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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확신 사이에서 선택육아 - 어제보다 오늘 더 단단해졌다
김하림 지음 / 한울림 / 2024년 8월
평점 :
나는 <불안과 확신 사이에서 선택육아>의
저자 김하림 작가처럼 불안이 높은 사람이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불안이 높아
가끔 혼자 집에 있는게 무서운 적도 많았다.
갑자기 집이 무너지면 어쩌나 하고
쓸데 없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나는 결혼 전 10년 넘게 사교육 업계에서
아이들의 학습코칭을 하고,
육아 상담을 하고,
부모 교육을 진행한
누가 보기엔 이미 준비된 예비 엄마였다.
그러나 나의 마음 한켠에는 늘
'나는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에 대한
고민과 불안함이 쌓이고 있었다.
가정환경, 부모의 양육태도, 학습 습관과 태도,
아이들의 기질, 주 양육자와의 관계 등
너무 많은 아이들의 사례를 접하니
내 아이의 엄마로서는
정말 잘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은
나를 더 힘들게 했다.
SNS에서 멋지게 일하며
아이를 영재처럼 잘 키우고,
손수 진수성찬 음식을 해먹이고,
돈까지 잘버는 엄마들을 볼 때면
왜 그렇게 내가 루저같이 보이던지..
그래서 나는 더
나를 갈아넣어 육아를 했다고 할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잘 씻고, 잘 먹고, 잘 자고!!
좀 더 사람답게 살거다.
이제는 안다.
그 사람들도 보여주고 싶은 것들만
보여준 것 일테니 부럽지 않다.
그때
잘하고 싶어 힘들었던 나의 마음을 좀
다독거려줘야겠다.
그때의 나는
1. 안정애착이 중요하니
아이는 최대한 오래
가정보육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조리원 동기들이 100일 지나서
아이 기관에 보내고 복직할 때
난 육아휴직 다 쓰고도
결국 퇴사를 결정.
32개월(4살)에 아이를
기관에 보냄.
가정보육을 하는 시기에
코로나 시국이었지만
아이의 발달을 위해
여기저기 바깥 활동은
꾸준히 함.
그래서 많은 것들을 함께 했다고
자신했지만....
(누군가 이야기 해주심-
"기관에 늦게 가는 걸 아이도 원했을까요?
엄마의 욕심 아니었을까요?"
그때 뭔가에 팍 하고 맞은 느낌)
왜냐면
아이는 기관에 다니는 걸
처음에 조금 힘들어하고
아주 즐겁게 잘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일찍 보냈으면 아이도 나도 더 즐거웠을까?
가끔 단체활동에서
아이가 규칙을 잘 지키지 않고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면
'내가 기관에 늦게 보내서
다른 아이들보다 규칙을 잘 지키지 않나?'라는
불안이 생기기도 하지만,
어떤 선택에든 후회가 있을 수 있으니
정답은 모른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다독거려주자.
2. 애착형성에 모유가 더 좋을 거 같아
젖몸살이 심하고,
양이 많이 나오지도 않는 젖을
9개월까지 꾸역꾸역 먹이고,
양이 적으니 결국 아이가
혼자 젖을 떼는 상황에 이름.
젖 양이 모자라니 이유식을 일찍 시작하고
손수 만들어 먹이는게 사랑이라 생각해서
잠 못자고 매일 밤 큐브를 만들고
유기농 이유식을 만들어 먹임.
아이가 이유식을 잘 먹을 때는
내가 열심히 잘 만들어서 잘 먹는 것 인줄 알았는데
사실 젖 양이 모자라서 이유식을 많이 먹은거였구나;;
혹 어느 날 이유식을 잘 먹지 않으면
어찌나 화가 나던지;;
내가 잠 못 자고 만든걸 아이가 먹지 않으니
화가 났던 것 같다.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내가 열심히 만든건데..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 심리랄까?
배신감이라고 해야할까?
지금 생각하면
어른도 밥먹기 싫은 날이 있는데
그 어린 아이에게 왜 그리도
푸념을 해댔는지 미안하구나.
