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걷기 수업 - 두 발로 다다르는 행복에 대하여
알베르트 키츨러 지음, 유영미 옮김 / 푸른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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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걷기 수업 - 알베르트 키츨러

 📎이에 대해 틱낫한은 말한다. "무언가로 인해 마음이 소란스러울때" 걷기를 통해 고요를 되찾을 수 있다. 온전히 걷기에 집중하여 생각하기를 그치고 말하기를 그치고, 비난을 그치며 판단도 그친다. 머릿 속을 산란하게 하여 우리는 현재의 순간에서 멀어지게 하는 모든 것을 멈춘다. (책 속에서)

 걷는다는 것, 그저 단순히 한쪽 발을 뻗고 딛은 후 나아가는 것이다. 제자리 걸음이 아닌, 앞서 걸어가는 것. 우리는 걸어가며 무수한 오감이 작용한다. 냄새를 맡음으로 주변 환경을 알아차릴 것이며, 눈으로 보고 주변 위험을 감지할 것이다. 두 다리는 인지하고 있지 않더라라도 무의식적으로 교차하며 다리를 뻗어나갈 것이다. 이러한 물리적, 환경적 작용이 어떤 인생의 도 道 에 유익함을 주며 내면의 치유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일까?

 걷기는 실제로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행복감을 불러일으킨다. 코르티솔과 같은 부정적인 민감성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줄어든다. 즉 걷기는 약물치료에 버금가는 항우울 효과를 낸다고 한다. 신경정신과 p.울리히 노이만은 그의 임상실험 경험을 놓고, "내가 진료한 환자 중 매일 30분 이상을 산책한 절반 정도의 환자는 정신질환이 치유되었다." 라고 말한다.

 사실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수영, 테니스, 탁구, 골프, 헬스, 요가 등과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무엇이든 첫 산이 어려운 것이라고 하지만, 시니어와 같은 분들은 거주 지역과 가까운 기관을 알아보거나 인터넷 등록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함에 번거로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단 첫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것으로 생각하며 걷기를 실천해보자. 동서양의 철학자가 남긴 걷기에 대한 메세지를 책 한 권으로 가볍게 읽어보고 되새김하며 단 30분 내외의 길을 목적지 없이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장비도 필요 없다. 무조건 걷다 되돌아 올때는 다시 걷지 않아도 되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그것이 걷기 운동에 조금 추가 되는 비용일 것이다.

 신정일 우리땅 걷기 이사장은 말한다. "걸을 때 우르르 너도 나도 같이 쏠려서 일행이 함께 가는 것은 자기의 자아를 찾는다기 보다 그저 다른 사람에 휩쓸려 가는 것이지않나요. 길을 걸으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될 수 있어요. 칸트,니체,루소 등 수많은 철학자들도 걸으면서 사상을 확립했어요."

 퇴근 후 떠들석한 하루를 보상받으려, 루틴대로 책을 읽는다. 하지만 손에 한번 잡힌 스마트폰에 나의 정신을 그대로 내어준다. 그리고 2분 같은 20분이 흐른다. 같이 살고 있는 견공 댕댕이가 팔등에 자기 턱을 괸다. 아까부터 기다렸는데, 언제 나갈거냐는 메세지를 받는다. 2~3분 더 몸을 웅크리다 하네스를 꺼낸다. 이런 일상 덕분에 하루에 걷는 일이 적지 않다. 또한, 하나의 취미는 들꽃을 찍는 것이다. 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는 이름 모르는 들꽃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일. 그것만큼 의지대로 움직여 벅찬 감동을 받는 일이 없다. 자연사 으레 그럴 것이지만, 수천, 수억년 후에도 그대로 근심없이 피어나 만개하여 각각의 기쁨으로 살기를 작게 소원해본다.

