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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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3인층 복수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타자로서의 그들..  이 소설 속 "그들"은 디트로이트 시의 빈민가 백인들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그들"은 인종주의 차별로 인해 분리되어 있는 가난한 흑인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가난하지만, 흑인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며 디트로이트 시를 벗어나지 못한다.   당시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도시로 흑인들이 많이 거주했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는 1937년 8월에 시작하여 1967년 디트로이트 폭동이 일어나기 까지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소설 <그들>을 빨간 책방에서 소개받고 이 책 보다는 작가, 조이스 캐롤오츠가 궁금했다.   이 작가는 다작으로 유명하다는데, 많은 이야기들이 머리속에서 어떻게 샘솟듯 나오는 걸까.    저번엔 도서관에 방문했을 땐 이 소설의 신간이 구비되어 있지 않았는데, 빨간 책방의 효과인가.  이번에 가니 신간 코너에 이 책이 꽂혀 있었다.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 데서 한번 주춤거렸으나 두 권이 아닌 것만도 어디냐 싶어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소설은 로레타와 로레타의 아들 줄리와 딸 몰리, 세명의 인물의 이야기이다.   세 인물의 삶은 긴박하고 척박했으며, 감정들의 세밀한 묘사는 시시각각 변덕스럽기만 해서, 이들의 감정을 받아들이기도 힘들었고 그 흐름을 따라가기도 벅차기만 했다.      

 

로레타는 첫밤을 보낸 남자가 자기 침대에서 오빠에 의해 총을 맞아 살해되고, 이를 해결하러 들른 경찰 하워드와 결혼하게 된다.   너무나 충격적인 소설의 도입부..  소설이 어떻게 전개될지 사뭇 기대되게 만들었다.  하류층일수록 가정의 주도권은 여자에게 있다고 했던가.    로레타는 폭력적이 되가며 가족을 지배해 가고, 남편 하워드는 점점 말수가 줄고 무기력해지기만 한다.    로레타는 하워드와의 사이에 세 아이를 두는데, 첫째 아들이 줄스, 둘째 딸이 모린, 세째가 베티이다.   남편이 공장에서 사고로 죽자 새남편 펄롱을 집으로 들이지만, 이 남자도 역시 하류층 인생..  로레타는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새남편의 상대를 딸 모린에게 미루는 등 현실 도피적인 모습을 보인다.   여자의 인생 참.. 재혼해도 그 팔자가 그 팔자라는 게 맞는건가..      

 

줄스와 모린 남매는 태어나면서부터 가난에 둘러싼 환경에서 자라며, 자신의 부모와 겹쳐지는 처지가 되고 싶지 않았다.   유년 시절 내내 나이들면 독립하겠다고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고만 싶었다.  사랑과 지지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란 남매에게 자신만의 인생은 가능할까.  거기에 사랑을 꿈꾸는 것은 너무나 큰 바램이었을까.    

 

줄스는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았기에 아버지가 거슬렸다.   줄스는 으례 그런 환경에서 비행을 일삼는 청소년으로 자라났고, 남자라서 독립하기는 쉬웠다.  하지만 어린나이에 독립해서 돈을 번다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가끔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고 돈을 보내가면서 가족과의 끈끈한 정을 믿었다.  줄스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출생의 부유한 네이딘에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네이딘은 부유해도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이 어릴 땐 함께 가출하지만, 가출도 부질없는 나이가 되었을 땐 두사람의 사랑은 광기로 치달아 간다.  정말 나에겐 낯설기만 했다.     

 

모린은 오빠 줄스와 동생 베티가 밖에서 나쁜 짓을 일삼고 다녀도 자신은 다른 가족과 다르다며 스스로 위안하곤 했다.  엄마는 이런 모린을 지지해주지 못하고 자신의 수준에서 모린을 판단하기만 했다.  모린은 자립을 위해서 돈이 절실하기만 하고, 공부도 계속하고 싶었다.   자기 삶이 비현실적이고 소설 속 세계가 진짜인 듯 느껴지기도 했다.    모린은 새아빠의 폭력 앞에 자아는 분리되고..   아버지, 새아버지, 그리고 외삼촌 까지 남자들은 싫었지만 그럼에도 그런 인생을 벗어나기 위해서 결혼을 꿈꾼다.  집과 남자를 꿈꾸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만 싶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들"에서 느껴지는 인생의 부박함이 느껴져서 힘들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 소설은 "우리가 가난하므로 사악해질까?"에 대한 긴 답변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한가닥 희망에 목말라 하며 절망과 변덕 속에서 대가를 치르며 살아가는 과정은 사악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검은 바다에서 출렁이는 대로 몸이 흔들리면서도 어떻게는 삶을 이어나가겠다는 몸부림 말이다. 

 

줄스와 모린의 몸부림은 다르게 나타났다.  줄스는 자유롭게 집을 떠나 있을 때에도 가족과의 단절을 원하지는 않았다.  이와 달리 모린은 완전히 '그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길 원했다.   어렵사리 꾸린 가정에 찾아온 오빠를 급하게 내쳤을 정도로.  오빠의 마지막 말이 메아리친다.  "하지만 모린, 너도 '그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니야?"  모린은 '그들'과 단절하고 새로운 삶을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줄스도 그간의 절망을 뒤로한 채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인생의 중반을 넘어가며 그들은 더 이상 사악해지지 않고 삶을 이어나가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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