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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0
니꼴라이 고골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5년 5월
평점 :
19세기 푸슈킨과 함께 러시아 문단의 토대를 만든 니꼴라이 고골..
그의 단편집 <뻬제르부르크 이야기>에 수록된 '외투', '코'는 내용이 인상적인데다가 해학적이라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에 책누에 북클럽에서 함께 읽은 <검찰관>도 그의 주특기를 살린 사회와 도덕 풍자를 담고 있는 희곡이다. 읽는 내내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들춰내서 그런지 같은 인간으로서 비웃음과 쓴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장사꾼들과 시민들이 마음에 걸리는군. 듣자니까 정말로 나한테 질색하는 것 같아. 설사 내가 어떤 자에게서 뇌물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건 절대 그가 미워서가 아닌데 말이지. 난 심지어 이렇게까지 생각해 보았어. 누군가 나를 밀고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거든. 안 그러면 도대체 검찰관이 왜 우리 지방에 오겠나? "
"제발, 한시 바삐 이 고난에서 벗어나게 해주소서.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아직 아무도 바친 일이 없는 큰 초를 교회에 헌납하겠습니다. 그 교활한 상인 놈들에게 초를 3뿌드씩 거둬들이면 될 거야."
안똔 시장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검찰관이 자신의 지방을 시찰하러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증거 인멸 조작하느라 그렇다. 시찰을 무사히 넘긴다면 교회에 큰 초를 헌납하겠다고 기도하지만 초도 거둬들이면 된다는 악덕 시장이다. 그 외에 등장 인물로 우체국장, 교육감, 판사, 경찰서장 등이 나오지만 모두 부패한 관리들이라 시장과 다를 바 없는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서로 치부를 드러내면서 어떻게 하면 검찰관에게 안들키고 넘길지 전전긍긍하기만 한다.
이들 부패한 관리들이야 지금 현재에도 흔히 보이는 보편적인 인간 유형이라 할만하지 않을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뇌물을 받고 아래사람들에게 큰소리 치고, 또 자신보다 윗사람에겐 적절히 아부하여 더 큰 권력을 탐하는 속물적인 인간 유형들 말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 이 희곡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홀레스따꼬프'는 연구 대상감이다. 뾰뜨르 대제 시대에 러시아의 일반 관리와 군인을 14등급으로 분류한 관등표에 따르면, 홀레스따꼬프는 최하위 급인 14급 말단 공무원이다. 홀레스타꼬프는 돈이 없어 이 지방의 한 여관에 발이 묶여 있는데도 관리라는 권력의 위세를 누리고 싶어한다.
홀레스따코프는 천성적으로 잘난 척 하기 좋아하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여기에 지방 관리들이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지 않고 그의 겉모습만 보고 호들갑스럽게 행동하여 검찰관으로 몰려졌으니.. 기름에 불을 붙힌 꼴이 되었다. 홀레스따코프는 권력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자신의 꿈이 실재인 것처럼 자화자찬 미화하며 검찰관 사칭을 제대로 해낸다.
게다가 홀레스따코프는 얼마나 말바꾸기를 좋아하는 인물인지 시장의 딸에게 고백했다가 시장의 부인이 나타나면 그녀에게 고백하기도 한다. 마지막엔 딸에게 청혼하고는 뇌물로 받은 돈과 빌린 돈을 가지고 유유히 떠난다. 시장은 고위 관료 사위를 보게 생겼다며 어찌나 기고만장해지던지.. 이런 시골에서 안살고 페쩨르부르크에 가서 살 꿈에 부풀기도 했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들이 홀레스따코프의 정체성을 연구해 왔으나 만족할 만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느정도의 과대망상증은 발동하게 되지 않을까. 난 아닌것 같지만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고 대접해 준다면 자신있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 보니 내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기어나오고 그러다보면 과대망상증도 생기고 하는 걸꺼다. 자신을 직시하고 자신에 대해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과오는 범하지 않을 거라고 인간의 이성을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