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학생들이 있는 집을 대상으로 백과사전 구매가 유행한 적이 있다. 빌 게이츠가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을 꾸준히 읽었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학업과 교양 양 쪽에서 모두 도움이 된다는 논지였다. 다만 그렇게 구입한 백과사전을 유용하게 활용했다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장식용으로 서가 한 켠을 차지했을 뿐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내용이 너무 많다' 였다. 초등학생이 슬기로운 생활 숙제를 해야 하는데 국립도서관에 데려다놓고 '여기에 뭐든 다 있으니 잘 찾아보고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격이기 때문이다.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추세 판단이 중요함을 역설하는 책은 많다. 그에 따라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득해지는 지표들을 수십 개씩 나열한 다음 '이 지표는 이럴 때 유용하고, 저 지표는 저럴 때 유용하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책이 초보 시절 실제 투자에 크게 도움이 된 적은 드물었다. 오히려 판단 기준이 잡히지 않아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었다.고지로 강사의 '이동평균선 투자법'은 잡다한 지표들은 모두 생략하고 최대한 간단하게 접근한다. 사용하는 지표는 이동평균선밖에 없다. 단기, 중기, 장기라는 세 개의 이동평균선만 이용하여 시장의 현재 상황을 가늠하고 투자에 있어 엣지(edge)가 있는 국면인지를 파악하도록 한다. 간단하니만큼 이해가 쉽다. 경우에 따라 응용도 가능하다. 기본서로서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보통 초심자를 위한 책을 쓴다면 내용을 모두 조금씩 줄여서 거의 팜플렛에 가까운 책을 만드는 경우도 꽤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부차적인 부분을 모두 쳐내고 핵심이 되는 부분은 완전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래서 두껍지 않은 분량임에도 전체적인 구도를 조망할 수 있다. 저자의 의도대로 회독수를 늘려서 체계를 잡기에 유리한 책이다.시장 추세 판단의 기본부터 차근히 익히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볼 책이다. 이동평균선에 대한 심도있는 이해도 다루므로 프로 트레이더여도 분명히 얻어갈 수 있는 내용이 있다. 가볍고 튼튼한 투자의 기본 엔진을 장착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축구사를 빛낸 선수는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 실력과 스타성 양쪽에서 탑클래스에 올랐던 선수라면 단연 데이비드 베컴을 꼽는다. 한때 프로 축구선수들 사이에서도 정확한 크로스와 더불어 최고의 프리키커로 손꼽히는 선수였다. 그 즈음 베컴이 축구 유망주들에게 프리킥 강의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한 후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나는 발 안쪽으로 휘감아서 차지만, 호베르투 카를로스 같은 선수는 발등으로 강하게 차서 공에 회전을 준다. 누가 맞고 틀린 것은 아니니 연습을 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라."트레이딩 비법을 물어보면 대부분 저마다 다른 방법을 이야기한다. 중요시하는 지표도 조금씩 다르고 청산 시점이라고 판단되는 수준도 다르다. 상승 후 눌림목 시점에 매수를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돌파하는 그 순간에 매매하는 스타일도 있다. 모두들 뛰어난 트레이더지만 실제 투자전략늘 저마다 다르다.알렉산더 엘더의 '시장을 이긴 16인의 승부사에게서 배우는 진입과 청산 전략'은 트레이딩 캠프를 하면서 만난 트레이더들의 전략을 하나씩 짚어보는 책이다. 이름이 알려진 인사도 있지만 무명 투자가도 있다. 공통적으로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성공적인 트레이딩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투자 전략의 특색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은 꽤 독특하게 접근한다. 바로 실제 차트를 실어놓은 후 이 시점에서 왜 진입을 했는지, 그 결과는 무엇인지 하나씩 보여주는 식이다. 저자인 알렉산더 엘더는 그 스스로도 '삼중 임펄스 시스템'이라는 투자 전략을 가지고 있는 뛰어난 트레이더다. 각 트레이더들의 전략에 대해 저자 본인만의 관점으로 추가적인 해설을 해 놓은 부분도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차트를 앞에 띄워놓고 해설을 해 주는 과외 선생님과 같다.뒤를 돌아보며 투자를 한다면 모두가 성공적인 투자가다. 저자가 항상 강조하듯이 '차트 맨 오른쪽에서' 판단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지나간 상황에서는 어디서 진입하고 어디서 청산해야 하는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투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하나씩 알려준다.저자는 트레이딩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규칙을 지키면서 항상 기록하는 습관'을 강조한다. 트레이딩은 결과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간단하게라도 복기를 해야 하며, 가장 좋은 방법은 차트를 그대로 붙여넣고 그 이유와 결과를 적는 방식이다. 그럼으로써 뛰어난 트레이더가 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투자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점을 강조한다.기록하는 습관이 중요함을 일컬은 구루들은 꽤 있지만 어떻게 기록을 해야 하는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준 사람은 많지 않다. 