 📎우리는 절대적으로 평안한 곳으로 마침내 정착할 수 있는 고향으로 나아간다. 노발리스 소설 <푸른꽃>에서 주인공 하인리히 폰 오프터딩겐은 "우리는 대체 어디로 가는가" 라고 자문하고는 "늘 집으로" 간다고 말했다. (책속에서) 

 돌아가는 길 댕댕이에게 "집에가자"라고 흥얼거린다. 집 가는 길을 알고 있어서, 하네스를 끌고 가는 방향 따라 걸어간다. 교감하며 산책하고 돌아가는 방향이 같아지는 것 또한 소중하다.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산책과 걷기의 중요성에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히, 철학자들이 자기 내면으로 걸었던 사유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생각해볼 수 있었고, 부유물처럼 떠다니는 생각을 잠시 청소하고 내려놓을 수 있는 나만의 시간들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도 책과 함께 걷기에 대한 예찬을 추천드리며 글로 담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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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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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 천선란 


'살아있는 모든 것 들은 강해, 그 어느 것 보다'

숲 우듬지 사이로 퍼지는 빛의 파장을 먹고 자라는 이끼가 그렇듯이. 


천개의 파랑으로 알려진 천선란 작가님의 SF 소설 '이끼숲' 

합의적인 현실과는 반대되는 SF 장르의 소설이지만, 소설에서 이따금씩 풍자되는 정치, 사회, 과학 노동, 빈곤의 문제들로 인하여 제법 현실에 접목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열다 섯살이라는 소년과 소녀의 시점이 더욱 먹먹한 분위기를 불러온다. 


'바다눈' '우주숲' '이끼숲' 세 챕터가 연작 소설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설의 배경은 지상 세계가 멸망한 후 지하 도시로 추방되어 살고 있는 미래 인류의 도시다. 


첫번째 이야기인 '바다 눈' 은 지하 도시 연구소에서 경비원으로 인하고 있는 마르코는 어디선가 노랫소리를 듣고 홀린듯 빠지게 됩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은희' 라는 소녀 비록 현실은 지하도시에서 업무 시간을 초과하고 노동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며 힘들게 일을 하고 있지만, 은희와의 데이트로 그는 살아가는 동력을 얻는다. 하지만, 치매인 엄마를 위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아바타'에 클론이 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판 '은희' 그렇게 은희가 떠나가고, '지하 공간' 이라는 닫힌 공간에서 마르코는 더 큰 절망을 갖게 된다. 


두번째 이야기인 '우주 숲' 은 지하 도시 위원회에 등록 되지 않은 '세상에 없는 아이'로 숨어 자란 의조와 쌍둥이 자매 의주의 이야기다. 

"내 안에 싸워볼만 하겠다는 힘. 그 힘은 의주를 햔한 분노나 고작 가위바위보 따위로 자식의 미래를 결정한 부모에 대한 원망보다 큰 것이었습니다." (글속에서)

의주는 비교적 자유롭게 지하도시를 누비며 생활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의조는 의주에 대한 분노로 가득하다. 하지만 치유키를 만나면서, 어떻게든

내 힘으로 살아보겠다는, 맞서 싸워보겠다는 힘을 느끼며, 배관 통로를 통해 지하 도시 탐험을 이어 나가게 된다. 

"의주야 네가 선택된 것은 멍청한 부모 덕이겠지만 내가 바깥을 돌아다니지 못한 건, 내가 죽은 존재가 되어버린 건 네 탓도, 부모 탓도 아니야. 머리에 칩이란 걸 심을 생각을 한 머저리들이 죄란다. 그러니 더는 눈치보지마" (글속에서)


마지막이야기인  '이끼 숲'은 붕괴 사고로 사랑하는 유오를 잃은 소마의 이야기다. 소마는 친구들과 유오의 클론을 훔쳐 지하 도시 밖으로 탈출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곳은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그 애를 잃은 슬픔이 유별나다. 분하고 억울하다. 슬픔이 유별나도 되는 곳으로 가고 싶다. (글속에서)


'500명의 대형 사고' 의 발생은 한번의 사고가 아닌,' 500번의 대형 사고' 라고 보아야 한다는 책의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는참사가 아니라,

그 전의 수번의 전조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또는 집단 책임 의식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여전히 쉽게 잊혀지는 '작은 것' 들 


이끼는 다른 식물들과 달리 높이 자랄 수 없지만, 온 몸으로 물을 흡수 할 수 있고 덩어리져 뭉쳐 자라면 건조에 강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소년과 소녀들은 

서로 이끼가 되어 숲을 이루며 높이 자랄 수 없는 지하 세계에 머물러 있지만, 서로 건조해지고 강해져 더 큰 목소리, 소망을 품어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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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장이브 뒤우 지음, 최보민 옮김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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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뇌과학 만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에 뇌가 있다고 생각해? 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불가사리나 해파리처럼 뇌가 없는 동물도 있어 

전후축이 있는 동물만 뇌가 있지 그러니까, 앞에는 머리, 뒤에는 꼬리가 있는 것들 말이야 전후축이 없으면 뇌도 없어 뉴런이 아예없을 수도 있어

그래도 재밌게 잘 놀아 


매일 약 2,000리터의 피가 뇌를 통과한다. 뇌는 또한 60리터의 공기를 필요로 하며, 몸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소비한다. 만약 10초동안 공기가 부족하면 

뇌는 기절하고 그렇게 몇 분이 지속되면 죽는다! 


