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2016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브런치 시리즈 2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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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브런치>라...   브런치를 좋아해서 그런가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책의 저자는 중심적인 역사의 흐름을 짚어 주면서, 그와 동시에 위대한 역사가들의 원전을 적절한 문맥에 적절한 분량으로 곁들였다.   저자는 철학 고전들이 '획득한 입맛'을 필요로 하는 기본 재료들과 같다면 역사책은 우리가 그냥 집어 들고 즐기면 되는 브런치 메뉴와 비슷하다며, 역사책을 곁들인 이 책을 맛있는 <세계사 브런치>라고 이름하였다.

 

작가의 의도대로 원전을 곁들여 읽는 맛은 새로웠다.  언제 내가 그 유명하고 위대한 원전들,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기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어보랴.  이 책을 통해서나마 약간의 맛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그리스와 로마사를 포함하여 고대사를 다루는 비중이 커진 듯하다고 우려하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술술 읽혔다.    특히, 서양 역사를 보는 눈을 밝게 해주는 고대 그리스 문명의 장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중 크레타 섬은 <그리스인 조르바>의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태어난 곳으로 지중해 하면 떠오르는 곳인데, 이곳이 신화와 마법의 섬이었다.   크레타 섬은 신 중의 신 제우스의 탄생지인데다가 이 섬에 반인반수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두어 두었던 미궁이 있다는 거다.   신화속 이 미궁은 그 왕궁터가 20세기 초 발견되면서 신화는 역사가 되었다.  

 

또 신화와 역사의 경계를 허문 사례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트로이 전쟁이 역사적 사실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평생을 바친 인물, 하인리히 슐리만.  그는 마침내 트로이 유적을 발굴해 내어 트로이 전설을 역사로 만들어내었다.    

 

<마스터 오브 로마>의 시리즈 중 <로마의 일인자1,2,3>을 읽고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로마 제국에 대한 얘기는 항상 흥미롭다.  <로마제국 쇠망사>를 집필한 기번은 로마 제국이 왜, 어떻게 멸망했는지에 촛점을 두고 있어 초기 로마보다는 중반 후반의 로마에 집중했다고 한다.   보통 우리가 알기로 로마 제국은 서기 476년에 게르만 용병 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해 멸망되었다.   기번에 따르면, 로마의 멸망이라는 것은 로마 황실을 폐쇄시키고, 행정권을 로마 시 경계에만 미치는 도시국가로 퇴락시킨 것을 말한다.  이는 서로마제국의 멸망으로, 서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의 이름은 로물루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로마를 세운 시조의 이름도 로물루스로 끝과 마지막이 같다.   동로마 제국은 그 이후에도 천년 가까이 존속하였으나 이는 비잔틴 국가로 정통 로마와는 이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고대 역사도, 중세와 르네상스 명장면들도 연대기별로 원전을 곁들여 재미있고 유익했다.  영국, 미국, 프랑스에서의 혁명을 차례로 다룬 부분도 유익했다.    특히 혁명과 관련한 저작들을 소개해 주면서 혁명 당시 저작들이 공개되었을 때의 상황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영국 의회 혁명 시대를 대변했던 대표적인 지성으로 <리바이어던>의 왕당파 토마스 홉스와 <실낙원>의 공화파 존 밀턴을 대비해준다.  미국 식민지 독립을 당위성을 역설한 토마스 페인의 <상식>과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집대성한 토마스 칼라힐의 <프랑스 혁명사>도 실려 있어 그 맛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을 날줄로 공간을 씨줄로 해서 인간이 남겨 온 발자취, 역사.  위대한 사상가들은 역사를 어떻게 봤을까?

 

E.H. 카는 그 유명한 저작 <역사란 무엇인가> 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고,

 

아널드 J.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역사란 도전과 응전의 기록"이라고 했다.

 

나는 역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에게 역사는 알면 알수록 새롭고 내가 알고 있던게 정말 얕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분야라는 것이다.  역사를 맘껏 즐길 수 있는 이런 책이라면 역사에 대해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라서 무한 반복을 해야하지만 말이다.  ^^  이번 해에 책누에 북클럽에서 함께 교재를 정해서 서양사를 공부해 보기로 했다.  흥미진진한 이런 역사책도 함께 읽어준다면 이런 저런 각도로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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