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예술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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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예술 #윤혜정 #을유문화사 <도서 협찬>

<17p 어떤 작품도 완벽하게 해석될 수 없고, 어떤 글도 끝내 완성될 수 없습니다. 미술 감상이든 글쓰기든 이런 실패의 상태를 극복해야 그나마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역설을 완성하는 것 역시 나의 사적인 경험과 사유입니다. >

이런 글을 쓰기 위해 얼마나 쓰고 다시 썼을까.
아니 그보다, 얼마나 이런 글을 쓰기 위해 보고, 듣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많은 경험과 사유가 결집 되었을까. 설령 그것이 20년 넘는 세월 속에서 문화 예술을 삶처럼 끼고 살아온 사람의 당연한 결과물이라 할지라도, 그녀의 미술적인 언어가 살려내는 이 책 속의 모든 예술과 예술가들을 응시하는 그녀의 정의와 영감은 너무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책을 읽으며 제법 많은 문장들에 밑줄을 긋고, 표시를 하며 그녀의 사유가 내게로 확장되는 경험들을 짜릿하게 느끼며 설레고 기뻤다.

이 책에는 그녀 표현대로 저자와의 인연을 통해 ‘마음이 가’는 28명의 예술가와 28점의 작품들을 선정해 감정, 관계, 일, 여성, 생각이라는 키워드들로 예술의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비단 그것은 예술가들만이 아니라, ‘삶은 곧 예술이다’라는 전제로 예술을 종교처럼 품어왔던 그녀 개인의 삶, 감정, 사유가 얽힌 사적인 고백록의 정체성을 띄기도 한다.

어떤 이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대하고 밀접하게 연결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읽어내고 글로 써내려갈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감히 상정할 수 있다면, 나는 삶과 예술을 응시하고 자신의 마음과 경험으로 통찰하고 그것을 이렇게 글로 기록한 그녀의 경험체의 깊이를 감히 짐작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마치 예술을 감각하고 사유하는 에너지를 타고난 것처럼 그녀의 언어들은 예술적이고, 아름답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솔직함으로 삶과 맞닿아 있다. 두렵고, 분노하고, 슬프고, 방황하고 좌절하는 그 고백들의 틈에서 산다는 것의 치열함과 희망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인간으로서의 집념을 읽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일은 예술이자 삶, 그리고 인간으로 사는 분투이기도 할 것이다.

현대미술의 난해함, 거리감을 호소하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이 책이 주는 열쇠는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그녀만의 단정하고도 명쾌한 풀이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그것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나만의 현대미술을 읽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언어로 예술가와 예술을 경험한다. 그녀의 사유로 그 작품과 만든 이의 예술 세계를 이해한다. 구구절절 설명할 수 없어도 ‘아. 알 것 같아’ 라는 깨달음이라던지 ‘이런 의미로 탄생한 작품이라니 놀랍다.’와 같은 성찰에 이를 수 있는 것은 그 안내자로서의 명쾌한 설명과 그것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험 체득하기가 곧 나의 생각과 시야가 트이는 통로가 되어줄 것이라 믿으니 저자의 표현대로 ‘해방된 관람객’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벅찬 일이다.

무엇보다 예술이란 그저 어느 순간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그 예술을 성취해 내기 위해 도전과 실패와 좌절의 무수한 길을 걸었을 예술가들의 삶을 결국 이루어낸 예술과 연결해 생각할 수 있는 아량을 깨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녀의 예술에 대한 통찰적 시선과 그것을 전하는 언어 능력 때문이었다. 부럽고 존경스럽다. 새롭고 벅찼다. 미술로 삶의 길을 밝혀 나갔던 저자의 고백은 애틋했다.
삶과 예술을 호환하는 그녀의 깊이를 더 많이 경험하고 싶다는 독자로서의 바람이 간절해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이해받는 것이 어려워진 세상에서 예술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담았다는 저자의 말은 예술과 삶을 연결하고 바라보는 그 시선과 사유가 곧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작업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사람과 세계를 응시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임을, 우리가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감각하는 것임을 알게 한다. 예술을 보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만으로도 삶의 변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음을. 부디 책 많이 내주시길.

<본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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