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락의 아내
토레 렌베르그 지음, 손화수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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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락의아내 , 토레 렌베르그 #작가정신 <도서 협찬>

시종일관 한 남자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서사.
세상과 사람, 심지어 자신조차 자조적으로 바라보는 남자. 나는 과거에 속해 있다고 말하는 사람, 새로운 시간을 증오하는 사람. 그러나 그 과거 마저도 그에겐 양날의 검이다. 사랑이 존재했던 분명한 과거, 그 사랑을 비정하게 부재로 만들어버린 냉혹한 그의 손, 그래서 과거에 사로잡힌 그의 시간은 철저히 이중적이다. 그는 바로 잉에보르그의 남자, 톨락.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어 흐르는 서사는 하나 하나의 장면을 선명하게 생성한다. 과거에 속해 있고, 과거의 시간 속에 존재하고 싶은 톨락의 바람은 이 중첩된 장면들에서 더 강렬한 욕망으로 뒤틀린다. 이미 지나간 시간은, 이미 선택된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 법. 과거의 시간은 그저 과거일 뿐이다. 그의 자조적 독백은 과거와 현재라는 분명한 경계를 더 심화시킨다. 스토리 자체는 단순한데 톨락의 말이 중심이다 보니 전적으로 그의 독백에 의존한다. 그래서일까. 그가 무엇을 말할까 호기심이 가득해진다. 그리 극적이지도 않으면서 시종일관 읽는 이를 붙들어 둔다. 그것이 이 소설의 맛이다. 소리없이 강한 그런 맛.

한 남자의 내면에 놓인 점들을 마치 이어붙이는 것처럼 뒤를 따르다 보면 그가 살아온 방식과 주변에 자리하는 사람들과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그의 비뚤어진 시선을 바라보게 된다. 아내 잉에보르그에 대한 허무하고 냉혹한 사랑도. 도무지 타인의 말을 수용할 줄 모르는, 고집과 아집의 우물에 갇힌 남자 톨락의 사랑. 그의 사람 됨됨이를 알게 되는 과정 속에서 분노를 참지 못해 자신의 손으로 아내를 죽인, 흔적도 없이 묻어버린 톨락의 비정함을 마주하며 그가 말하는 사랑에 몸서리가 쳐졌다.
아내를 사랑했다는, 자신은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이라는, 사랑해서 그리 했다는 이율배반적인 톨락의 사랑은 그래서 이 소설의 중심에 놓인 채 톨락의 모순을 가치없이 드러낸다.
자신의 사랑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톨락의 말은 그래서 섬뜩하다.

사랑한다면서 아내의 싫은 말 한마디도 참지 못하는, 분노해서 눈이 돌아가는 남자.
그런 그를 사랑했던 아내 잉에보르그. 그를 다독이고 충고하고 사랑했던 여자의 결말은 톨락이 내세우는 사랑 속에서 더욱 처참해진다.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으로 대체할 때 얼마나 아득해지는지 톨락의 통해 응시하며 사랑이 진정 무엇인지 대면하게 된다. 헛된 욕망으로 다른 여자를 취하고 아이까지 생긴 톨락. 그의 아들 오도를 데려와 아내와 아이들과 불화하는 톨락. 그의 욕망과 이기심을 지켜보는 것은 이 소설의 묘미다.

톨락의 독백으로 이어지는 서사는 빠르게 전개되며 몰입감이 뛰어나다. 한 남자의 시선이 중심이 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장면 장면이 그려진다. 그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숨쉬고,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한 남자의 세계가 펼쳐지며 이중적인 남자의 모순이 그려내는 그의 사랑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지는 것은 독백의 효과일까. 이야기의 행방을 좇으며 흥미롭게 읽었다. 사랑이 결코 아닌 그의 사랑을 마주하며 내내 섬칫하고 차가웠다. 부재하는 잉에보르그의 그림자가 내내 조용히 소설의 틈에서 숨쉬는 느낌이었다.
인간의 이중적 내면을 비추는 소설, 사랑을 되돌아 보게 하는 소설, 이 소설의 맛.

<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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