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립자 열린책들 세계문학 34
미셸 우엘벡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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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번성한 시대는 종말했다.   인류는 성과 죽음을 극복하지 못했고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에 적응하기는 힘들었고, 성적 욕망에 탐닉도 해보았지만 유성 생식이라는 인간의 문제가 결부되는 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인류는 무성 생식을 하고 영원히 죽지 않는 새로운 종을 자신의 모습대로 만들어내었다.


인류는 모순덩어리에, 개인주의와 이기심은 끝이 없었고 폭력적이기에 고통 속에서 천하게 살았지만, 

새로운 종은 인류가 꿈 꾸었던 대로 성과 죽음에 초월적이고 혈연이나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진리와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기에 행복했다.   

새로운 종이 탄생하고 5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출산률이 해마다 줄고 있어 곧 소멸할 것이다.  

새로운 종이 자신을 만들어낸 인류에게 바치는 글이 이 소설이다.   
 
에필로그와 프롤로그에선 다분히 에스에프적이다.
소설의 본문은 1900년부터 2000년까지 인류를 대표하는 두 남자의 가문과 출생 성장, 성적인 욕망을 담은 사랑과 삶을 현대역사의 맥락 속에서 서술하고 있다.   두 남자는 아버지가 다른 동복 형제 브뤼노와 미셸로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이다.
이들의 삶을 통해서 인류가 소멸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초월해보고자 했던 죽음과 성을 여러가지 시각에서 다룬다.  과학적, 생물학적 뿐만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적 배경과 함께 철학적 종교적 문학적 등 다방면으로 고찰하고 있다.   저자의 다방면에 박식함을 알겠으나, 어찌나 여러 경계를 넘다들던지 읽기에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브뤼노는  50~ 60년대 성 자유주의라는 새로운 변화의 시대에 어머니의 무분별한 성자유주의 연애에 노출되어 자랐던 탓이었는지 성적 쾌락에만 몰두했던 인물이다.   외모나 신체조건은 따라주지 않아 성적인 무한 경쟁 시대에 여자들과 관계 맺기가 쉽지가 않았다.   나체해변 등 성이 자유로운 곳을 찾아다니며 성에 탐닉한다.   마침내 자유 성 캠프에 한 여인을 만나기는 했지만 행복했던 만남도 오래가지 못하고 여자는 병에 걸려 죽게 된다.   
  
"브뤼노를 한낱 개인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  그의 쾌락주의적 인생관이나 그의 의식과 욕망을 구조화하는 역장은 그의 세대 전체에 속한다.  ......  브뤼노는 한낱 개인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떤 역사적 흐름의 수동적인 요소일 뿐이다.  동기, 욕망, 가치관 등 어떤 점에서 보더라도 그는 동시대인들과 전혀 다를 게 없다." (192페이지)

미셸은 형 브뤼노와 달리 어려서부터 성적 욕망은 보이지 않고 자신만의 연구에 몰두한다.    홀로 연구하기 위해 사라졌다가 마침내 위대한 이론을 세우게 된다.  그 이론을 바탕으로 2029년에 후대 과학자가 새로운 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저자는  대다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세계관이 전반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형이상학적 돌연변이라고 보았다.

로마 제국의 세력이 정점에 달해 있을 때 제1 형이상학적 돌연변이로 기독교가 출현했고,

기독교가 국민 통치의 바탕을 이루고 있을 때, 유물론적 근대과학이라는 제2 형이상학적 돌연변이가 출현하여 기독교가 무너졌다.

유물론적 근대과학은 개인주의 팽배, 허영, 중오, 욕망을 낳았다.   이런 문제점들의 반사 작용으로 성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죽음을 잊기 위해선 제3 형이상학적 돌연변이로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미셸은 새로운 형이상학적 돌연변이를 몰고 온 주동자적인 인물이 되었다.    

최근 필립 로스의 성과 죽음을 다룬 후기작들을 읽은 후라 그런지 이 소설도 그런 맥락에서 반가웠다.   필립 로스의 작품들에선 성과 죽음은 나이들면서 깨달아가는 긍정적인 요소일 뿐 초월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은 성과 죽음에 정면 도전하여, 스스로가 해낼 수 없다면 새로운 종을 만들어서라도 극복해 내었다.   자신을 창조해 낸 인간이 새로운 종에겐 신적인 존재가 되지 못했다.  인간은 모든 것을 초월한 새로운 종이 신과 같은 존재로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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