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풀빛 그림 아이 50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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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작품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볼로냐 리가치 상부터 시작해 다양한 어린이 책 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이다.


흔히 아이들의 동화를 읽게 되면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해피엔딩으로 끝을 마무리를 한다.

동화를 많이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이나 일본의 전래동화들 역시 대개 그렇다.

이야기들은 모두가 다 어른들에 의해 만들어져 있기도 하거니와

어른들의 세계를 미니어쳐로 만들어 그 모양 그대로 아이에게 옮겨진 것일 뿐이고 

이야기 속 아이들의 미래 역시 '이거야'라고 확정된 것들 뿐이다.


그런데 서양의 동화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물론 신데렐라나 백설공주같이 여성성을 필요로 하는 동화들도 있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이들 동화 역시도 잔혹동화가 원래의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원작 동화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그 당혹감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같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동화에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바로 끝이 열려있는 동화의 세계...라는 거다.

미래는 이럴 것이다라고 단정하는 우리네 동화와는 사뭇 다르게 그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의 미래는 

언제나 열려있다.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작품 역시 그런 차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갑자기 떠오른 우리나라의 동화는 바로 '선녀와 나무꾼이야기'.

아! 그런 동화겠구나라고 하겠지만 사실은 그렇게 끝나버리는 동화가 아니라는 것...


 

그림에서 보다시피 책의 주인공은 아주 어린 아이다.

엄마, 아빠와 아이 셋이 산다.

아빠는 어부, 엄마는 주부, 아이는 그냥 아이..

아이의 이름조차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아이다. 누구의 아이도 될 수 있다.

물을 좋아하는 아이의 놀이터는 크고 넓은 바다.

이렇게 그들 가족 셋은 어느 바닷가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

아마도 태어났을 때부터 그렇게 살았는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바다는 어느 놀잇감보다도 커다란 즐거움을 준다.

아이의 놀이는 바다 속의 모든 것들이 다 즐거움이다.

저자는 글과 그림을 통해 아이가 얼마나 바다를 좋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에 뛰어들고, 수영하고, 물장구치고.....상상하는 것이 즐겁다.


엄마는 집안 청소와 음식을 만드는 일 그리고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일이 대부분이다.

아빠는 먼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어부다. 그래서 며칠 씩 집을 비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엄마를 도와주는 사람은 오로지 아이뿐이다.

엄마를 도와주는 일이 끝나면 하루 종일 바닷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

우리네 같으면 벌써 엄마가 쫓아와 '그런 곳에서 혼자 놀고 있으면 위험하니 가지 마라'고 말할 것 같다.


아이는 혼자 놀다가 집으로 들어올 때면 바닷가에서 주은 것들을 가지고 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럴때면 엄마는 바다 속의 이야기를 자세히 아이에게 들려준다.

아이가 몰랐던 세계 조차도 엄마는 눈에 그리듯 말한다.

그러면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엄마가 하는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든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엄마가 아이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저자는 엄마와 아이의 대화를 그림을 통해 표현한다.

한 장에 끝나지 않고 책장을 넘기면서 이어진다. 꼭 바다에서 파도가 일렁거리며 넘실대는 듯하다.

그렇게 보이게 만든 구성이 참 맘에 든다.


 


'어부의 아내는 헤엄을 치면 안된다'

이 말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이야 부부가 함께 배를 타는 집들도 많이 생겼지만 예전 우리네 어부들도 역시 

여자를 배에 태우면 안된다는 속설이 있었다.

바다가 노한다나? 어쨌든..

동양이나 서양이나 여자가 그러면 안된다는 속설은 비슷한가보다.


엄마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아이는 바다에서 노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그만큼 바다가 좋은 아이다.


어느날 저녁 아이는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이 있었는데

그 사이 밖에서 들어오는 아빠의 손에 들려진 짐을 보게 된다.

무언가 반짝이는 물건이었던가 싶다.

아빠가 몰래 숨겨둔 것이 궁금해진 아이는 엄마가 청소하는 사이 그 물건을 찾아낸다.

