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인문학 - 21명의 예술가와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
문갑식 지음, 이서현 사진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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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고 말하는 명작의 고장을 찾는 기행문이다.   저자는 조선일보 기자로 1여년 동안 그 많은 고장을 직접 자동차로 누비벼 답사했고, 그 결과가 이 책이다.  기행문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예술가들의 삶과 역사와 문학이 담겨 있다.  크게 영국의 문학과, 프랑스의 예술로 나누어볼 수 있다. 

 

우리가 많이 접하고 읽는 고전 문학의 저자들이 영국 문학가였다는 것을 확인하고 새삼 놀랐다.  영국은 그런 나라구나..  그 문학가들이 모두 영국인이었지.. 하는 생각.   현재는 영미문학을 통틀어 말하고 있지만, 18세기, 19세기 초 문학에서는 영국이 독보적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의 그 음산한 분위기, 비극적 운명은 브론테 가문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  브론테 일가가 '하워스'로 이사온지 1년만에 어머니가 사망한 데 이어, 여섯 남매가 하나 둘 사망했다.  아버지만은 84세까지 장수하였다니 참 뭐라고 해야하나.   폐결핵 같은 질환 뿐만 아니라 교회 공동 묘지가 바로 옆에 있는 집터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하워스에서 <폭풍의 언덕>의 배경 위더링 하이츠는 현재 '톱 위덴스'로 불린다.

 

저자는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 <초원의 빛>의 '워즈워스', <피터 래빗> 시리즈의 '베아트릭스 포터', <셜록 홈즈> 시리즈의 '코난 도일', <크라스마스 캐럴>의 '찰스 디킨스'. <햄릿>의 '셰익스피어', <행복한 왕자>의 '오스카 와일드'의 주무대를 여행하고 기록했다.   특히 <피터 래빗>의 '베아트릭스 포터'가 새로웠는데, 조엔 롤링의 <해리 포터>에서 "포터"라는 이름이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영국의 유서 깊은 옥스퍼드 대학이 배출한 세계 3대 작가가 있다.  <반지의 제왕>을 쓴 J.R.R.톨킨, <나니아 연대기>를 쓴 C.S. 루이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루이스 캐럴(필명)이 그들이다. 

톨킨은 옥스퍼드 교수로 재직시 생활이 안정되면서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호빗>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런 허구적인 이야기가 출판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루이스 캐럴도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의 뛰어난 수학자로서 명성이 높았고, 리델 학장의 집에서 하숙하다가 아이들과 뱃놀이 중에 들려주기 위해 얘기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나중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출판되었다.  앨리스는 아이들 중 한명의 이름..  

나도 아이들에게 얘기 좀 지어서 들려줘봐야 겠다. ^^

 

이제 프랑스 지역으로 이동해 본다.  프랑스는 역시 예술가의 나라 답다.  '아를의 고흐', '지베르니의 모네', '액상프로방스의 세잔" '루르마랭의 카뮈', '생폴드방스의 샤갈', '앙티브의 피카소'와 같이, 예술가들은 프랑스 지역을 상징하여 함께 불린다. 

 

김춘수 선생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그 샤갈의 마을이 바로 프로방스지역의 '생폴드방스'이다.  생폴드방스는 샤갈이 태어나고 말년을 보내다가 생을 마감한 곳이기에, 마을 전체가 샤갈 박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의 대표작 가운데 <나와 마을>에는 상징이 가득하다.   염소젖 짜는 여인은 자기 아내가 될 사람을, 가족을 위해 젖은 짜는 장면을, 아래 생명나무는 프러포즈를, 선악과는 생명나무를, 교회는 결혼식을 올릴 거라는 것을.. 거꾸로 달린 여인은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을, 낫을 든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는 행복감의 표현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해안을 코트다쥐르라고 하며, 그 바닷가 작은 도시로 '앙티브'가 있다.  생폴드방스에서도 지척이라고 한다.  앙티브 바닷가는 피카소가 나체로 산책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옴므 파탈 다운 행동이랄까. ^^  앙티브 하면 떠오르는 그림은 모네의 <앙티브의 아침>과 피카소의 <앙티브의 밤낚시>가 있다.

 

코트다쥐르 해변에는 '루르마랭'이라는 작은 도시도 있는데, 이곳은 '알베르 카뮈'가 '장 그르니에'의 추천으로 새로운 집필 활동을 위해 살던 곳이다.   이곳에서 카뮈는 가족은 기차로, 자신은 친구의 차를 타고 파리로 향하다 차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카뮈는 루르마랭으로 돌아와 묻혔고, 묘석에는 '알베르 카뮈' 외에는 아무 글자로 새겨져 있지 않다고 한다. 

 

지중해 연안의 남부 코트다쥐르 해변과 맞먹는 절경으로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가 있다.  노르망디의 출발점 '에트르타'에는 '기 드  모파상'의 거리가 있다.   에트르타 하면 코끼리 바위가 유명하고 이를 즐겨 그린 모네가 떠오른다.  

 

에트르타에서 태어난 문학가가 또 있으니,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의 저자 '모리스 르블랑'이다.   르블랑은 플로베르의 이야기를 들으며 컸고, 플로베르의 제자 모파상과도 인연이 있었다.   순수 문학을 제일로 치는 프랑스 문학계는 그를 인정하지 않아 르블랑의 집은 폐허처럼 방치되었다고 하니,  영국의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박물관이 연일 인파로 북적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봐리 부인>의 플로베르가 태어나고 잠들어 있는 곳은 루앙이다.  루앙은 또한 잔다르크의 출신지로 유명하며, 또한 모네의 연작으로 유명한 루앙 대성당이 있는 곳이다.  

프랑스 지역마다 상징되는 예술가들이 있고 그 지역을 그린 화가들의 그림까지 연관되어 소개하고 있어 반갑다.  프랑스 지도도 확인해 보고 화가들의 그림도 다시 찾아 보면서 읽었다.  모네는 특히 프랑스 센강을 따라 옮겨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고 하더니 프랑스 여러 지역의 이름에서 자연스레 모네의 그림이 떠올랐다.   프랑스 예술가편은 그림과 사진을 검색해 보게 해서 그동안 잠잠했던 여행의 욕구를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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