기억은 뇌에 전체적으로 퍼져 있기는 하지만, 정보 저장의 핵심 역할은 해마가한다. 런던 택시 기사들의 해마는 평균보다 크다. 


이마엽(전두엽)은 이성과 언어, 움직임의 연결을 주관한다. 관자엽(측두엽)은 청각, 기억, 감정을 주관하며, 형태를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마루엽(두정엽)은 몸에 의식을 불어넣고, 환경과 공간 인지를 가능하게 한다. 뒤통수엽(후두엽)은 보이는 것을 분석하고 해석하며, 몸의 신호를 통합한다. 


기능자기공명 영상법 FMRI

처음에는 이 기술을 핵자기공명이라고 불렀대, 그런데 사람들이 그 이름을 무서워해서 안에 들어가는 걸 꺼리니까 이름을 바꾼거지 


몽상하거나 잘때의 뇌는 정지상태이거나 거의 아무일도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완전히 반대이다. 그럴 때 뇌의 모든 영역은 서로 대화하기 시작한다.

이는, 직관을 강화한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종종 떠오르는 생각들 말이다. 기억력 강화에도 좋다.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의 운동겉질에서 방출되는 전기신호를 감지함으로써 우린 이미 시작 단계에 들어섰다. 어떤 움직임을 생각하면 근육에 있는 전극들이 그 생각에 

반응을 하고 그 신호를 컴퓨터에 보낸다. 컴퓨터는 인공 팔다리에 명령을 내린다. 이것이 신경 보철이다.  뇌-기계 인터페이스가 뉴런의 행동을 해독한다. 

인공기관은 점점 발전하고 인공 손가락의 촉감 감지도 정밀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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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었다 - 김영철 에세이
김영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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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 머치 하다'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무언가를 하면 꾸준히, 성실히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를 좋아한다. 도중에 그만 두는 법이 없다. 


제목처럼, 아이가 감정의 홍수상태에서 눈물을 보인다. 하지만, 울음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 양육자의 위로를 받고, 스스로 감정도 조절해가며, 눈물을 멎을 것이고 다시금 방긋 웃음을 보일 것이다. 울다가 웃는 것이다. 


개그맨 김영철도, 서두에서 학창시절 사고로 잃은 형과, 자신에게 쏟아진 악플에 대해 덤덤하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나를 당신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수많은 악플 속에서 빛나는 선플을 기억하며, 다시 웃는다. 결국, 울더라도 마지막에 웃고 있다라면 결국 해피 엔딩이고 즐거웠던 인생이였다고 기억되지 않을까? 


그래서 올해 나의 목표는 이것이다. 헤매며 휩쓸리거나 휩쓸리면서 헤매어보기 


"힘을 내요 슈퍼 파월" 내 기억 속의 개그맨 김영철의 모습이다. '재미없다' 라는 하나의 모순적인 캐릭터로 녹아든 것 같지만, '재미없다' 라는 말에 결국 재미없어 진 것이 아니라 뻔뻔하게도 웃긴다. 아니 웃기고 말았다. 무한도전 베개 싸움 중 고요한 적막 속에서 부르는 김영철의 응원가를 나도 본방송에서 보았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 이외에도, 에세이 중 일화를 읽으며, 김영철은 미래를 그릴 줄 아는 사람이고 노력하고 도전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일화 중 개그맨 김영철(씨) 와 같은 긍정적인 사람이 곁에 있다면, 주변 또한 밝아지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삶의 용기를 은연중 얻게될 것같았다. 올해, 늘 긍정의 마음을 가지기란 쉽지 않겠지만,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마음 가운데, 작은 티끌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주변의 타인 또는 나 자신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를 바래본다. 