바다 표범의 가죽이다.

바다 표범에 대한 이야기는 엄마한테 들은 적이 있다.

육지에 올라오면 바다표범은 가죽을 벗고 인간이 된다고 하는..


저녁을 먹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는 엄마에게 수수께끼를 낸다.

땅에도 살고 바다에도 살고 걷기도 하고 헤엄도 치고..그런 것이 무어냐고..

정답을 모르겠다는 엄마에게 답을 말해주면서 아이는 아빠가 그것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아빠가 그런 사람일꺼라 말한다.

그러나 엄마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물건이라며 말하곤 아이를 달래 재운다.


다음 날 아침 엄마가 없다.

아빠가 돌아오자 엄마가 없다는 것을 말하니 아빠는 급히 가죽을 찾는다.

엄마가 바다로 돌아간 것이다. 아빠가 아니라 엄마였던 것.

엄마인지 아닌지는 글이 말해주진 않지만 당연히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엄마를 볼 수 없다. 가끔씩 고등어 몇 마리가 바위에 올려져 있을 뿐이다.

아이는 크면 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어부가 되거나 바다표범이 되고 싶다는...

동화는이렇게 끝이 난다.

이제 어디에도 엄마는 없다. 어른들이라면 엄마가 바다표범이겠거니 하고 끝이 날꺼다.

그러나 아이들이라면? 어디에도 없는 엄마의 존재를 느끼고자 계속해서 생각할지도 모른다.

남아있는 아이를 달래주는 건 아빠 밖에 없다.

커서 되고 싶은 게 생겼다는 아이의 꿈은 어쩌면 엄마를 만나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부가 되고 싶기도 하고 바다표범도 되고 싶은거다.


막상 꿈을 말하라면 우리는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아이의 소박한 꿈에 우리는 '그것밖에 안되니? 좀 더 멋지고 희망적인 꿈을 꿔!'라고 말할 지 모른다.

그러나 작지만 소박하고 빛나는 그리고 이룰 수 있는 꿈을 꾸는 아이들이 더 멋진 건 아닐까?

그것을 하나 하나 이뤄나갈 때 더 기특하지 않을까?


​선녀와 나뭇꾼처럼 다시 만나 잘 살았다는 이야기보다

나는 이 아이가 커서 엄마를 만나게 될 지 아니면 어부가 될 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될지..

그리고 이 아이와 아빠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다른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어른들의 꿈으로 아이의 미래를 확정짓지 말고...

아이가 그리는 미래를 같이 꿈꿔 나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학원에, 과외에 숨막혀하는 조그마한 아이들이 참으로 가엽게 느껴지는 지금이다.

