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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ㅣ 톨스토이의 마지막 3부작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0월
평점 :
박웅현님의 인문학 강독회 <다시 책은 도끼다>에 다녀왔다. 이번 강독회 책은 레프 톨스토이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와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이다. 박웅현님을 직접 봬니 매체에서 보아온 사진과 매치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사진과 지금의 모습 사이에서 세월이라는 흔적을 지울수는 없었지만, 저자의 트레이드마크인 헤어스타일은 여전하시고 책에 대한 애정은 청년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도 20~30대 틈에 끼여서 청춘을 누려보았다.
"이번에 출간되는 톨스토이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는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책이다. 40대 중반, 자신의 작품이 하나같이 무가치하다면서 소설 쓰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던 톨스토이는 이후 구도자와 같은 삶을 살았다. ... 짤막한 글귀들을 모아 엮은 이 책의 주제는 사랑, 믿음, 죽음, 욕망, 학문, 신, 종교,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다." (옮긴이의 말)
박웅현님은 톨스토이의 작품 <안나 카레리나>와 <부활>을 짧게 언급하면서, 소설의 스토리보다는 구석구석에서 시대흐름, 인간 내면을 잡아서 읽는다고 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가다보면 각 인물의 본성과 특징을 알게 되고 스토리도 잘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안나 카레리나>에 등장하는 레빈이라는 인물은 사실 소설의 제목이 안나와 레빈이라고 해야 할 만큼 주요 인물로, 톨스토이는 레빈을 이상적 인물로 그리고 있다. 소설 속에서 레빈이 낫을 들고 노동하는 장면을 장황하게 묘사했던 것은, 그만큼 노동의 가치와 숭고함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이 책에서도 톨스토이는 노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자주 언급한다.
"우리는 매일 일해야 한다.
그것도 늘 힘들게 일해야 한다.
차이점이라면 무슨 일을 하는가에 있다.
하루의 힘든 일을 마치고 쉬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순수한 기쁨이다."
"육체노동이 정신적인 삶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은 정반대이다.
육체노동을 할 때만이
지적이고 영적인 삶이 가능하다"
"매일매일이 단조롭게 흘러간다면
내면의 영혼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다.
홀로 삶을 관조할 시간을 내도록 하라.
언제나 기분 좋은 상태이기를 바란다면
규칙적으로 육체노동을 하라.
피곤해질 때까지 하라."
톨스토이의 소설은 주로 서사적인 스케일로 인물이 변화하고 성숙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권선징악적인 스토리도 있고, 인물이 성장해 가는 스토리도 있다. 저자의 이런 인간의 성찰과 성장을 바라는 마음이 이 책에 온전히 담겨 있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은 인간의 진정한 앎이라던지, 인간의 삶과 욕망, 영혼에 대한 톨스토이의 사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해
후회스러운 일이 백 가지 중 하나라면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해버려
후회스러운 일은 백 가지 중 아흔아홉이다."
"죄는 처음에는 한번 찾아온 손님이었다가
자주 찾아오는 손님이 되고
나중에는 집 주인이 되고 만다"
"인간은 강과 같다.
물은 어느 강에서나 마찬가지며
어디를 가도 변함없다.
그러나 강은 큰 강이 있는가 하면
좁은 강도 있으며,
고여 있는 물이 있는가 하면
급류도 있고, 맑은 물과 흐린 물,
차가운 물과 따스한 물도 있다.
인간도 바로 이와 같다"
"자기 습관의 주인이 되라.
습관이 우리의 주인이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우리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
많은 책을 읽고
다 믿어버리는 것보다는
아무 책도 읽지 않는 편이 더 낫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문구도 많았다. 톨스토이가 원조인가? 인류의 위대한 인물들이라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슷한가보다. 읽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타인에 대한 분노와 내안의 욕망으로 힘들 때, 이 책은 타인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고 나를 돌아보게 만들 것 같다. 삶을 되돌아보고 더 좋은 삶을 살도록 노력하게 만드는 책이다. 배운 진리보다는 스스로 깨닫는 진리가 내안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