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행은 당신의 주머니를 노린다 - 탐욕스러운 금융에 맞선 한 키코 피해 기업인의 분투기
조붕구 지음 / 시공사 / 2020년 4월
평점 :
작년에 은행에서 판매한 DLS, DLF 상품이 투자자의 전액 손실로 이어지면서 굉장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사실 DLF 사태의 이면을 살펴보면, 투자자의 이익은 잘해야 5~6% 인데 반해 받을 수 있는 손실은 전액 잃을 수 있다는 것은 불공정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런 사태가 1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키코 사태'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키코는 처음부터 상호 간 대가관계가 불균형하게 설계된 상품이었습니다.
환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은행이 막대한 폭리를 취할 수 있었습니다.
환율의 불확실성 때문에 계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이 환차손을 볼 가능성이 커져 기업에는 불리했습니다.
하지만 은행은 환율이 아무리 변동해도 환차손을 볼 수 있는 한계를 제한하는 안전장치를 해놓았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장기화될수록 기업이 원하는 환헤지 효과는 줄어들고 은행의 이익은 극대화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은행은 복잡하게 설계된 금융옵션의 가치를 따져볼 줄 몰랐던 중소기업인들에게 이 위험한 금융 상품을 '금융 관리'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계약 체결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은행 지점장과 부지점장이 직접 회사나 공장으로 찾아가 키코 가입을 권유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은행이 '갑'이기 때문에 그들의 요청이나 제안을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은행이 기업의 여신 한도를 책정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대출 기한을 연장하고 새로운 대출 계약을 할 때 그 결정권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은행은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출에 키코를 끼워 파는 방식도 동원했습니다.
결국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중소 기업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자 분의 '코막 중공업'도 회사의 규모를 줄이고 재산 매각을 병행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출이 연 350억 원에 이르는 건실한 기업이었지만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구조조정으로 직원 수도 줄이고, 협력업체도 연쇄적으로 부도했습니다.
저자 분께서는 여러 기관을 찾아가 호소도 하고 사정도 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실제 정부의 구제금융정책이 상당히 엉성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코막중공업의 기출 유출 사건도 터졌습니다.
회사의 영업 부장이 코막 중공업의 기술 및 영업 정보를 가진 자료를 가지고 경쟁사로 이직한 것입니다.
소송을 했지만 대형 로펌을 선임한 경쟁사를 이길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자가 가지고 있는 지적재산권은 언제든지 거액의 법무 비용만 지불하면 기술 사냥꾼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현실만이 남았습니다.
이 책에는 성실하게 일해서 건실한 중소 기업을 운영하던 한 기업인이 은행의 횡포로 고통을 받았던 일대기가 고스란히 적혀 있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에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많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더불어 은행의 불합리한 횡포로 피해를 보신 기업가 분들이 정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502/pimg_790596147253339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