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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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몰입해서 읽은 책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어제 오후부터 읽기 시작했다가 아이들과 남편 귀가로 이래저래 책을 손에서 놓을 때마다 머리속은 책으로 가득차 있었다.   다시 책을 본격적으로 집어 들고는 밤 늦게 까지 다 읽고 잠자리에 들었다.

결말이 궁금해서 잠을 자려고 해도 잘 수 없을 정도.  


<7년의 밤>이 7년에 걸친 서사였고, 

<28>이 전염병과의  28일간의 사투였다면, 

<종의 기원>은 3일 동안의 잠재되어 있던 악의 분출이었다.  

점점 시간적으로  단축되면서 호흡은 더 가빠지고 더 옥죈다는 느낌이 들었다.    


<종의 기원>을 읽다보니 어느새 가슴이 쿵 내려앉은 상태로 읽고 있었다.    시작부터 피냄새로 시작하더니 이런 피의 향연은 3일간 계속되었다.    상황 하나 하나 긴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묘사로 넘쳐났다.   상상력의 부재를 실감하곤 하던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 상황이 그려졌고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묘사에 나의 오감은 활성화되었고 손에 땀이 났다.  이런 긴장 상태는 소설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에필로그에 이르러서야 긴장 상태는 풀리고 마지막을 음미할 수 있었다.  

음.. 내 멘탈이 강한가.  이런 책을 읽고도 바로 잠을 잘 잤으니 말이다. 


줄거리는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아껴야겠다.  나도 이 소설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읽었는데, 그 낯선 것에 대한 재미와 공포를 고스란히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이 소설이 광의적으로 종의 기원라고 했지만, 악의 기원에 대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악의 기원은 최근 사건들을 떠오르게 한다.  계획적으로 동거남을 살해했던 범인의 얼굴이 훈남형이어서 놀라웠던 사건도 있었고, 여성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해서 모르는 여성을 살해한 화장실 살인사건도 있었다.   범인의 내면이나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사건들이었다.   


최근 사건들도 그렇고 이 소설을 읽으니, 악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것인지, 주변 사람들에 의해 그렇게 정해질 수 있는 것인지, 주변 요인에 의해 키워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프로이트가 말했듯이 악은 누구나 저 아래 무의식 속에 금지된 채 억눌려 있는데 보통 인간과 사악한 인간의 차이는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영화화해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어떤 영상미를 담아낼 만큼의 배경도 없고, 공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물의 표정과 행동에 집중해야만 소설이 주는 공포와 긴장감을 잘 담아낼 수 있겠다.  감독의 역량도 주인공의 연기력도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이다.    26살 청년의 역할로  어느 배우가 적당할까.  음 요즘 임시완의 연기가 물올랐던데..  그 외는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왔다.    더위에 이 소설을 읽는다면 잠시나마 온몸이 쏴해지면서 더위를 피해줄 수 있을 것이다.   피서용으로 딱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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