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대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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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의 장편 소설은 이 소설 <저지대>로 처음 접해본다.

줌파 라히리의 단편 소설을 읽을 땐 특정 상황 속 인물의 감정에 빠져들었다면,  

장편 소설은 긴 서사에 담긴 인물의 정서와 사유에 감정이입했다.  

역시 줌파 라히라는 장편 소설에서도 작가 자신만의 세밀한 묘사력이 돋보였다. 


<저지대>는 인도 서벵골에서 태어난 너무나 달랐던 형제와, 한 여자의 삶과 죽음의 서사이다. 이들의 운명이 인도 역사와 함께 하다 보니,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레 인도 역사를 접하게 되었고 더 찾아 보게 되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때 벵골 지역은 영국에 심하게 저항하였고 1905년 인도의 영국 총독은 자국의 이익과 인도 민족의 분열을 위해 벵골을 힌두교의 서벵골과 이슬람교의 동벵골로 분할하였다. 반발이 심해 1911년 벵골 분할령은 취소되었지만, 1947년 인도가 영국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되면서 힌두교 중심의 인도와 이슬람 중심의 파키스칸으로 분리될 때 동벵골까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는 원인이 되었다. 파키스탄 본국(서파키스탄)과 동벵골의 동파키스탄(지금의 방글라데시)은 인도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어, 동파키스탄은 식민지와 같은 양상이 되어 버렸다.


카슈미르 지역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리 독립시부터 분쟁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카슈미르 주민 대부분은 이슬람교도라 파키스탄으로 편입되길 원했지만 지도자는 힌두교라서 인도로 편입할 것을 결정하면서 제1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카슈미르는 파키스탄령과 인도령으로 분리되지만, 이후 인도가 반환을 요청하면서 분쟁은 계속되고, 여기에 중국이 끼어들면서 카슈미르는 3곳으로 분할 통치되고 있다. 1971년 제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으로 동파키스탄은 방글라데시로 독립하게 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저지대>는 인도의 분리 독립 이후 힌두교도의 정착촌이 되었던 서벵골의 툴리건지를 배경으로 한다.  서벵골 지역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독립을 위한 저항이 강했던 곳으로 변화가 많았던 곳이다. 1960년대 세계적으로 혁명의 물결이 일었을 땐 이 지역에서 가장 먼저 공산주의 통일전선에 의해 혁명이 일어났다. 


형 수바시는 조심스럽고 동생 우다얀은 대담했던 성격의 차이만큼이나 자신의 인생을 선택함에도 큰 차이를 보였다. 수바시가 미국행 유학을 떠나고 우다얀은 학생 투쟁 운동에 가담한 것이다. 수바시는 학문으로 우다얀은 학문보다는 보고 배운 것을 몸소 실천하고 싶어 했다. 한 몸처럼 붙어 다니던 형제는 이때부터 몸과 마음이 완전히 갈라져 버린다.


"형, 문제가 있는데도 들고일어나지 않으면 그건 그 문제에 기여하는 게 돼."


"그는 우다얀이 그 순간에도 자신을 얼마나 조롱할지 알고 있었다. 우다얀은 자기 자신을 지키려는 욕망을 비웃을 것이었다."


수바시와 우다얀은 간간이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았고, 자신의 일에 점점 몰입해 갔다. 아직 소설은 초반부라고 할 수 있는데 충격적 반전은 급작스럽기만 하다. 스포가 될까 잠깐 망설였지만 이는 반전 보다는 소설을 끌고 나가기 위한 주요 스토리이므로 밝히기로 한다. 우다얀은 투쟁 중에 경찰에 의해 사살되고, 고향에 방문한 수바시는 우다얀의 아내, 임신한 제수씨, 가우리와 처음 대면하게 된다.


"우다얀은 커다란 상처만 남기고 허물어진 잘못된 운동에 목숨을 바쳤다. 그가 바꾼 것은 가족의 모습뿐이었다."


수바시의 어머니는 가우리에게 냉혹하기만 하고, 수바시는 가우리를 돕는 방법으로 가우리와 결혼하여 함께 미국에 건너가면서 이들 가족의 운명은 바다에 표류하듯이 거칠고 무의미하게 흘러만 갔다.  4대에 걸친 60년의 가족사 중 이제 20년 정도 흘렀다. 수바시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은 해결해 주지 않았다. 시간은 이해해 주지도 않았다. 그렇게 40년의 시간은 인도와 미국을 넘다 들며 제각각 흘러만 갔다.  


 

"무지와 희망 속에서 의도적으로 기대를 하는 것, 이것이 대부분의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수바시와 가오리에게 시간은 우다얀이 잠겨 있던 곳, 툴리건지의 저지대에서 멈추었다.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결국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지대로 모인다. 빗물도, 쓰레기도, 뽑아도 뽑아도 늘어만 가는 부레옥잠도..    이들 가족의 과거도 흘러가지 않고  저지대에 고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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