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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평점 :
#얀마텔101통의문학편지 #얀마텔 #작가정신 <도서 협찬>
35p 책은 우리를 더 높은 곳에 오르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책을 계단의 난간 잡듯 손에 꼭 쥐고 있다. 그러나 계단을 한꺼번에 네 단씩 올라가고 숨을 고르기 위해 쉬는 일도 없는 일부 독자와 달리, 나는 느릿하게 올라간다. __ (중략) 책을 가슴에 품고 거기에 거꾸로 매달려 꿈을 꾼다. 나는 느릿하지만 꾸준히 읽는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굶주려 죽을 것이다.
<파이 이야기>의 얀 마텔, 이 책은 그가 캐나다 전 총리 ‘스티븐 하퍼’에게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격주로 보낸 편지를 묶어낸 것이다. 캐나다 예술인 자격으로 초대 받은 기념 행사에서 캐나다 수상으로써 너무도 바빠보이는 ‘스티븐 하퍼’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결심한 얀 마텔의, 책과 함께 정성스레 쓴 그 책에 대한 101통의 문학 편지는, 문학에 대한 그의 신뢰와 사랑을 한 나라의 지도자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내가 만약 그런 정성을 선물 받는 사람이었다면 무척 행복한 축복으로 발신인에게 마음을 전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는 정치에 여념이 없었던 탓인지 직접적인 답장을 주지 않았다.
101통의 문학 편지 목록에 선정된 책들을 보며 단 몇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 나의 독서 한계를 느끼며 자책을 겸한 반성을 하는 한편으로, 얀 마텔의 책 사랑과 문학에 대한 진심에 경외심이 일었다. 책을 읽지 못했어도 그의 문학 편지를 읽기는 어렵지 않다. 얀 마텔의 책에 대한 사랑을 기저로, 얼마나 문학에 대한 넓고 깊은 사유를 하는 사람인지 뜨겁게 느낄 수 있었다. 책에 대한 한 사람의 관점과 가치관을 읽는 것만으로도 또 하나의 세계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 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문학 편지 속 책의 내용을 접하며 독서 목록이 새롭게 추가되어 반짝거리고, 삶이 문학과 다르지 않음을, 문학에 대한 사유와 이해가 우리 삶과 사람을 이해하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으니 이 책을 통해 나는 더없이 문학의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게 된 것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에게 보내는 ‘얀 마텔’의 마음은 바로 그러한 문제 의식이었을 것이다. 문학 속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어떤 이들의 삶을 응시하고, 고통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스미는 고요한 사색의 시간. 그것은 결국 타인에 대한 이해와 맞물려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함께 시작되는 교차점일 것이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삶을 들여보고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바로 ‘문학’이 된다면 우리의 실제 삶 또한 더 많은 가능성의 뿌리 위에서 시작되고 이해될 수 있다는 믿음을 얀 마텔은 전하고 또 전한다.
삶이 무성한 숲을 한 걸음씩 헤쳐나가야 하는 일이라면, 그 지난한 덤불을 지나야 할 때 우리가 붙들 수 있는 것은 삶과 사람과 다양한 세계관이 응축되어 있는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책 한 권을 붙들 수 있는 나의 선택과 관심이 내 삶의 빛 조각들을 점점이 밝힐 수 있는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어 줄 것이다. 얀 마텔의 문학 편지는 내가 가꾸어 할 삶이라는 나무의 가지를 좋은 책들로 확장시켜 주었다. ‘삶은 조용한 것이다. 정신없이 달리는 건 우리 뿐이다. ‘는 그의 말은 정치의 대표자인 이 편지의 대상 ‘스티븐 하퍼’만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는 충언과도 같다. 문학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문학이란 왜 필요하며 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이 책의 전제는 책을 읽는 독자에게 그래서 나는 어떤 문학을 읽고 생각할 것인가, 나의 문학은 내 삶을 어떤 가능성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귀결되는 일이기도 하다.
고요 속에서 문학에 침잠하는 것. 문학 속 이야기와 나의 세계를 연결하는 것. 책을 읽고 선택하는 자유, 이만큼 광활한 세계를 걸을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이 있을까. 조용한 공간에서 책을 읽는 자유, 눈으로 읽고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고 꿈꿀 수 있다는 기쁨. 그래서 이 문학 편지는 충만의 기쁨 그 자체였다. 오늘도 책을 읽어야지, 그리고 생각해야지, 내일을 꿈꾸어야지.
227p 예술은 또 닫힌 문을 열려고 합니다. 가난에 찌들고 인종차별에 억압받고, 무차별적인 잔혹행위에 시달리는 많은 삶을 그려낸 <가장 푸른 눈>을 읽고 나면 수상님께서도 마음의 문을 더 넓게 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41p 여기에 문학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모순되게 들리겠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읽었을 때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해 읽는 것입니다.
115p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에 비교하면 아홉 번을 사는 게 대수겠습니까? 어떤 책이든 한 번 읽을 때마다 한 번의 삶이 더해집니다.
<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