하지만 지금도 밥을 잘 안먹으면
화가 난다.
워낙 작은 아이라 (하위2%)
먹는 것에 더 예민해진다.
꾸역꾸역 먹이지 말랬지만
안 클까봐 불안한 마음에
난 오늘도 그러고 있네;;;
3. 책육아는 중요하니
놀이책으로 여기저기 깔아주지만
책을 찢거나 갉아먹는 건
용서할 수 없어 화를 냄.
구강기 아이가
입에 모든 물건을 가져가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건
당연한건데 그때는 왜 그리도
아이에게 청결 아닌 청결을 강조해서
아이를 나무랐는지 자책하게 된다.
코로나 시국이라 그랬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하지만 지금도 뭔가를 입에 가져다 넣으면
아이에게 뭐라고 하는 걸 봐서는
내가 어릴 적 결벽증처럼
다른 사람과 컵도 같이 쓰기 싫어했는데
그런 내 모습이 불쑥 불쑥 튀어 나오는거 같아
멈칫하기도 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에
청결이 있나보구나;;;
하지만 부지런히 읽어준 덕에
책육아는 아직까지는 성공적이고
아이는 책을 많이 좋아한다.
의식적으로 읽어주려고하고
부지런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읽기 독립으로 잘 넘어가기를.
한 고비가 더 남아있으니
이 부분은 불안과 확신이 공존하긴 한다.
아이들을 진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 아이에게는
객관적인 시선이 주관적인 눈으로 바뀌니
날카롭게 나와 아이를 바라보는게 쉽지 않더라.
객관적인 눈 삽니다.
누구나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
선택육아 마인드셋1
불안은 내장지방 같이 착 붙어서 알아채기 어렵다.
타인을 보듯 '나'를 관찰하자. 언제 불안을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불안을 잘 다루자. 고기의 마블링처럼 일상 속에 적당히 섞여 있는 게 좋다.
어느 날은 산후우울증처럼
눈물이 쉴새 없이 계속 나는 날이 있었다.
산후조리원에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았기 때문이다.
문득 내가 저 엄마들보다 나이가 많으니
빨리 죽을 확률이 높겠지?
그럼 나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훨씬 적을 수도 있겠다는
터무니없는 불안이 훅 하고 올라왔다.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는 혼자 어떻게 살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울한 생각들은
나를 눈물바다에 빠지게 했다.
우리 아버지가 환갑 전에 일찍 돌아가셔서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불안에 대한 대처는 조금은 주책스럽게
"오는 거는 순서 있어도, 가는 거는 순서없다."라는
유머러스한 이야기로 대처하고 있다.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는 롤모델
선택육아 마인드셋2
육각형 부모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육아에 "완벽"은 없다. "괜찮은"으로 바꾸자.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육아다
맞다. 과연 완벽한 부모가 있을까?
내가 보기에 완벽한 부모였는데
그녀 역시 늘 불안하고
뭔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걸 보았다.
나 처럼 불안이 높은 사람을 보고도
누군가는 아이를 똑부러지게 잘 키운다고 했으니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는 롤모델이다.
그러니 내가 잘하는 것, 강점을 잘 살려
멋지게 아이를 잘 키워보도록 하자.
육아 밀키트
선택육아 마인드셋3
당신만의 밀키트 육아법을 만들 수 있다.
밀키트 육아법 개발 단계에서의 연구와 투자는 불가피하다.
육아가 최소한의 조리법으로 맛을 내는 밀키트처럼 심플해진다.
이 육아서의 장점 아닌 장점
육아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가 아니다.
"난 이렇게 해봤어. 이제 너의 방법을 찾아봐."
쪼개고 쪼개야 좋은 선택
선택육아 마인드셋4
아이가 하는 모든 행동을 쪼개서 생각한다.
멀고 높은 목표와 가깝고 낮은 목표를 정한다.
특정 시간과 상황에서만 최선을 다해도 충분하다.
