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 - 일상을 선물로 만드는 그림산책
이정아 지음 / 팜파스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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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빨리, 이토록 읽기 쉽게 쓴 책이 또 있을까?

책을 받고 순식간에 쭈욱 읽게 만드는 책이다. 그림이라면 누구나 읽기 힘들다는 선입견이 생긴다. 그런 틀을 갖게 될지라도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아! 이렇게도 읽을 수 있겠구나 싶다.

작가 개인의 추억을 그림 한 점, 한 점마다 그대로 투영해 작가의 시선과 그림 자체의 의미가 만난다. 누구나 저마다의 Punctum이 존재한다. 내 마음 다독다독이라는 책의 제목과 만나는 지점이다.

 

곳곳에 여성에 대한, 추억들에 대한 여러가지 것들을 그려낸 작품들이 즐비하다. 그 오래된 작품들이 지금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고민과도 통한다. 일상에서 또는 추억이라는 공간에서 자리하는 개개인의 기억들이 누구나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분명 같은 지점에서의 고민들은 존재한다. 그런 것들을 소소히 담아내고 있어 재밌다.


책은 전체 Part가 4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파트는 도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들을 다루었고 두번째는 감정에 대한 것이다. 세번째는 취향,

네번째는 그 때 그 시간들.


귀스타브 쿠르베의 작품 '해먹'

하루쯤은 이렇게 지내도 좋을 듯 하다. 누가봐도, 언제라도, 이런 자세로 아니 이런 시간을 그리워할 것이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게으름을 피웠던가 싶다. 화가의 작품에서 여성은 해먹위에 누워 오후 시간의 여유로움을 낮잠으로 즐긴다. 이 글을 쓴 작가는 자신의 예전 직장시절을 상기하면서 타이트하게 짜여진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 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나도 이 작품을 보면서 복잡하고 빠듯하게 살고 있는 이 시간들에서 저런 여유를 상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

작가는 예전에 자신에게 보내주었던 친구의 편지이야기와 존 레논이 생전에 편지로 세상과 만났다는 이야기를 소재로 꺼내고 있다. 나도 작가도 한 때는 편지로 세상과 소통했는지도 모른다. 지금같이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런 손편지가 우습게 여기질지도 모르지만 글씨를 예쁘게 못써도 언젠간 답장을 받을 수 있을 꺼라는 기대감과 서툰 글에 웃기도 울기도 하던 그때의 내가 기억 속에 서있다.


피에르 에두아르 프레르의 작품 '추운 날'은 정말 그림이 이쁘다. 그냥 아이들의 모습을 어쩜 이렇게 순진하고 어루만져주고 싶을만큼 그려냈을까 싶다. 해너머가는 시각. 아마도 추운 겨울날 이었나보다. 놀다 들어왔는지 어디를 함께  다녀왔는지 모르지만 얼어붙은 손과 발을 난로에 쬐고 앉아 추위를 밀어내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작가는 자신의 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난로 위의 도시락과 문어다리 얘기를 꺼내놓는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작가 덕에 나도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브리튼 리비에르의 '교감'

누군가는 동물과 교감하는게 어렵지않냐고 한다. 그런데 그럴까? 어릴적부터 키워온 강아지라든가 고양이라면 애완동물과의 교감이 얼마나 많은지 알 것이다. 작품에서 화가의 딸과 강아지의 교감은 그냥 봐도 오랫동안 사이좋게 지낸 사이임을 알 수 있다. 반려견 제시가 토라진 화가의 딸 밀리센트를 달래는 모습은 나에게도 키우던 강아지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 역시 자신이 키우던 금동이 이야기를 하면서 화가의 작품과 교감한다.


다니엘 리즈웨이 나이트 '첫 고민'

작품에서 등장하는 두 여인, 얼마나 오랜 친구인지 누가봐도 알 수 있다. 한 여인이 심각한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고 있고 다른 여인이 그 여인을 안타까워하며 이야기를 들어준다. 작가는 '온고이지신'이라 해야할까? 새로사귄 친구와의 우정보다 옛 친구와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다. 그러고보면 옛 어른들의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어릴 적 친구들은 내가 어떤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조차 감싸주고 같이 아파해준다. 사회를 통해 만난 친구들이라면? 어쩌면 깊어진 우정이 더러 있을수도 있겠지만 표면적인 공감 외에 서로의 마음을 충분이 헤아려 주는 친구를 만들기란 어렵다. 작가만 그런게 아니라 나 역시 그런 일을 몇 번 겪다보니 씁쓸하다.


윌리엄 헨리 마겟슨의 '주부'

작가도 나도 주부!!!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간다. 요즘 킨포크라는 잡지가 여자들 사이에선 인기다. 이제는 힐링을 넘어 유기농에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을 추구하는 세상이 유행이다. 느리게 사는 삶에 대한 만족이 커지고 있는 요즘 이 작품이 더욱 매력있게 느껴진다. 나 역시 재밌게 보는 요리 프로그램의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도 좋아하고 작가가 보았다는 영화 <줄리 앤 줄리아>도 좋아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작가도 나도 공감하는 걸 보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도 스트레스 풀기에 딱인 취미가 요리다 보니 재밌게 읽은 부분이다.


또 이 화가의 다른 작품 '애프터눈 티' 또한 나의 또 다른 취미 홍차를 다루고 있어 역시 반갑다. 작가는 미국생활을 하면서 동네에서 알게된 작은 카페에서 가볍게 홍차를 마실 수 있는 여유를 재밌게 풀어놓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도 이런 곳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는 있지만.... 아쉽게도 가볍게 즐기기엔 조금 비싼 가격들이 후덜덜하다... 그래도 집에서 맛있고 향기좋은 차 한 잔에 간식거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유를 해먹 위에서의 낮잠만큼 만나고 싶다.


몇가지 재밌게 보았던 대목처럼, 이 외에도 다양한 글들과 그림들이 나를 이리저리 추억 속으로 가게 만들어 주는 시간이었던 터라 정말 재밌었다.


편하게, 여유있게 즐기는 마음으로 그림과 글을 만나고 싶다면 꼭 추천해보고 싶은 책..


내 마음 다독다독, 그림 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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