(본문 중) 


"영철씨, 낭중지추! 웃고 나서도 찝찝한 독설 막말 개그 안하고, 무더기무더기 누구 라인이라 말하며 편짜서 출연 안하고, 얼굴과 입담만으로 정직한 웃음을 주던 영철 씨가 비주류와 비호감이라는 화살을 받으며 무시당할 때 무척 슬펐는데, 요즘 내가 영철 씨의 오래된 팬이라는 게 행복하네." 

아이디 '로케트' 님이 쓴 댓글인데, 2015년 5월 4일 오전 8시 3분에 캡처해 휴대전화 사진첩에 소중히 보관해두었고 가끔 꺼내 읽는다. 나를 진정 알아주는 팬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이 댓글을 읽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 하염없이 우는 와중에, 난생처음 보는 단어 '낭중지추'의 뜻이 궁금해 검색했다. "주머니 속 송곳같이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자연스레 두각을 나타낸다." 라는 뜻을 보자마자 잦아든 눈물이 다시 쏟아졌다. 

살다 살다 사자성어 뜻풀이에 이렇게 울다니! '군계일학' 같은 거창한 말이었다면 오히려 큰 감흥이 없었을 것 같은데, '낭중지추'는 무언가가 내 가슴을 뾰족하게 찌르는 느낌이었다. 


을씨년스럽기도 했지만,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기다리는 제자처럼 아주 평화롭게 10여분 동안 서성였다. 아주 잠깐, 그가 여기 있다고 생각하고 심호흡을 하며, 나의 지난 10년을 돌아보았다. 돌이켜보니 나는 조급했고 다급했지만, 나의 속도와 박자에 맞춰 살았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엇박자로 흘러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월든 길에서 나는 지금처럼 호기롭게 잘 살아 갈 것을 다짐했다. <월든>에서 "옷이든 친구이든 새로운 것을 얻으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헌 옷은 뒤집어서 다시 짓고 옛 친구들에게로 돌아가라" 라는 구절이 있다. '일행들을 기다리게 해서는 안되는데' 라고 소로가 나에게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출연자 아이에게 마이크를 딱 갖다 대는데, '아저씨 손에서 아빠 냄새가 나요' 라고 하잖아 '그게 무슨 말이니?' 라고 물어더니 '아저씨 손에서 담배 냄새가 나요!' 하는거야 그래서 그날 끊었어. 왜냐면 영철아, 담배는 1월 1일에 끊는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끊는다. 그러면 안돼 그냥 바로 그순간 끊는거야!" 갑자기 담배를 끊은 호동이 형이 대단해보였다. 그 뒤로 지금까지 담배를 손에 들지 않는 모습에 엄지를 치켜 세워주고 싶다. 아주 칭찬해.  


다짐도 맹세도 날짜 맞춰서 해봤자 지켜지지 않는다. 언제든 딱 마음 먹었을 때, 그때 바로 시작하면 된다. 나는 모두가 시간에 쫒기지 말길 바란다. 숫자에 갇히지 않길 바란다. 스스로 시간의 주인이 되어 현명하게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몸에 걷기가 좋으니 걷는 시간도 만들고 주변인에게 안부 문자도 자주 하고, 어학 공부도 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문득 결심하길 바란다. 소소하게, 작은 것 부터 하나씩 그렇게 말이다. 


누나와 나는 밀린 이야기를 속사포 랩처럼 빠르게 하고, 근처 편집숍에 들렀다. 누나의 딸이 하교할 시간이 되자 헤어졌다. 작별 인사를 하며 누나가 말했다. "영철아, 우리 또 만나자, 이 근처 올 일 있으면 전화해. 이근처에 서점도 있고, 이것저것 볼 게 많아. 저녁까지 여기 좀 구경하고 걷고 그러고 헤매다 가." "헤메다 가"라는 말에 꽂혔다. 순간 그 말이 신선하고 세련되게 느껴졌다. 사전을 찾아보니 "갈 바를 몰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라는 의미였는데,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새로운 단어를 찾고 공부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잊고 있던 단어와 그 뜻을 다시 확인하고 단어의 깊은 맛을 알게 될때의 짜릿함이란! 나는 누나와 헤어지고 나서 저녁을 먹기 전까지 세 시간 가량 걷고 또 걷고 헤맸다. 북촌인지 삼청동인지 서촌인지 효자동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때 배운 영단어 'wender' '거닐다,돌아다니다,헤매다'의 뜻을 기억하며 그렇게 골목길을 하염없이 헤매보았다. 


