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정한 죽음 - 생의 끝에서도 삶의 품격을 잃지 않는 지혜
능인 지음 / 불광출판사 / 2026년 10월
평점 :

"불광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p.155. 오직 오늘 하루치의 삶을 살아 내는 것.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정토마을 자재병원과 암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영적 돌봄가이자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능인 스님의 너무나 특별한 에세이를 만나보았다. 암 등의 원인으로 삶의 끝이 예정된 이들을 돌보며 한편으로는 사회인으로서 삶의 시작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스님이 본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시작을 가르치고 끝을 함께하는 과정이 혼란스럽지는 않았을까? 차가운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단정한 죽음》의 전체적인 흐름은 따뜻하다. 스님의 눈이 따뜻하고 죽음을 이야기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하다.
p.54. 한 사람의 삶은 언제나 차트 너머에 있습니다.

《단정한 죽음》에서 능인 스님이 들려주는 '죽음'은 생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죽음으로 향해가는 삶의 일부인 '죽어감'이라는 과정이다. 끝이 아니라 끝으로 향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천천히 들려준다.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이 겪는 아픔과 슬픔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혼자 가야 하는 길이기에 느껴지는 '외로움'이 너무나 크게 다가선다. 죽음을, 삶의 끝을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덜 외로울까? 덜 힘들까? 병원 차트에 기록되지 않은 삶의 기록을 통해 죽음을 준비해 가는 누군가의 죽어감을 기록한 책이다.
p.35. 내게 수행은 특별한 깨달음에 이르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는 마음을 살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었다.

능인 스님이 들려주는 죽음의 순간을 보고, 죽어감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삶을 만나게 된다. 죽음 앞에 한없이 움츠러든 이들의 이야기에 한없이 공감하게 되는 까닭은 끝이 더 가까운 남은 내 삶 때문일 것이다. 능인 스님의 글은 정갈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미사여구 없이 담백한 글들이 더욱더 깊은 곳에서 울리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이 가장 중요한 수행처라고 말하는 스님의 사랑이 담긴 글이 오늘도 죽어감을 외롭지 않게 하고 있다. 죽음이 다가온 이들에게도, 죽어감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는 이들에게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책이다.
p.175. 흐트러진 마음을 돌아보고, 놓아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하나씩 살피며 삶의 매무새를 가다듬어 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단정함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