저자는 본서에서 트레이더들의 전략을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과를 정리하는 방법에 대한 모범까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다. 뛰어난 투자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참고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민물고기는 대부분 자기가 살던 곳에서 평생을 보낸다. 상류에 사는 물고기가 하류로 이동하여 바다로 나가는 경우는 있지만, 거꾸로 하류에서 상류로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연어는 귀소본능으로 알을 낳기 위해 강의 흐름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간다. 결국 상류에 도착하는 연어는 힘이 완전히 빠져버려 죽음을 맞는다.많은 사람들은 투자에 성공하는 원인을 내적 귀인에서 찾으려고 한다. 내가 개별주 분석을 열심히 하면 결국 시장이 내 종목의 가치를 알아봐주어 수익이 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속칭 저평가되었다고 판단되는 주식들이 전혀 상승하지 못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그중 분식이나 횡령 등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발견되어 아예 퇴출되는 경우도 있다. 수익을 나게 해 주는 것은 내가 저평가된 종목을 잘 알아봐서가 아니다. 시장 그 자체가 흐름을 이끌었기 때문이다.시장 흐름의 기원을 밝히려고 했던 시도는 여러 차례 있다. 그 중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엘리어트의 파동이론이다. 널리 알려진 이론이니 비판도 많다. 개별주 투자에 선을 따라서 그려보았는데 잘 맞지 않는다는 푸념이 가장 많고 내재된 이론 배경이 치밀하지 못함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이다.엘리어트는 파동이 어느 경우에나 작동하는 절대법칙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파동이론이 성립되지 않을 수 있는 요건들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편이다. 외부 변수가 끼어들기 쉬운 개별주 투자도 마찬가지다. 엘리어트의 이론은 시장 전체의 흐름을 보는 데 더 적합하며 이 경우 현대에 나온 다른 이론들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제도권 학계의 경기변동론, 이를테면 쥬글러나 콘트라티에프 파동도 엘리어트 파동이론보다 더 치밀하지는 않다. 주장하는 사람이 학계에 있을 뿐이다.투자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에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역행을 하면서 기교를 부리다가는 퇴출이 쉬워질 뿐이다. 시장이 좋다고 판단되면 추세를 따라간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연어가 아니므로 죽음을 무릅쓰고 흐름을 거스를 필요는 없다. 그 과정에서 강세와 약세를 판단하는 데 엘리어트의 파동이론은 중요한 길잡이가 된다.기술적 분석 책의 한 각론으로만 머물러있기에는 엘리어트 파동이론은 꽤 자세하고 구체적이다. 시장 흐름을 뚫는 통찰도 여러 차례 제시해준다. 특히나 엘리어트가 파동이론에 대해서 추가적으로 설명한 자료들이 모두 실려 있어 완전판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다. 시장 흐름을 읽는 가이드를 얻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일본의 고류 검술 중 최고의 실전성을 보인다고 평가받는 건 "시현류"다. 보통 검으로는 두꺼운 갑주를 뚫기 어려우므로, 대부분의 검술은 다양한 자세와 기술을 통해 갑주의 빈틈을 공략하는 방법을 추구한다. 그러나 시현류는 화려하고 다양한 기술을 익히는 것과는 정반대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엄청난 괴성과 함께 온 힘을 실은 내려찍기로 갑주 자체를 박살낸다. 이를 위해 언뜻 보면 우스꽝스러운 내려찍기 훈련만 계속 반복한다. 그러나 실제로 훈련되지 않은 병사들을 단기간에 실전에 투입하기에는 최고의 성과를 낸다고 평가받는다.사람들이 투자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모두 동일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리고 대부분은 화려한 기술을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실전으로 내몰려야 하는 처지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저자는 실전에서 검증된 전략을 쓰자고 주장한다. 바로 전미트레이딩 대회 우승자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했던 '돌파매매'다. 그동안 투자의 정석으로 취급받던 눌림목 매매와도 결을 달리한다. 큰 틀에서 상승 추세의 자산을 매수한다는 관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상승 추세가 꺾이고 잠깐 숨고르기에 들어갈 때 매매하지 않는다.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이 시작될 때 매수하여 추세를 따라간다. 매수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상승하는 주식이 좋은 주식이라는 논리다.이를 위해서 실전에서 검증된 트레이더들의 의견도 종합하여 분석한다. 제시 리버모어, 윌리엄 오닐, 마크 미너비니, 스탠 와인스타인과 같은 거장들의 투자에 대한 의견과 매매 전략들의 공통점을 조합하고 실전에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나 앞선 거장들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여 명칭의 생소함 등 사소한 면에서 적용에 난해함을 겪는데, 이 책은 100% 국내 시장만을 예시로 든다. 말 그대로 무슨 방법이 왜 효과가 있고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알려주는 과외 선생님 같다.사람마다 투자에 대한 의견은 모두 다르고 각자가 적용하는 방법론도 다르다. 투자대가 중 하나로 불리고 워런 버핏도 격찬하였던 월터 슐로스도 '나는 버핏처럼 할 수 없으므로 버핏의 방식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대부분은 다양하고 화려한 기법보다 반복 숙달이 가능한 실전적인 훈련이 더 필요하다. 내려찍기 하나만으로도 숙련자들을 제압할 수 있다. 돌파매매도 실전적이면서 효용성이 입증된 방법이니만큼, 그 훈련 방식을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이 책은 반드시 권할만하다.
