위의 이면에 담긴 진실을 추적하며 전지구적으로 순환하는 현 시대의 먹거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농업과 인간의 관계, 우리가 먹고 있는 것들, 전세계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시대의 먹거리, 기후 위기와 식량 위기의 불가분의 관계, 현 먹거리의 실태 등을 낱낱이 파헤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먹거리를 공유하는, 먹는 것으로 자연의 일부이기도 한 우리의 정체성을 정직하게 응시하게 된다.

그리하여 어떻게 먹을 것인가, 우리가 먹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 것인가가 우리 삶의 최대 중요한 실천이자, 생존의 문제로 남았다.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방안들을 눈여겨 볼 때다. 음식을 줄이고 낭비하지 않는 에코 다이어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제철 채소나 과일 먹기, 육식 줄이기, 식품 폐기물이나 음식물 쓰레기 퇴비로 만들어 재활용하기, ‘먹을 수 있는 경관’운동 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지구의 품 안에서 잘 살아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환경과 먹거리에 놓인 실태를 인식하고 공부하고 깨우쳐야만 한다. 청소년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미래 자원까지도 끌어다 쓰는 현 시대 어른들에게도 지구를 살리는 책임감은 절대적이다. 그런 의미로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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