그 아이들의 꿈은 진정한 자신들의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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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 워 Civil War 프로즈 노블 - 그래픽노블 <시빌 워> 소설판 마블 프로즈 노블
스튜어트 무어 지음, 임태현 옮김 / 시공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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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세계관이 차츰 대중들의 환호와 갈채를 받게 되면서 연이은 영화의 성공과 더불어 각종 캐릭터 상품 및 코믹스, 소설 등이 시장에서 더욱 활기를 띄고 있다. 최근 어벤져스2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흥행의 기록을 이어가며 이 어벤져스의 대장이신 캡틴 아메리카의 시빌 워 편이 내년 개봉 예정임에 따라 그 기대 또한 큰게 사실이다. 나는 한 6~7년 전쯤으로 기억하는데 시공사에서 축간한 시빌 워를 서점 한 코너(그때만 해도 시공사 또는 세미콜론에서 출간되는 마블과 DC코믹스는 매니아 위주로 찾는 느낌이라 잘 눈에 띄지 않는 코너에 위치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에서 발견, 집으로 오는 길에 단숨에 읽어버린 기억이 있다. 사실 그 당시 이렇게까지 마블이나 DC 히어로들이 영화로 인기를 얻을지는 상상도 못했지만 보통의 한국/일본 만화책의 전개 방식과 그림체에 익숙했던 나로써는 대사가 길고 챕터 간의 이동이 너무 커서 몰입이 되지 않으면서 역동성이 부족한 어른 동화 같은 시빌 워가 첫 몇 페이지까지는 잘 익혀지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단숨에 시빌 워를 보게 된 이유는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한 권선징악 같은 슈퍼 히어로들의 악당 퇴치 이야기가 아닌 서로 힘을 합친다는 일반적 구성과는 다른 서로의 이해와 선택에 따라 슈퍼 히어로들이 편을 나누어 대결하게 되는 그 구성이 나로 하여금 만화 시빌 워를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번에 읽게 만드는 힘이었으리라. 다시금 돌아와서 이번에 신간으로 출간된 시공사의 소설 시빌 워는 작가 겸 편집자인 스튜어트 무어가 소설의 형태로 쓴 시빌 워 소설판이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 큰 반향과 인기를 불러 일으킨 이 메가히트 그래픽 노블인 시빌 워가 과연 소설로는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결과부터 말한다면 내가 본 소설 시빌 워는 매우 훌륭하다. 어쩌면 만화의 아카데미 상이라 불리우는 아이즈너상을 수상한 스튜어트 무어와 시빌 워의 만남 자체만 놓고봐도 이미 기대의 절반은 충분히 채우고 시작하게 되기에 호들갑을 떠는 것 같을 수 있으나 솔직히 요즘 영화가 소위 대박을 터뜨리면서 그 영화의 소설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마블도 결국 그것들과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챕터를 넘어갈수록 당연하게도 기우에 불과하지 않았나 하는 그런 뻔한 얘기만을 하기에는 소설판 시빌 워는 만화판 보다 재미있으면서 어벤져스를 통해본 슈퍼 히어로의 캐릭터(시빌 워에는 더욱 많은 슈퍼 히어로와 슈퍼 빌런이 나오지만)들의 연기를 책 속에서 상상으로 손쉽게 펼칠 수 있을 만큼 스튜어트 무어의 글은 무척이나 세밀하면서도 친절하여 시원스레 눈과 머리 속으로 들어온다. 그렇다면 소설 시빌 워는 그래픽 노블의 소설판 시빌 워과 무엇이 다른가? 사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줄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한 주인 스탬퍼드 도시 한가운데에서 슈퍼 히어로와 빌런(악당)들간의 대결 중 천명에 가까운 시민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나자 미 정부는 이 사건에 따른 대응책으로 모든 슈퍼 히어로들(영웅이든 악당이든)이 자신의 정체와 능력을 대중에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이에 아이언 맨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찬성, 캡틴 아케리카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 침해를 들며 반대하게 되면서 두 영웅의 의견 충돌로 슈퍼 히어로들은 편을 가르게 되고 대립하게 된다. 결국 이 두 영웅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게 되면서 시빌 워, 즉 내전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다수의 히어로들은 상처와 고뇌에 빠지게 된다. 최근에 개봉한 어벤져스2 에이즈 오브 울트론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거기에서도 아이언 맨과 캡틴 아메리카는 서로의 생각이 상당 부분 다름을 나타내고 있어 시빌 워의 불안을 예고하기도 했다. 어쨌든 시빌 워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닌 두 대표적인 영웅의 관점의 차이에서 생긴 대결로 결국 더 큰 전쟁으로 치닫고 있었다. 아이언 맨 진영과 캡틴 아메리카 진영은 뉴욕의 타임 스퀘어에서 마지막 대결을 펼치는데 캡틴 아메리카 진영이 우세한 상황에서 타임 스퀘어의 일반 시민들의 피해가 커지며 시민들의 원성은 더 커져간다. 이때 시민을 위해 싸워야 할 슈퍼 히어로들이 그들 자신이 왜 싸워야 하는지 이유를 망각하고서 단순히 싸우기 위해 싸우는 건 아닌지를 자성하게 된 캡틴 아메리카는 주변의 슈퍼 히어로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스스로 먼저 항복을 한다. 에필로그로 시빌 워 이후의 캡틴 아메리카는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고 아이언 맨인 토니 스타크는 새로운 쉴드의 국장이 된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였으나 소설 시빌 워의 다섯 개의 파트, 31개 챕터를 읽다 보면 마치 잘 짜여진 미드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만큼 소설 시빌 워는 만화판 시빌 워가 세세히 표현하지 못한 상황 전개를 전체적으로 보여주면서 액션의 표현력을 만화보다 오히려 글로써 제대로 보여준 점 또한 추천 포인트이다. 아이언 맨의 슈트 장착 묘사나 전투 묘사를 비롯하여 각 슈퍼 히어로들과 쉴드의 전투 전개 묘사 등은 한 편의 무협지에서의 묘사를 보는 것과 같다면 조금은 과잉 해석일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용에 몰두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사물(아이폰, 엑스박스 게임기 등)에 대한 내용이나 환경에 대한 내용 설명이 현재 바로 그것을 표현 함으로써 지금 동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도 좋은 포인트였다. 작은 아쉬움이자 바램은 책의 5개 파트 중간, 중간 또는 에필로그 마지막에 이미지 컷이 서비스로 들어가 있었으면 소장의 기쁨을 더욱 크게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잘 만들어진 소설 시빌 워를 보고 나니 2016년 개봉 예정인 시빌 워는 또 어떤 영상으로 등장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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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힘 - 만족 없는 삶에 던지는 21가지 질문
김형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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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실제로 사용되는 철학은 어디서에서일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새에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철학이다. 작가는 프롤로그부터 쓸모없음의 쓸모라는 타이틀로 우리에게 사용가치에 대한 것을 묻고 있다. 21세기를 사는 지금 현대인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고 알고 싶어하는 것이 철학이다. 그 속에서 인문학이라는 말로 우리는 TV에서 라디오에서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책에서 다양하게 알고자 하는 마음을 풀어내고 있다. 쓸모없다고 느껴졌던 철학이 이 시대의 아이콘이 된 것을 보면 철학이 그 선두에 있지 않나 싶다.


