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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비행공포
에리카 종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열정과 안정..
자유와 친밀감..
여성의 삶에서 이 둘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이사도라는 감정에 솔직하고 개방적인 삶을 살라는 에이드리언의 유혹에 주저한다.
즉흥적인 도피와 자유는 언제나 이사도라의 욕망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남편 베넷과의 결혼 생활은 안정되지만 따분하고 자유가 없었다. 일상을 박차고 뭔가 자유로움과 열정을 누리고픈 환상은 에이드리언을 만나면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남편이라는 안정적인 삶을 살 것인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열정 넘치는 삶을 살 것인지
순간적인 선택 앞에서 망설였지만,
끝내, 건실한 남편 베넷을 뒤로하고 에이드리언과 사랑의 도피를 떠나버렸다.에이드리언과 열정과 자유의 삶을 지속될 수 있을까.
이사도라는 평범한 여성보다는 존경할 만한 인물이 되고 싶었고,
그렇게 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자신과 그 힘을 완전히 믿지는 못했다.엄마의 조언대로 성공하기 위해서 아기를 낳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일단 결혼하면 다른 남자를 원하면 안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성적 판타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남자에게서 저 남자에게는 가는 식이 아니라 혼자 힘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두 남자를 다 가지고도 싶었다.
그러면서 착한 아내, 행복한 미국인 엄마가 되고도 싶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이처럼 위선적이고 이율배반적인
모순 속에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여성 해방적인 사유는 사유에 그칠 뿐 현실적으로 실행되기엔 요원해 보인다.
우리의 본질적인 삶과 완전히 동떨어져 보이기에 일관성도 없어 보인다.
내가 주부로서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얘기가 아니면 쓰지 않는다는 작가 "아니 에르노"의 글들을 읽고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에 놀랐었다. 특히, <단순한 열정>은 강박적이고 선정적인 표현까지 서슴없이 써 내려가고 있지 않나.
이 소설 <비행 공포>도 저자 "에리카 종"의 자전적인 얘기로 솔직하고 노골적이며 선정적인 표현은 물론이거니와, 여성으로서 은밀하고 수치스러운 부분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민망함함은 읽는 독자의 몫이다.
미국에서 1973년도에 출간되었는데, 출간 당시에도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릴 정도로 문제작이었다고 한다.
국내 번역본은 1978년도 이후 여러 번 다른 제목으로 출간되었지만, 자극적이고 민망한 단어들은 희석하여 번역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선 지난 시간 동안 그런 단어를 사용해서는 출간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책이 원문 그대로의 최초의 정식 한국어판 출간이라고 한다.
출간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소설이 울림이 있는 것은 여성이 성적으로 자유로운가, 여성의 지위는 존중받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반증이라고 하겠다.
여성의 욕망에 좀 더 솔직해지고 자유롭고 싶지만, 그 자리에 맴돌 뿐이다.
구속은 싫지만 혼자인 것은 두렵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싶지만 죄책감은 갖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 해방은 이렇게 사유에서 그치고,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닐는지..
사회 시스템 안에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정해져 있는 한,
구조 안에 닫혀 있는 그런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