걷기, 계단 내려가기, 한 발 뛰기,
자전거 타기, 줄넘기 등
아이가 어제까지 못했던 일을
갑자기 해내는 날이 있다.
서로 놀라 얼굴을 쳐다보고 함박 웃음을 짓지.
조금 기다려주고, 지지해주면 해낼 일인데
어느 순간에는 그걸 못 참고
그냥 다해주거나 기다려주지 못할 때가 있다.
뭔가 목표가 있는가?
그걸 잘게 쪼개 천천히 가는 연습을 해보자.
성공 경험이 쌓이고, 자기효능감이 높아지면
스스로 충분히 멋진 도약을 할 것이다.
마음의 저울
선택육아 마인드셋5
마음 저울을 잘 활용한다.
저울에 올릴 두 가지 선택지를 고르고, 마음의 무게추를 옮긴다.
선택의 이유와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적는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내 마음을 잘 들여다 보고
마음 저울에 더 기우는 방향으로
길을 간다면 나만의 육아 기준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저울이 기우는 방향으로 가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적인 측면을 꼭 염두해두자.
아이를 향한 프레임을 바꾸다
선택육아 마인드셋 6
아이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단정 짓지 말자.
아이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을 깨자.
프레임을 쪼개 긍정적인 면을 찾아 자세히 적어보자.
앞서 이야기처럼
우리집 아이는 게임 규칙을 잘 따르지 않는다.
혼자만의 규칙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다시 설명하거나
혼자만의 즐거운 놀이를 만들어 놀기도 한다.
(다행히 사회적인 규칙은 잘 따른다.)
아이가 게임 규칙을 잘 따르지 않아
처음엔 이해력이 부족한 것인가 싶어
걱정이되기도 하고(이해는 하고 있었음)
[게임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아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아이를 나무라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부정적인 프레임을 깨면
아이는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이며
새로운 시각으로 즐거움을 찾는다는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처음엔 그리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다른 친구들은 선생님의 이야기에 맞춰
블럭을 착착 쌓고 있는데,
우리 아이는 그걸 들고 다니며
전화놀이도 하고, 블럭박수도 치고 노래를 부르니
속이 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그게 아이의 기질임을 인정하니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그래 맞아. 니가 즐거운게 더 중요하지.
지금은 즐거운 놀이시간이니까."
아이가 즐기듯 나도 그 시간을 좀 즐겨야겠다.
선택육아에선 자책보다는 주책
선택육아 마인드셋 7
자책은 육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책을 주책으로 생각 회로를 바꿔보자.
주책스러운 행동으로 자책을 털어내자.
나는 샤우팅에 화를 잘 내는 사람이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바로 사과하지만
잠든 아이를 보며 '내가 왜그랬을까...'
늘 반성하며 자책을 많이 하기 때문.
하지만 자책한다고 달라질게 없으니
늘 생각한다. 내일은 3번 소리칠 거 1번만!!
자책 대신 다짐으로 나를 독려한다.
흔들리는 촛불도 어둠을 밝힌다
선택육아 마인드셋 8
같은 육아라도 마음가짐은 부모마다 다르다.
잘 흔들리는 부모라는 사실을 인정해도 괜찮다.
흔들리는 부모도 육아라는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
맞아. 늘 흔들리지.
'학습지나 학습을 시작해야되나?'
미디어 노출 최소한으로 하자고 해놓고
패드 학습이나 영어 영상학습 등으로
성과가 눈에 띄게 특출난 아이 친구들을 보면
'나도 보여줘야되나, 나도 이제 시작해야되나.'하는
불안한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나의 교육적 철학은
미디어노출, 원치않는 학습은 최대한 지양
사교육업계에 있던 사람이 이러니 사실 웃기긴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 엄마들이 계속 물어본다.
"언니는 언제 학습지 할거에요?"
"패드 학습 언제 할거에요?"
"어떤 패드 수업 할거에요?"
"계획 없는데?"
파워J인 사람이 계획이 없다니...
아이가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양 만큼만 하겠다는
개똥같은 교육 철학으로
오늘도 나는 나를 단단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