총 21챕터로 나누어 인생, 죽음, 삶의 가치, 정의, 법, 도움, 탐욕, 용서, 약속, 진실 등의 다양한 소재로 철학의 힘을 소개한다.


그 첫 장으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나이에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마냥 흘러가는 나의 인생을 앞으로 어떻게 써나가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망원경효과'를 통해 내 인생을 들여다 보자면 나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가장 강렬했던 그 순간도 사실 남에게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빠르게 스쳐 지나간 순간일 수 있다라는 것이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확실하고 생생했던 그 기억이 말이다.


누군가 말했다. '시간은 금이다'라고.

어릴 때는 그렇게도 가지 않던 시간이 어느덧 어른이 되고 나니 자고나면 한 달, 자고나면 1년이 훌쩍 지나간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내게 확 와 닿았던 말은 바로 '숨 쉴 수 있는  한 호흡이 모자라 인간은 숨을 거둔다'였다. 그렇다. 인간이 죽기로 치지만 언젠가 올 그 죽음이란 것을 생각해야겠지만 마지막 순간에 호흡이 모자라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한다라는 말에는 정말이지 그 한 번의 호흡이 절체절명이겠구나 싶다.


또 과거를 망각하기에 인생이 짧은 것이라고 했는데 한 여성의 예를 들면서 순간 순간을 다 기억하는 자신의 뇌로 인해 그녀는 불행하다고 했다. 과거를 잊지 못해 그리움을 가지고 사는 건 뭐라 할 수 없지만 누군가가 죽거나 누군가와 헤어지거나 정말 가슴 아프고 불행했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을 매번 기억하게 된다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면에선 잊어버리고 망각하는 것, 기억의 용량이 적은 것 그래서 그 모든 것들이 모두 한 순간이라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구나 싶다. 그래서 내일이라는 희망을 신이 주신게 아닐까? 나의 내일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사뭇 진지해진다.


