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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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 1권 <나의 눈부신 친구> 에서 레누는 진학하고 릴라는 학업을 포기하면서 둘의 삶은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릴라는 고리대금업자 집안의 스테파노와 결혼하면서 더 차이를 보이는데, 결혼 당일에 스테파노의 본모습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막을 내리면서 2권에서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을 안겨줬다.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에서 역시나 스테파노는 본색을 드러내고 릴라는 잘못된 결혼의 선택으로 자신을 잃은 채 매 맞는 아내로 전락했다. 레누는 릴라의 그늘 안에 머물면서 더 강하고 안전하게 느꼈기에 릴라의 결혼에 무력함을 느끼고 방황했다. 릴라가 독학으로 중학교 공부에 레누에게 도움을 주었듯이 고등학교 공부에도 조용히 공부할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자극을 주는 등 도움을 주었다. 레누는 언제나 그렇듯이 릴라 덕분에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 결혼 후 릴라가 환경에 굴복해 가는 모습이 안타깝지만 그녀가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다고 하면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긴장하게 된다. 


"릴라가 사투리로 말을 할까 봐도 두려웠다. 뭔가 천박한 말을 해서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것을 드러낼까 봐 두려웠다. 그러면서도 릴라가 입을 여는 순간 모두 그녀의 명석함에 매료될까 봐 두려웠다. 갈리아니 선생님까지 빠져들게 될까 봐 두려웠다."(205페이지)


릴라는 피사의 노르말레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드디어 나폴리를 벗어났다. 불안한 경계심과 해방감이 교차했다. 릴리가 없는 도시에서도 레누는 릴라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릴라의 결단력, 과감함, 진정한 사랑에 대한 깨우침 등을 생각하며 릴라의 삶을 자신의 삶에 투영해 본다. 다른 계층의 사람들도 만나면서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해 인식하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인지하며 성숙해갔다. 


결혼 후 자신을 잃고 죽어가던 릴라는 니노를 만나 새로 태어났다. 니노가 누구던가. 바로 레누가 짝사랑하던 상대가 아닌가. 릴라가 집을 나와 니노와 살림을 차리고 임신까지 하지만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니노는 학교도 그만둔 채 낙오자가 되었고, 릴라는 다시 스테파노에게 돌아가 니노의 아기를 낳고 힘든 결혼 생활을 유지한다.


"모든 것이 아슬아슬하다. 위험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이들은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평생을 구석에 처박혀 인생을 낭비하게 된다. 불현듯 왜 내가 아닌 릴라가 니노를 차지하게 됐는지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감정에 몸을 내맡길 줄 모른다. 감정에 이끌려 틀을 깨뜨릴 줄 모른다. 내겐 니노와 단 하루를 즐기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릴라와 같은 강인함이 없었다. 나는 항상 한 발짝 뒤에서 기다리기만 했다."(404페이지) 


니노와의 관계에서 레누와 릴라의 성격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듯하다. 릴라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원하는 것은 망설임 없이 취할 줄도 알지만 레누는 감정을 숨기고 한 발짝 뒤에서 관망했다. 릴라는 격정적인 삶을 살지만 레누는 안정적인 삶을 산다. 


이 책의 제목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인지는 책의 후반부에 가서야 드러났다. 릴라의 글쓰기에 매료된 레누는 문학적으로도 릴라의 영향을 받았다.  (너무 많은 것은 스포가 되므로 얘기하지 않겠다.) 레누는 릴라에 대한 열등감과 한계를 자주 느꼈지만,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성적을 내고 능력도 있었다. 평범한 사람은 뛰어난 누군가와 가까워도 자기 것으로 소화시키지도 영향을 받지도 못할 것이다. 레누가 화자라서 릴라의 속마음은 직접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레누에게 눈부신 친구라고 얘기하는 장면이나 레누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장면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나폴리 4부작은 두 여인이 66살이 되어서 릴라가 사라지고 레누가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면서 시작했다. 6살에 만나 60년에 걸친 두 여인의 우정사.. 1권에서는 레누와 릴라의 유년의 성장이, 2권에서는 사랑과 공부와 일 사이에서 방황하고 생각하는 청춘의 자화상을 볼 수 있었다. 사랑은 엇갈리게 마련이고 상처받고 또 다른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했다. 2권이 끝날 때의 나이가 이제 20대 초반이다. 20대 초반인데도 그동안 두 여인의 서사가 얼마나 장황하던지.. 3권에서 두 여인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킬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하다. 3권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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