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엄마와 딸, 그림 대화
조혜덕 지음 / 하나의책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직업이 큐레이터인 저자는 어머니에게 그림이 주는 감동과 힘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림은 화가가 처한 배경과 감정의 스토리가 담겨 있기에,

작가는 그 스토리만 따라간다면 그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어머니와 함께 그림 속으로 들어가 화가가 그림을 그렸던 곳으로 여행하면서, 직접 어머니가 화가가 되게 하거나 작품 속 주인공이 되게 하여 대화를 이끌어 간다.  

독자는 그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그림에게 말을 걸수도 그림이 거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배울 수가 있다.


이 책에는 인상파 화가 모네, 르누아르, 마네, 드가, 세잔, 반 고흐, 고갱이 등장한다. 

대표작들도 실려 있는데 봐도 봐도 좋은 그림들이다.  그림을 보면 마냥 행복하지만 그림 이면의 화가의 삶은 그렇지 못했다.  말년이 행복하지 못 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외면하고만 싶다. 


"모네"는 말년에 백내장으로 고생했고, 아들 장까지 사망하고는 3년 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 했다.  빛을 담아내는 화가에게 빛이 보이지 않다니..  모네는 잠깐 회복했을 때 희미한 빛을 따라 수련을 그렸다. 현재 루브르 부속 오랑주리에 전시된 수련 대작에 마지막 예술혼을 쏟아내었다. 


"르누아르"는 45세에 19세 연하인 모델 알린 샤리고트와 결혼했지만, 47세부터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안면마비로 고통받는다.  손과 발이 뒤틀리고 시력이 약해졌음에도 매일 그림을 그렸다.

르누아르는 60여 년간 활동하면서 6,000점을 남겨 피카소 다음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하니.. 그의 투혼이 짐작이 된다.


"마네"에겐 뮤즈가  많았다.  <올랭피아>의 모델이었던 창녀 빅토린 뫼랑,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화가였던 베르트 모리조(마네는 아내가 있었기에 그녀를 동생과 결혼시킴), 또 다른 연인인 메리 로랑, 그리고 아내까지.. 

원 없이 연애하고 사랑하면서 영감을 얻은 대가였을까.  마네는 매독에 걸려 왼쪽 다리가 썩어가는 통증에 시달리다 결국 절단하고 50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마네의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은 특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바텐더는 지쳐 보이지만, 바텐더 뒤에 걸린 거울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은 즐거워 보인다. 오른쪽에는 이 바텐더와 대화하는 남자도 보이고,  왼쪽에 노란색 장갑을 낀 여인은 마네의 연인 메리 로랑이라고 한다. 마네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다고 하더니, 역시나 이 그림에서 느낄 수 있다.


발레리나와 경주말을 주로 그렸던 "에드가 드가"는 여성 혐오자로 평생을 혼자 살았지만, 미국 여류 화가 메리 카사트와는 진한 우정을 나눴다.

드가도 말년에는 시력을 거의 잃어버려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촉각에 의지해 점토와 밀랍으로 조각을 했다.  


후기 인상파의 세 거장, "세잔", "고갱", "고흐"의 삶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더 비참했다.

세 화가의 그림은 현재 가장 비싼 값으로 팔리고 있지만 당대엔 인정받지 못 했다.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고 그림에만 몰두했다.  그러니 그림은 더 팔리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세잔"은 당뇨와 우울증으로 몸이 쇠약해졌고, "고갱은 매독과 다리 통증으로 힘든 삶을 살다가 자살을 시도했고, "고흐"는 자신의 귀를 자르는 등 정신병 증상을 보이다가 자살로 삶을 끝냈다.

  

"고흐"가 살아있을 때 유일하게 팔렸던 그림이 바로 <아를의 붉은 포도밭>이라고 한다. 그것도 친분이 있었던 시인 "외젠 보쉬"의 누이이자 벨기에 인상주의 여류 화가였던 "안나 보쉬"가 구입한 것이다.  

"세잔"의 작품도, "고갱"의 작품도 친분으로 팔리던가 아니면 시대를 초월한 눈을 가졌던 아트 딜러만이 알아줄 뿐이었다.  


세 사람의 인연은 화가 "카미유 피사로"의 집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피사로의 관대한 성품 덕에 그의 집에는 많은 화가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고.

세잔은 피사로의 가르침을 받았고, 고흐는 정신병원에서 나올 때 피사로에게 가길 원했으나 피사로는 그를 정신과 의사 "폴 가셰"에게 소개해 준다.   고흐의 그림에도 등장하는 그 의사 가셰이다. 


그동안 세잔의 <키드 놀이하는 두 사람>이 가장 비싼 그림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언제 기록을 갈아치웠던 건가. 이 책이 쓰여진 2016년 8월 기준 고갱의 <언제 결혼할 거니?>가 가장 비싼 그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3천 6백억..  그 사이 다른 기록이 없었다면 이 두 그림이 첫 번째와 두 번째로 비싼 그림 되시겠다. 


카타르 왕실의 공주가 그림을 수집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카타르 왕실에서 2030년에 완공되는 미술관 컬렉션을 위해 그림을 사모으고 있는데, 가장 비싼 위 두 그림도 카타르 왕실에서 구입했다는 것이다.

 <모나리자>를 보러 루브르 박물관을 가듯이, 인상파 화가를 만나러 카타르 미술관을 가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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