작가는 또 우리의 인생이 과연 공평한가에 대해 묻는다. 나는 지금까지 인생이, 인간이 한 순간도 공평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 근본에 철학자 엥겔스는 가족에서 출발이라 한다. 그러나 가족은 그 한 구성원으로 끝이지만 사회는 더 많은 것이 존재한다. 사회는 더 큰 불공평과 불공정이 판을 친다. 어차피 인생은 처음부터 잘못된 불공평 속에 시작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작가는 그 모든 것에서 유일하게 공평한 것은 인간의 의지라고 말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닌 오로지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니까.


중간 중간 철학자들의 글들이 삽입되어 있는데 깊이 새겨볼 만한 문구들이 있으니 읽는 재미도 쏠쏠.


죽음에 대한 글에서는 '장자'의 '산목'편에 나오는 사마귀 우화를 들고 있다. 약육강식의 대상으로 매미, 사마귀, 까치의 예를 드는데, 각자 자신의 삶이 집중하느라 다가올 커다란 불행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자는 닥쳐올 미래를 대비하고 무엇이 이로울지 해로울지 지혜롭게 대처한다는 것. 죽음이라는 공포를 현명한 지혜를 통해 헤쳐나가는 미래에 대한 센서를 켜두는 것. 그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있는 삶일까? 작가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어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한다. 우리가 똑같은 잘못을 계속한다면? 앞으로 닥칠 일에 매번 같은 대처를 한다면? 작가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잘못된 길을 스스로 고쳐가며 나아가야만 속도를 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왜 우리는 행복을 갈구하는 것일까?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원하는'것과 '바라는' 것의 차이를 말한다. 노력해서 얻는 것. 그저 있는 그대로가 아닌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그것을 쟁취하는 것. 그 때의 기쁨과 행복을 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누군가와의 비교도 하지 말하야하며 쾌락을 탐하지 말고 자아, 자존심, 자신의 위치를 높여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인생에 있어 후회하지 않는 삶이 있을까? 사람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후회한다고 한다. 책에서는 비트겐슈타인의 예로 드는데 그는 자신이 좋은 삶을 살다 간다고 했단다. 그런 인생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나부터도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인생은 진짜가 아니다.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었는데 하고 후회할 때가 많은데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해야할 것은 진심으로 지금의 삶을 후회할 것이 아니라 실수투성이고 매번 실패를 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잊고 다가올 미래의 준비를 위해 현재를 즐기라고 말한다. 카르페디엠!


약속에 대한 글에서는 철학자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어떤 이는 약속은 신의니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보았고 어떤 이는 쓸데없는 명분에 사로잡히지 말고 소신있게 융통성있게 지켜야한다고 한다.

또한 그 약속이 아무리 중요하다 할 지라도 상대방에게 해가 되는 약속이라면 지키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세네카에 따르면 '이 세상에 절대적인 약속은 없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글들 안에서 철학의 숨겨진 의미들을 헤아려보게 되는데, 너무 힘들이지 않고 볼 수 있는 책이라 좋으니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어려울 듯 한 것들을 쉽게 풀어주는 철학자가 있어 좋지 아니한가.


철학의 힘, 김형철, 위즈덤하우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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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큐레이터로 살아가기 - 미술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상하이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미술 이야기
최란아 지음 / 학민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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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가장 민첩하게 가장 강하고 화려하게 발전하는 나라가 있다면 어디를 꼽을까? 나는 바로 중국이다. 작가 최란아는 그 안에서도 상하이!  그곳에서 살며 느끼고 일해왔던 것들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냈다. 때 나도 꿈꾸었던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 볼 기회여서 좋았던 책이라 반가웠다.