올 한해 서점가를 강타했던 책들 중 가장 유명한 책을 꼽자면 '세이노의 가르침'일 것이다. 익명의 천억원대 자산가인 '세이노'라는 인물이 본인 삶의 가치관과 부를 이룬 과정을 설명하는 책이다. 본래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된 내용이나 제본값 수준의 엄청난 저가에 출간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단숨에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책이다. 나는 세이노가 예전에 인터넷에 올렸던 내용을 직접 읽어본 적이 있다. 책이 나온 김에 최근에 다시 읽어보았는데, 예전에 읽었을 때와 느낌이 전혀 달라진 점도 흥미로웠다. 좋은 내용도 있었지만 예측이 완전히 빗나간 부분도 많았고 지나치게 단편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부분도 눈에 띄었다. 그래도 여전히 동의하는 내용은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풍문에 기대지 말고 본인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독립적으로 판단하라' 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은 구성원이 고만고만한 수준이라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덧붙였다.투자 세계에서 풍문 때문에 평가가 휘둘리는 인물이라면 제시 리버모어도 그 중 하나에 들어갈 것이다. 추세를 추종하는 본인의 매매기법을 통해 몇 번이나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마지막으로 파산한 직후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이를 두고 리버모어의 투자법 자체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가치투자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사마저도 '실패한 투기꾼의 말로'라면서 조롱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리버모어가 당시 굉장한 우울증 때문에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으며, 이전 두 번의 파산을 겪고도 원래 수준까지 자산을 회복하는데 성공했었다는 점은 없는 사실로 취급한다. 이러나 저러나 리버모어의 투자실력 자체는 평범한 사람과 바교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무일푼 상태에서도 단숨에 원래 수준으로 복귀했다는 점에서 부동산 사업으로 모은 초기 투자금이 매우 컸던 찰리 멍거와 같은 인물보다 더 배우고 따라야 할 가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제시 리버모어에 관해서는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이 가장 유명하다. 그러나 리버모어가 직접 저술한 책이 아니며 인터뷰를 통해 제3자가 재구성한 내용이라는 한계는 있다. 리버모어는 평소에 매매기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말년에 들어서야 본인의 매매방법을 정리한 책을 펴냈다. 그게 이 책 '주식 매매하는 법(How to trade in stocks)'이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이 본인의 투자법과 시세 흐름을 파악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서술해 놓았다. 리버모어는 매매기법을 최초로 공개했으니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향이 있기를 기대했지만, 당시 미국은 1929년 시작된 대공황의 여파로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시든 상태였다. 결국 출간 후 책에 대한 관심이 뜨뜻미지근하자 리버모어의 우울증은 한층 더 심화된다.비운의 역작이지만 내용은 현대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다. 유사한 범주에 속하는 종목들끼리 시세가 비슷하게 움직이므로 추이를 관찰하라는 내용과 함께 자금을 관리하는 법, 마음을 다스리는 법도 자세하게 기술했다. 특히나 본인이 실제로 시세 추이를 파악했던 과정을 직접 보여주면서 투자에 문외한인 사람이 따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점에서 실용서로서의 최고봉을 달린다.리버모어는 특이하게도 차트를 보기보다는 주가를 직접 적어내려가는 방식으로 시세 추이를 파악했다. 이를 위해 본인이 만든 도표도 첨부하면서 어떤 식으로 주가를 기록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모든 과정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는 안 되며 반드시 본인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인다. 시세 흐름이라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면 스스로 그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주변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풍문을 믿어서는 안된다.'주식 매매하는 법'은 여러 판본이 있지만 리버모어의 의도를 한국 시장에 맞게 추가로 잘 해설한 부분은 역자의 공로가 크다. 추세 매매라는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a부터 z까지 알려주는 이 책은 필독서에 오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벌써 그렇게 무릎을 친 사람들 중 세계적인 트레이더가 된 사람들도 부지기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