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훔친 미술 -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
이진숙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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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강독회를 통해 만난 또 하나의 책은 이진숙의 <시대를 훔친 미술>이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땐 꽤 두꺼운 데다가 역사를 다뤘다 하여 무거울 줄 알았다.   막상 펼쳐보니 역사와 미술이 부드럽게 접목되어 있어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 이진숙은 각종 매체에서 미술 칼럼을 쓰고 있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자가 쓴 책 중에서 <위대한 미술책>은 곰브리치에서 에코까지 미술 명저들을 소개해주는 책이라 미술에 관심이 많고 공부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 반길만한 책이다. 

 

"젊은 사람들이란 그들의 시인을 발견하는 법이지요.  발견하려고 소망하니까요"(폴 발레리)

 

 예술은 그 시대의 열망을 담아 사회 문화를 이끌어가는 선두 역할을 하고 철학이 그 뒤를 쫓아다니며 기록했다고 했던가..  저자는 서문에서 폴 발레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이끄는 세대는 늘 자신에게 맞는 표현법을 찾아 왔고, 이는 예술사 변동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예술은 사회적 역사적 요인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으므로 예술 속에 담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인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다.    

 

이 책은 15세기 르네상스시대 이후부터 20세기 초 세계 제1차 대전까지 세계사의 순간들에 마주하게 하고, 그 순간의 삶을 담아낸 미술을 만나게 한다.   역사의 순간 마다 시대 배경을 쉽고 재미있게 서술하면서 그 역사를 담고 있는 미술 작품을 소개해 준다.   박웅현님도 지적해준 바와 같이, 이 책은 미술 작품 안에 역사적 문맥을 담고 있어 책 제목으로 시대를 훔친 미술 보다는 시대를 담은 미술이 적합해 보인다.  출판사 측에서야 책을 더 강렬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시도였겠지만..

 

박웅현님은 쿠덴베르크에 의한 인쇄술 발달을 얘기하면서, 인쇄술로 낭독에서 묵독으로의 변화를 초래했으며, 이로 인해 개인화되었다고 보았다.  세상은 개인화 뿐만 아니라 점점 세속화, 도시화, 평등화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혔다.  산업 혁명 보다도 활자 혁명이 어떻게 보면 인류에게 더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인쇄술 발달은 특히 루터의 종교개혁을 빠르게 퍼져나가게 만들었다.   이의 반작용으로 나온 카톨릭의 반종교 개혁은 17세기 바로크미술의 원동력이 되었다.  교회의 권위와 영광을 바로크미술로 표현하고자 하였고, 개인적인 화려함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 바로 로코코미술이었다.  종교 개혁은 두개의 유럽으로 나뉘게 만들었고, 작가는 이런 역사적 문맥을 미술 작품과 함께 설명해 준다.   카톨릭에서는 사제를 통해 신을 만나지만 신교에서는 누구나 신을 만날 수 있다는 종교관도 미술 작품 속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림의 주인공은 당연히 기독교 성인이나 귀족이었던 중세 시대..  네델란드의 얀반 에이크가 1434년에 그린 <아르롤피니의 결혼식>은 최초 시민의 초상화였다.  긴 독립전쟁을 끝내고 종교적 자유와 독립을 이뤄낸 개신교 공화국 네델란드에서는 미술이 더욱 꽃피우는 17세기 황금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강소국 네델란드에서 유명한 화가들이 많이 배출된 이유였다.  <우유 따르는 하녀>로 유명한 얀 페르메이르(베르메르), <한복입은 남자>를 그려 우리에게 친숙한 루벤스, <자화상>으로 '나'를 관찰한 렘브란트, <이삭 마사 부부의 초상>의 프란스 할스에서부터, 19세기 인상주의 화가 고흐까지..

 

책누에 북클럽 회원들과 함께 미술사 공부를 하면서 네델란드 미술관 여행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었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은 우선 학습에 의할 수 밖에 없지만 그 작품을 직접 대할 때 나만의 방법으로 감상하고 이해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자와 텍스트로 정보는 넘쳐나지만 어느 것이 참이고 거짓인지 분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미술이야 말로 그 안에 진실을 담고 있지 않을까.  미술 안의 역사의 흐름과 정보를 느끼고 이해하는 일은 진정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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