베이징의 예술문화와는 또 다르게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언제나 넘쳐나는 상하이에서 그녀 역시 그들과 똑같이 자신의 꿈들을 하나하나 이루어나가고 있다. 베이징의 거리 곳곳이 올림픽을 기점으로 초호화 건물들이 계속 등장하는 단계라면 상하이는 옛날부터 다양한 인종들이 드나들기에는 최적의 장소였고 언제나 상하이의 밤은 화려한 건물들의 불빛으로 화려했다. 그러한 역사 적 배경과 문화를 가슴깊이 간직한 중국에 나도 2002년도 쯤 두 도시를 모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베이징과 상하이의 다른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던 적이 있다. 그때의 상하이와 지금을 비교하지만 말도 안되게 변하였겠지만 이 책을 보면서 한 때 가보았던 그곳이 이렇게도 변하고 있구나 싶어 관심있게 들여다본 내용들은 정말 모든 것들이 낯설지만 그곳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상하이 미술 역시 이렇게 광대하게 사람들의 일상에 헤집고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많은 미술관들과 아트페어들이 많이 생겨났다는 것이 놀라웠다.


또한 작가의 일상적인 모습부터 어떻게 큐레이터로 활동하게 되었는지도 자세하게 나와 있는데 어쩌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중국의 작가들을 만난 순간부터 갤러리어가 되어 사람들을 만나 활동하는 모습들, 아트페어에 나가게 된 계기, 중국이라는 곳을 부모님과의 여행을 통해 다시금 알게 되었고, 아이들을 통해 만나는 세상과 각국의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들을 자세하게 적으며 상하이는 언제나 떠나오고 떠나가는 곳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글들이 마치 나의 일인 마냥 공감하며 느끼게 되어 좋았던 시간.
거기다 내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 역시 그녀도 겪었다는 말에는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그 외에도 상하이에서 활동하거나 다시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간 작가 몇몇을 소개하는 글들도 있고 어떤 미술관들이 상하이 곳곳에 숨어있는지도 알려주고 있다. 언젠가 다시 상하이에 가볼 일이 있게 된다면 꼭 가보고 싶은 미술관들이다.

이 책은 상하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났던 사건들과 함께 한국의 여성이 어떻게 상하이에서 자리잡게 될 수 있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 사실 부러운 측면이 더 많았다는 것. 기회를 만들었고 그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현대의 중국 미술이 아니 상하이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 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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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 - 일상을 선물로 만드는 그림산책
이정아 지음 / 팜파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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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빨리, 이토록 읽기 쉽게 쓴 책이 또 있을까?

책을 받고 순식간에 쭈욱 읽게 만드는 책이다. 그림이라면 누구나 읽기 힘들다는 선입견이 생긴다. 그런 틀을 갖게 될지라도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아! 이렇게도 읽을 수 있겠구나 싶다.

작가 개인의 추억을 그림 한 점, 한 점마다 그대로 투영해 작가의 시선과 그림 자체의 의미가 만난다. 누구나 저마다의 Punctum이 존재한다. 내 마음 다독다독이라는 책의 제목과 만나는 지점이다.

 

곳곳에 여성에 대한, 추억들에 대한 여러가지 것들을 그려낸 작품들이 즐비하다. 그 오래된 작품들이 지금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고민과도 통한다. 일상에서 또는 추억이라는 공간에서 자리하는 개개인의 기억들이 누구나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분명 같은 지점에서의 고민들은 존재한다. 그런 것들을 소소히 담아내고 있어 재밌다.


책은 전체 Part가 4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파트는 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을 다루었고 두번째는 감정에 대한 것이다. 세번째는 취향,

네번째는 그 때 그 시간들.


귀스타브 쿠르베의 작품 '해먹'

하루쯤은 이렇게 지내도 좋을 듯 하다. 누가봐도, 언제라도, 이런 자세로 아니 이런 시간을 그리워할 것이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게으름을 피웠던가 싶다. 화가의 작품에서 여성은 해먹위에 누워 오후 시간의 여유로움을 낮잠으로 즐긴다. 이 글을 쓴 작가는 자신의 예전 직장시절을 상기하면서 타이트하게 짜여진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 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나도 이 작품을 보면서 복잡하고 빠듯하게 살고 있는 이 시간들에서 저런 여유를 상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

작가는 예전에 자신에게 보내주었던 친구의 편지이야기와 존 레논이 생전에 편지로 세상과 만났다는 이야기를 소재로 꺼내고 있다. 나도 작가도 한 때는 편지로 세상과 소통했는지도 모른다. 지금같이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런 손편지가 우습게 여기질지도 모르지만 글씨를 예쁘게 못써도 언젠간 답장을 받을 수 있을 꺼라는 기대감과 서툰 글에 웃기도 울기도 하던 그때의 내가 기억 속에 서있다.


