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중국은 2016년 들어 산아 제한 정책, 중국어로 표현하면 '계획생육"을 35년만에 전면 폐지했다.  

"계획생육'은 1가구 1자녀만이 가능하고 농촌의 경우 첫애가 딸이면 일정 터울이 지나야만 둘째를 낳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이었다.  중국은 최근 경제적인 면에서 급성장하다보니 산업화 및 선진화와 더불어 문제시되는 고령화와 노동 인구의 감소라는 문제가 벌써부터 대두되고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1가구 1자녀 정책은 폐지해야 하는 구시대 법이었다.

 

이 소설은 최초 중국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모옌의 자전적 얘기이다.  작가는 주로 자신의 고향 산둥성 가오미 현을 주요 무대로 소설을 창작해 왔다.   모옌의 대표작으로 영화로 더 유명한 <붉은 수수>도 고향이 배경이다.  이 소설은 가오미 현에서 50년간 산부인과 의사로 일한 모옌의 고모가 주된 인물이다.  고모에 대한 이야기는 '계획생육'을 떠나서는 얘기할 수 없다.  고모는 '계획생육'의 거센 바람을 온몸으로 맞은 당사자였기에 이 소설은 우리를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한다.

 

이 소설의 화자는 모옌이라고 할 수 있는 샤오파오이다.   샤오파오와 그 친구들 대부분은 고모가 받아줬다.  샤오파오가 동네 친구 런메이와 결혼한 해가 1979년..  계획생육이 전면 시행된 해이기도 하다.  고모는 약혼자 파이롯이 대만으로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당에 대한 충성도를 더욱 보여줘야 했다.  첫애를 낳은 남자들을 찾아가 정관수술시키는 과정도, 둘째를 가지고 몰래 숨어있는 여자들 찾아내 중절 수술시키는 과정도 얼마나 열심히 능청스럽게 해내던지...  아이를 낳으려는 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당국이 만나 벌어지는 해프닝들은 단지 재미있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재미있다.   고모는 마오 주석의 지시, 당의 지시인 국가 정책 계획생육을 철저히 실시하여 '살아있는 염라대왕'이라는 칭호를 받기까지 한다. 

 

샤오파오의 아내 런메이는 첫애로 딸을 낳았고 출산과 동시에 고모가 루프(피임기구)를 설치해줬다.  하지만 런메이는 아들을 꼭 낳고만 싶었다.   위안싸이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흐름을 잘 파악하는 인물.  동네 여인들의 루프를 제거해 주는 일로 돈을 버는데,  런메이도 그로부터 루프를 제거하고 둘째를 갖기에 이른다.  당시 군인이던 샤오파오의 진급을 위해서도 런메이가 둘째를 낳는 것은 안된다.  고모도 조카 며느리라도 얄짤없다.  런메이를 찾아내서 중절수술시키는 과정은 가히 여장부감이다.  그러나 런메이는 이상 체질로 중절 수술 중에 죽게 된다.  

 

악랄한 면을 보여주던 고모도 탄생 앞에서는 약해질 수 밖에..  임신 7개월째이던 산모를 중절수술시키겠다고 추격하다가, 그 산모가 일찍 출산하려고 하자 기다려주는 아량을 베풀기도 한다.   그러나 산모는 도망중이었기에 아기를 낳다가 피를 너무 흘려 죽게 되고..   '계획생육'은 아기를 못낳게 했지만 시대적인 아픈 역사는 많이 낳았다.  

 

20년 후.. '계획생육' 초반기엔 혼란기였다면 이제 정착된 상태에서 체념도 하고 나름 방법을 찾기도 한다.  돈이 있는 가정은 당당히 벌금을 내고 둘째, 세째도 낳고, 호적에 올리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본처가 능력이 안되고 후처를 갖는 것이 여러모로 말썽이 많으니 대리모를 이용해 아이를 갖는 가정도 늘어난다.  시대의 조류를 타는 위안싸이는 개구리 양식장으로 위장하여 대리모 출산소를 운영한다.  샤오파오도 60의 나이가 다 되서 대리모를 이용해 아들을 얻게 되고..  세태는 많이 변했다.  소설의 주된 플롯도 어떻게든 피임시키려는 구조에서 어떻게든 아이를 가지려는 구조로 변했다. 

 

고모도 변했다.   자기가 유산시킨 아기들이 개구리로 변해 자신을 뒤쫓아오는 악몽을 꾸는 등..  괴로운 말년을 보낸다.  고모는 남편과 함께 아이들을 닮은 점토 인형을 만들면서 죄책감을 덜어 본다.   시대를 비난할 수도, 고모를 비난할 수도 없는 시대였다.  시대의 희생자만 남을 뿐.  

 

이 소설의 제목 개구리는 여러 의미를 가진다.  애기 우는 소리가 개구리 울음 소리와 비슷하기도 하고, 개구리 와(蛙)는 다산의 상징이고, 한자는 다르지만 발음상으로 '인형 와'와 같고, 인류의 시조 '여와'의 두번째 음절과도 같다.  그래서 인류의 시조를 큰 개구리로 생각하기도 한다고.   정자의 모양은 올챙이 모양과 비슷한데 수십만개 중에 한개의 정자만이 수정되는 것과 수천개 중에 한개의 올챙이만이 개구리로 변태되는 것도 비슷하다.    개구리가 소설 여기 저기 튀어나와 이 소설의 제목임을 잊지 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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