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 다이어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캐롤 쉴즈 지음, 한기찬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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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플렛(처녀적 성은 굿윌), 그녀는 역사적 우연 때문에, 경솔함 때문에, 무지 때문에, 기회와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오랜 생에 단 한 번도 다음과 같은 스릴 넘치는 모험을 경험할 수 없었다.  유화, 스키, 항해, 알몸 수영, 에메랄드 보석, 담배, 오랄 섹스, 피어스, 물침대, SF, 포르노 영화, 종교의 무아경, .....  또한 자신이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큰 소리로 '사랑해, 데이지'라고 말하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평생 동안 안해본 일들, 인생의 반 이상을 살았다고 볼 나로서도 열거해 보자면 한도 끝도 없을 듯 하다.   죽을 때 까지 다 해보지도 못할 것들이 많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왔다 그냥 가는것이 인생이라는 허무함이 느껴진다.    안해본 것도 많고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을 되풀이하는 것이 인생인 것만 같다.

 

소설 <스톤 다이어리>는 데이지 굿윌의 탄생에서부터, 어린 시절, 결혼, 사랑, 어머니가 되다, 일, 슬픔, 평온, 노쇠, 죽음 까지, 그녀의 삶의 국면들을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얘기하고 있다.   비범한 재능이 있거나 숙명적인 사건 사고에 얽혀 극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이른바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한 여자의 일생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은 한편의 소설로 쓸만큼의 얘기거리가 있다고 했다.   그런 얘기거리로서의 삶을 살았던 데이지.  

 

자신의 탄생으로 엄마를 잃었다는 것은 평범한 여인에게는 그야말로 순탄하지 않은 인생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고 하겠다.   아버지 카일러 굿윌은 아내의 죽음으로 멘붕이 오고, 데이지는 친척도 아닌 옆집 아줌마 클래런틴에 맡겨진다.   클래런틴은 긴 세월 동안 남편에 의해 억압과 학대를 받아가며 살다가 어떤 한 우연적인 사건으로 집을 나오게 된다.  집을 나와 아들의 집에서 원예로 소일하며 데이지의 양육을 맡게 된다.     원예와 데이지라는 이름에서 상징적인 연결고리가 보인다.   거기다 남편 바커는 식물 종자를 연구하는 학자였고, 이를 인연으로 데이지는 나이들어 원예와 관련하여 자신의 일을 찾을 수 있었다.  

  

소설속 데이지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노화에 따라, 역사적 배경 속에서, 우연적인 요소로 변화가 찾아오는 인생이 펼쳐진다.    자연스러운 인생의 전환 중에도 한번 정도는 갑작스러운 반전이나 위기가 찾아오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회복되고 대체로 평안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데이지는 이름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과 존경을 받으면서 세상을 떠나간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때에 떠오르는 영상들에서 항상 혼자였음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죽어가면서 속으로 했던 말은 "난 평온하지가 못해"였다.   평온하게 잠들기를 바라는 주변 사람들의 바램과는 달리말이다.   누구나 삶은 평온하지 않음을, 인생은 혼자 왔다가 혼자 돌아가는 것임을 독자에게 말해주는 듯 하다.

 

저자가 데이지꽃, 돌, 식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바도 그렇거니와, 소설 제목 <스톤 다이어리>에 함축된 의미도 궁금해진다.   데이지의 엄마의 성이 스톤이라는 것은 소설 첫문장에서 말해주고 더 이상 언급이 없는데, 엄마의 죽음과 함께 탄생한 데이지의 이야기라서 스톤 다이어리인 걸까.    데이지의 아버지는 아내가 죽자 이를 기리기 위해 돌탑을 쌓아 유명해졌으며, 죽기 전 까지도 피라미드를 만들다가 미완성으로 남기기도 했다.   죽은자와 산자를 연결해 주는 상징물로서 돌을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토너>가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라면, 이 소설 <스톤 다이어리>는 평범한 여자의 일생으로, 시대적 배경도 비슷하고 탄생에서부터 죽음 까지 연대기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두 소설 모두 소설을 읽는 극적인 반전과 효과는 없지만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스토너가 자신의 평범성을 문학의 힘으로 극복하고 죽을 때 까지 문학의 길을 걸어갔다면, 데이지는 평범한 여성의 힘으로 질곡의 세월을 살아내었다고 말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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