피에르 에두아르 프레르의 작품 '추운 날'은 정말 그림이 이쁘다. 그냥 아이들의 모습을 어쩜 이렇게 순진하고 어루만져주고 싶을만큼 그려냈을까 싶다. 해너머가는 시각. 아마도 추운 겨울날 이었나보다. 놀다 들어왔는지 어디를 함께  다녀왔는지 모르지만 얼어붙은 손과 발을 난로에 쬐고 앉아 추위를 밀어내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작가는 자신의 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난로 위의 도시락과 문어다리 얘기를 꺼내놓는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작가 덕에 나도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브리튼 리비에르의 '교감'

누군가는 동물과 교감하는게 어렵지않냐고 한다. 그런데 그럴까? 어릴적부터 키워온 강아지라든가 고양이라면 애완동물과의 교감이 얼마나 많은지 알 것이다. 작품에서 화가의 딸과 강아지의 교감은 그냥 봐도 오랫동안 사이좋게 지낸 사이임을 알 수 있다. 반려견 제시가 토라진 화가의 딸 밀리센트를 달래는 모습은 나에게도 키우던 강아지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 역시 자신이 키우던 금동이 이야기를 하면서 화가의 작품과 교감한다.


다니엘 리즈웨이 나이트 '첫 고민'

작품에서 등장하는 두 여인, 얼마나 오랜 친구인지 누가봐도 알 수 있다. 한 여인이 심각한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고 있고 다른 여인이 그 여인을 안타까워하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작가는 '온고이지신'이라 해야할까? 새로사귄 친구와의 우정보다 옛 친구와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다. 그러고보면 옛 어른들의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어릴 적 친구들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조차 감싸주고 같이 아파해준다. 사회를 통해 만난 친구들이라면? 어쩌면 깊어진 우정이 더러 있을수도 있겠지만 표면적인 공감 외에 서로의 마음을 충분이 헤아려 주는 친구를 만들기란 어렵다. 작가만 그런게 아니라 나 역시 그런 일을 몇 번 겪다보니 씁쓸하다.


윌리엄 헨리 마겟슨의 '주부'

작가도 나도 주부!!!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간다. 요즘 킨포크라는 잡지가 여자들 사이에선 인기다. 이제는 힐링을 넘어 유기농에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을 추구하는 세상이 유행이다.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한 만족이 커지고 있는 요즘 이 작품이 더욱 매력있게 느껴진다. 나 역시 재밌게 보는 요리 프로그램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도 좋아하고 작가가 보았다는 영화 <줄리 앤 줄리아>도 좋아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작가도 나도 공감하는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도 스트레스 풀기에 딱인 취미가 요리다 보니 재밌게 읽은 부분이다.


또 이 화가의 다른 작품 '애프터눈 티' 또한 나의 또 다른 취미 홍차를 다루고 있어 역시 반갑다. 작가는 미국생활을 하면서 동네에서 알게된 작은 카페에서 가볍게 홍차를 마실 수 있는 여유를 재밌게 풀어놓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도 이런 곳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는 있지만.... 아쉽게도 가볍게 즐기기엔 조금 비싼 가격들이 후덜덜하다... 그래도 집에서 맛있고 향기좋은 차 한 잔에 간식거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유를 해먹 위에서의 낮잠만큼 만나고 싶다.


몇가지 재밌게 보았던 대목처럼, 이 외에도 다양한 글들과 그림들이 나를 이리저리 추억 속으로 가게 만들어 주는 시간이었던 터라 정말 재밌었다.


편하게, 여유있게 즐기는 마음으로 그림과 글을 만나고 싶다면 꼭 추천해보고 싶은 책..


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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