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의 사생활 - 이승우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7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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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읽는다 벼르고 벼려왔던 <식물들의 사생활>을 읽었다.

첫장을 읽는 순간 이런 문장을 만나길 기다려왔다는 듯이 책속에 빨려들었다.

일인칭으로 서술되는 화자의 내밀한 감정과 세밀하면서도 빠른 전개는 독자로 하여금 빨려들어가게 만든다.  

 

이 소설 바로 전엔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읽었다.  이 책은 인물을 특정하지도 않고 그 여자, 그 남자, 소년, 남자 아이 이렇게 언급하는데다가 이야기도 시간과 공간을 넘다들며 교대로 반복되어 명확하지 않게 다가왔다.  짧은 소설이라 적응할 만한 하니 끝났다.   <댓글 부대>도 흥미진진하게 읽은데다 이 소설도 추천을 많이 받아서 읽었는데, 이런 소설 형식에 내가 익숙지 않는 것인가 보다.  스토리 구성이나 메시지는 분명했다.   

 

바로 이어서 <식물들의 사생활>을 읽었더니 명료한 배경과 인물들의 묘사에 소설의 뇌가 작동되는 듯 했다.     주인공 기현이 거리의 여자를 골라 차에 태우는 장면부터 인상 깊더니,  그 여자는 자신이 아니라 불구가 된 형을 위한 여자라는 데에서 나의 호기심을 불러낸다.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가 궁금증을 풀어준다.

형 우현이 어쩌다 불구가 되었는지, 더 거슬러서 순미라는 여자가 기현과 형 사이에 개입하면서, 아니 형 우현의 입장에서는 자신과 순미 사이에 동생이 개입하면서 유발된 사건들이 전개된다.   네명의 가족은 각자의 방에 콕 박혀서 공유하는 공간도 공유하는 시간도 적었다.  서로 알고 있는게 보잘것 없을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어머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형 우현이 불구가 되면서 네 가족 간의 관계는 더욱 피폐해져만 갔다.        

 

사람이 다리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식물과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리는 걸까. 

식물이라고 해서 움직이지 않고 한곳에 고정되어 있는다는 생각은 정말 편견일까.  이 소설은 식물에 대해서 질문을 많아지게 만든다.

 

순미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연인이 바다를 가운데 두고 각각 나무가 되었는데 밤이 되면 두 나무의 뿌리가 바닷속을 달려가 서로를 애무한다는 꿈을 꾸었고, 형 우현은 "좌절된 사랑의 화신으로서의 나무" 이미지를 글로 표현하고 있었다.   순미와 우현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뿌리가 만나는 나무처럼 그렇게 두 남녀는 영감이 통했고, 사랑의 생명력은 질겼다.  우현과 순미의 사랑에,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도 더해져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아버지와 기현의 희생적인 사랑으로 어머니의 사랑도, 우현의 사랑도 완성되어 간다.   

 

남녀간의 사랑, 변하지 않는 그 속성, 질긴 생명력은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경험해 보는 것으로, 이 생애에서는 만족해야 겠다.    본래 두 남녀는 떨어뜨려놓아야 사랑이 더욱 절절해지는데, 그런 사랑하면 가슴아플 것 같아서 경험안한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 하나..  거기에 이 소설은 가족 간의 사랑,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따뜻한 말한마디로 애정을 표현해 보는 사랑도 다시 한번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정석이 이런 소설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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