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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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 이 소설 참 특이하다.    구약성서의 스토리와 인물들이 총출동한다.  구약 성서의 스토리를 변조하거나 그 뒤에 숨겨진 얘기들 상상해 내었다.   상상력은 놀랍다.   구약성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니 하느님 여호와는 질투와 복수의 화신인 인물이 되어 버린다.  그 깊은 속 뜻이야 범상한 인간들이 이해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저자 주제 사라마구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 하는 화두는 내 나름대로는 인류 종족의 보존과 멸종으로 보인다.   인류는 그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이유도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종을 늘려가고 있다.  종족을 보존하고 늘리기 위해 이 우주에 탄생한 것처럼.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사람은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생체 기계라고 보았다.   이와 유사하게 사람은 인류를 보존하기 위해 자식을 낳는 기계라고 말하면 과언일까.   자식을 안낳으면 인류는 멸종되어버리기 때문에, 자식을 낳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하는 것이 과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소설은 여호와가 아담과 하와를 창조한 것 부터 시작한다.   여호와는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 나무의 열매를 먹지 않길 바랬다면 나무를 심지 말던지 아니면 철조망으로 둘러싸면 될 것을..  왜 여호와는 먹지말라고 말해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했을까..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는 아들 셋을 두니, 첫째가 카인, 둘째가 아벨, 셋째가 셋이다.  카인은 농부였고, 아벨은 양치기였다.  여호와는 동생 아벨이 바친 고기는 아주 만족해했고, 카인이 바친 곡식은 거부했다.   동생 아벨은 이를 두고 으스대며 형을 놀려대니 카인은 아벨을 죽이기에 이른다.  여호와는 왜 카인의 곡식은 거부해서 카인이 죄를 지을 수 밖에 없게 했을까.  그 깊은 속을 모르겠다. 

 

여호와는 평생 보호와 책망을 받을 것이라는 표식을 카인의 이마에 남긴다.  카인은 누구에게도 죽임을 당하지 않을 것이지만 홀로 길을 떠나야만 한다.  카인은 이제부터 구약 성서의 과거와 미래를 넘다들며 수많은 현재와 마주하게 된다.  

 

카인은 아브라함의 손에 죽기 직전인 이삭의 목숨을 구해주기도 하고, (성경에선 여호와가 죽이기 직전 살려주지만 이 소설은 카인이 살려줌),  무너진 바벨탑도 보게 되고, 소돔과 고모라에서 죄없이 죽어가는 어린 아이들을 보게 되고 호기심 때문에 소금 기둥이 된 롯의 아내도 보게 된다.   하와도 호기심 때문에 선악과 열매 먹고 쫓겨나더니 롯의 아내는 호기심 때문에 소금 기둥이 되었다는...  여호와에게 호기심은 큰 죄였을까.

 

"누구도 왜 그녀가 그런 벌을 받아야 했는지 그 이후로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은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여호와가 호기심을 치명적인 죄로서 벌하고 싶어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그의 지능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117페이지)"

 

소돔을 떠난 카인은 순식간에 시나이 광야로 옮겨갔다.  여호와와 이야기하러 산에 올라간 모세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황금 송아지를 만들고, 이를 본 여호와는 자기의 형제를 자기의 이웃을 죽이라 했다.    그리고 벌어지는 장면들을 카인은 믿을 수가 없었다.

 

"소돔과 고모라를 잿더미로 만드는 것도 여호와에게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으니, 여기, 시나이 산 아래 그의 사악함을 명백하고 논란의 여지없이 보여주는 증거가 있었던 것이다.  단지 황금 송아지를 만든 것에, 그런 경쟁자로 여겨지는 존재를 만든 것에 여호와가 분노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삼천 명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형제를 하나 죽였는데 여호와는 나를 벌했다.  정말 알고 싶은데, 이 모든 죽음에 대해 누가 여호와를 벌할 것인가, 카인은 생각했다."(122페이지) 

 

카인은 여호와가 모세에게 명령하여 미디안에게 이스라엘 자손의 원수를 갚는 장면도 목격하고, 여호수아가 여리고 성을 함락하는 장면, 아이고 성까지 함락하려다가 실패하는 장면, 욥을 두고 사탄과 여호와가 내기를 하는 장면, 마지막으로 노아가 방주를 만드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노아, 노아 부인, 세 아들과 세 며느리와 함께 배에 오른 카인..  카인은 배에서 최악의 범죄를 저지른다.   여호와는 카인이 아벨을 죽였을 때 살려준 데 대한 대가로 인류 최악의 사태에 접하게 된다.  여화와가 자신의 꾀에 자신이 넘어갔다고 본다면 기독교인들에게 크나큰 실례를 범하는 것일까.  이 책이 전반적으로 실례를 범하고 있긴 하다.  우리가 여호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인류의 역사는 우리와 하나님 사이의 오해의 역사이니, 하나님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는 하나님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10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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