<군주론>을 쓴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무엇보다 권태가 가장 무섭다고 했다. 나도 꽤 권태롭고 지루해하며 20대와 30대를 보냈던 적이 있다. 그런 지난한 세월을 보내면서 나름 한가지를 깨달았다. 이래도 저래도 하루는 지나간다는 것. '카르페디엠'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그 순간을 즐기면 된다. 


관심과 간섭은 다르다. 뭐가 그리도 궁금할까. 누가 이혼했으면 '뭐, 했나 보다' 라고 생각하면 된다. 

친한 사람이라면 한번 안아주면 된다. '좀 더 참고 살지 그랬니? 요즘 이혼은 흠도 아냐'라고 말하고 싶어도 참으면 된다. 쓸데없는 말은 입안에 넣어두면 된다. 결혼하면 '왜 이제 하냐?'라고 묻지 말고, 

'정말 축하해'라고 말하면 된다. 아들이든 딸이든 낳으면 '아이고, 고생했다. 잘했다'라고 토닥이고, 쌍둥이를 낳으면 '어머나 이게 머선 일이고! 라고 웃어주면 된다. 각자의 처지와 상황에 대한 '건조한 배려'가 필요하다. 물을 주지 않아 말라비틀어진 화분 속 흙 같은 '말라비틀어진 배려'가 아닌, 적당한 수분을 머금은 '건조한 배려'가 절실하다. 


2016년 10월 24일, 라디오 DJ가 된 첫날, 첫 오프닝은 내가 썼다. 각오와 계획을 주저리주저리 말하다가 "청취자에게 많이 들키겠다"라고 했다. 라디오 방송은 목소리만 들어나기에 기분을 쉽게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청취자분들은 목소리를 듣고 오늘 DJ의 기분이 어떤지 귀신같이 알아맞힌다. 그러니 웬만하면 유쾌하게 방송하고, 어제 뭐 했는지 오늘 뭐 할건지 솔직히 말하고, 진짜 내 모습을 속속들이 보여주겠다는 다짐이었다. 과거와 현재의 내 모습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의 나는 이런 모습을 갖기를 꿈꾼다. 당당하고 솔직하고 너그럽고 따스한 사람, 모르는 건 모른다고 정직하게 말하고 아는 건 안다고 말하며, 잘난 척도 하고, 외롭고 쓸쓸한 모습을 감추지 않고 그럴싸하게 드러낼 줄 아는 사람. 남이 나를 치켜세워줄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실은 이게 너무 힘들다. 그래도 겸손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꾸미지 않은 내 모습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오늘도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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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D. 배로 지음, 김희봉 옮김, 김민형 감수 / 김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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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더하기 1은 2인가 - 존베로 


“여러분이 지금 읽으려는 책은 제가 마지막으로 쓴 책이고, 저는 이제 더 이상은 쓰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저는 수에 대해 중요한 몇 가지를 말하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1+1=2와 같은 연산이 너무나 단순해서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기초적인 연산의 복잡한 면을 탐구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물을 더할 때 생기는 미묘한 난점에 대해 알아볼 것입니다. 이 문제를 다룬 19세기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수학자들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며, 그들이 이 문제를 풀고 덧셈을 명료하게 이해하기 위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도 알아보겠습니다. 무한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무한을 더하는 법을 배워보며, 무한이 수학의 대상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논쟁도 살펴볼 것입니다. 괴델의 유명한 불완전성 정리를 공부하고, 마지막으로 수학이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격렬한 논쟁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1+1=2라는 우리의 믿음은 깨어지지 않을 것이다. -러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 대하여 


