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
이윤 리 지음, 정혜윤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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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많은 수상 경력을 가진 프린스턴대학교 문예창작부 학장으로 재직 중인 이윤 리의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를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2025 카네기메달 수상작, 2025 뉴욕타임즈 올해의 책 등 많은 타이틀을 보유한 책이다. 거기에 더해 2026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소개 글에 더 이상의 소개는 보지도 않고 선택했다. 두 아이를 잃은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인 줄 알았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설픈 선택은 훌륭한 작품과의 만남을 선물했다. 올해 만나본 글들 중에서 최고의 문장, 최상의 작품이다. 글이 가진 매력을, 문장이 가진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의 내용을 필사筆寫하고 싶은 책이다.


p.25. 그러나 삶은 소설 작법을 따르지 않는다. 어쩌면 소설이 삶보다 덜 제멋대로인지도 모른다.


p.36. 그럼에도 여전히 삶을 살아가야 한다. 비극의 안에서, 비극의 밖에서, 그리고 비극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쓰는 일은 나 자신을 그 기이한 영역에서 분리해 내는 방법인 동시에 그 영역에 영구히 안착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16살(첫째, 2017), 19살(둘째, 2024). 정말 어린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두 아이의 엄마의 후회나 슬픔, 아픔은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자살로 삶을 마감한 아이들의 과거를 그리기보다는 남은 엄마가 살아야 하는 오늘을, 살아갈 내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두 아이를 글로, 책으로 애도하고 있다. 그런데 애도하는 글에서 슬픔이나 아픔은 묻어나지 않는다. 왜일까? 7년 사이에 십 대 아이 둘을 잃은, 극한에 닿은 엄마는 오랜 시간을 둔 '회복'이 아니라 '급속적인 수용'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길을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놓는다.


p.42. 이 책은 삶의 극한에 관한 책이다. 세상 어느 부모도 머물고 싶지 않을 만큼 깊은 심연의 자리에서 쓴, 사실과 논리에 관한 책이다.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의 가제본은 240여 페이지 분량으로 두껍지 않다. 감성 에세이라기보다는 철학 에세이다. 깊이 있는 생각을 끊임없이 끄집어내는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철학적 사유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마지막 챕터 23장의 제목은 이 책이 가진 의미를 단번에 알려주는듯하다. '자식들은 죽고 부모는 계속 살아간다.' 아이가 다치거나 아프기만 해도 온 집안의 공기가 얼어붙는데 두 아이의 죽음이 누르고 있는 죽음의 무게를 삶의 의지로 지탱할 수 있을까? 경험해 보지 않은 고통을 느낄 수 있고, 누구보다 강한 엄마의 의지를 만나볼 수 있는 정말 깊이 있는 에세이다.


p.171.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일은 외롭다. 그러나 철학적 사유는 어느 순간 느껴지는 외로움을 비롯해 어떤 감정을 적당히 지나쳐 가는 법을 배우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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