왜 1+1=2인가에 바른 대답은 우리가 알고있는 1이 그러한 1이고 +가 그러한 +이라면 1+1은 우리가 알고있는 그러한 2와 반드시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수의 개념을 논리적으로 추상화한 자연수에 대한 공리체계에 의해 1+1=2 라는 참인 명제가 나온다. 하지만 1+1=2 라는 등식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등식을 구성하고 있는 1,2,+,=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 꼭 1+1=2 이여야하는가 라는 질문은 대게 자연수와 덧셈의 개념을 안다고 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엄밀한 수학적 증명'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고 부정확한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1+1=2여야만 하는가? 수학의 최종적인 답변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앞서 설명과 같이, 1과 2와 2와 =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린 문제이다. 즉, 우리가 어떤 필요에 따라 수와 덧셈과 등호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다면, 1+1의 값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예로, 시계바늘의 시계방향을 180도 돌리는 작용 (+)1, 시계바늘이 일치하는 작용을 =라고 가정한다면, 1을 두 번 더하면 시계바늘이 제자리에 돌아오므로 1+1=0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이것은 1+1=2라는 우리의 상식과는 모순되는 일이다. 우리는 단지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수 연산 체계를 보고 있을 뿐이다. 


현대 집합론의 창시자 칸토르는 수학의 본질을 그 자유에 있다고 말했다. 실로 수학의 막강한 힘은 무한한 상상력의 움직임을 허용하는 자유로움에서 나온다. 필요하다면 원하는대로 정의하라, 그러나 일단 그렇게 정의한 후에는 그 정의를 엄밀히 따르라. 그것이 수학의 규칙이며, 사고의 규칙이다. 


정규 과정을 거쳐온 대다수의 한국인은 수학을 어떠한 답으로 귀결되거나 도출시켜야만 하는 문제로써 수학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20년 8월 미국의 한 고등학생은 자신의 틱톡에 '수학이 진짜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사칙연산 외에 수학적 개념들이 왜 필요하며, 누가 생각해냈는가?' 라고 묻는 영상을 올렸다. 여기에는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멍청한 영상' 이라며 수없는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으나, 수학자 유지니아 쳉, 조던 엘렌버그, 물리학자 숀 캐럴 등 다수의 학자들은 이것이 '매우 훌륭한 질문' 이라고 학생이 '수학자보다 더 수학적으로 생각한다.' 며 답변과 격려를 보낸 사건이 있다.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복잡한 방정식을 쉽게 풀어내고 공식이나 법칙을 빠르게 기억해내서 기술적으로 잘 활용한다는 말도 되겠ㅈ만, 수와 기호들의 의미가 무엇이며 인간이 이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여 무엇을 하려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존 베로의 책은 후자의 의미에서 수학을 잘하도록 돕는 책이다. 


수학적 지식이 없으면, 쉽게 읽히기 어려운 책이긴 하나, 이 책을 읽으니, 1+1=2라는 어떠한 오해도 비집고 들어갈 틉도 없을 자명한 수식에 배 하나 더하기 사과 하나도 둘이 되냐는 질문과 0에 0을 더하면 왜 그대로 0일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수학을 사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본문에서


‘1+1=2’는 보기처럼 명료하지 않다. 원시인은 물론 불과 수백 년 전 사람 중에도 오늘날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셈을 하지 않은 이가 수두룩했다. 저명한 수학자들에게도 난제였다. 버트런드 러셀과 앨프리드 화이트헤드는 《수학 원리》에서 수백 쪽에 걸친 복잡한 논리 전개 후에야 ‘1+1=2’를 증명했다.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1+∞(무한대)=∞’이고 ‘2+∞=∞’이므로 ‘1=2’가 된다는 논리의 귀결 앞에서 좌절했다.


마야의 셈법은 이십진법을 기초로 한다. 기호로 1을 나타내는 점과 5를 나타내는 막대가 있었다. 19까지의 수는 점과 선으로 이루어졌으며, 단순한 더하기 법으로 표현되었다. 아마도 그 이전의 ‘손가락-발가락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들은 영에 대한 기호를 발명했다. 그리하여 이 층계식 표기법을 쓰면서 빈 자릿수에 영을 넣었다. 마야인이 만든 영의 기호는 아주 기이하다. 기본적으로 조개를 닮았는데, 간혹 눈을 닮은 것도 있다. 이를 토대로 약간씩 변화하면서 여러 가지 형태로 그려졌다. 그리고 마야인의 영은 ‘완성’을 의미한다.


모든 사물을 숫자로 추상화하고, 이들의 연산을 모든 사물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면 수학으로 온 세계를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리체계에 논리적 모순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것을 사용해서 모든 것이 참이라고 증명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산술이 무너져버린다. 러셀은 '2=1은 참'이라는 거짓 전제를 이용해 자신이 교황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출판사의 도서 제공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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