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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ㅣ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5월
평점 :
'담다' '소망' '통찰' '고즈넉하다' '사유' '단상' '풍경' '사랑' '순수' '소중하다'
내가 좋아하는 한국어 단어 열개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봤다. 작가 고종석이 좋아하는 한국어 단어 열개로 꼽은 것은 다음과 같다.
'가시내' '서리서리' '그리움' '저절로' '설레다' '짠하다' '아내' '가을' '넋' '그윽하다'
난 어휘력이 모잘라서 그런지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단어를 떠올리고 거기에서 또 다른 낱말들을 연상해 보면, 좋아하는 낱말들이 불어날 것이다. 이러다 보면 어휘력도 늘고 우리말을 사랑하는 방법이 될 것 같다.
고종석의 <문장>은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과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좋았다. 고종석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해보는데 왜 이제야 만났는지 아쉬워도 했다. 작가의 다른 책도 얼른 만나봐야 겠다.
글은 왜 쓰는 걸까. 저자는 다른 유명 저자들의 글을 쓰는 동기를 인용하면서 말해준다.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에는 오웰이 글을 쓰는 네가지 동기가 수록되어 있다. 첫째 동기는 순전한 이기심에 돋보이고 싶은 욕망으로, 둘째 동기는 미학적 열정으로, 세째 동기는 역사적 충동으로 후세를 위해 보존해두려는 욕망으로, 네번째 동기는 오웰이 가장 주목했던,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정치적 목적이다.
장폴 사르트는 언어를 사물 그 자체인 '사물의 언어'와 명확한 목적을 가진 '도구의 언어'로 나누었다. 롤랑 바르트는 "자동사적 글쓰기"와 "타동사적 글쓰기"로 나누었다. 저자는 오웰의 '정치적 목적'의 글쓰기가 샤르트르의 '도구의 언어'와 바르트의 '타동사적 글쓰기'와 통한다고 하면서,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저자는 글을 쓰는 테크닉으로 인상적인 첫문장과 마지막 문장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글을 쓸 때에 필요한 논리학과 수사학을 언급한다. 논리학에서 오는 명석함과 수사학에서 오는 글의 아름다움이 글에 적절히 묻어난다면 그야말로 글쟁이들이 원하는 바가 아닐까.
한국어의 우수성과 특수성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고찰한다. 한국어와 한글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므로, '최초 한글 번역본' 같은 표기는 "최초 한국어 번역복"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한국어는 음성상징과 더불어 색채어휘가 풍부하니 이들을 사용하는 것이 문장을 풍부하게 만든다는 것도 새삼스레 확인했다. 한자는 중국에서 만들어져 한국과 일본에서 빌려썼고, 일제강점기때 일본어를 통해 들어온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자어를 읽는 방식은 한국어이므로 한자어는 명백한 한국어라는 것도 강조한다.
저자는 파리에서 언어학을 공부하였긴 하지만 신문기자로 일한 이력만으로도 한국어에 대한 사랑과 통찰은 다방면에서 깊은 듯하다. 글쓰기에 필요한 한국어 문법이나 간결하고 매끄러운 문장에 대한 강연은 글쓰기에 매우 유용한 것들이 많다. 방언, SNS 글쓰기 등 한국어와 관련되어 생각해봄직한 것들도 많고, 중학생 큰애의 국어 공부에도 아는척을 포함하여 도움을 줄 내용들이 많은 것도 좋다.
끝으로, 이 책을 읽고 <모모>라는 노래에 대해 새로 알게된 사실이 있다. 이 노래는 어른 동화 <모모> 속 모모를 말한다고 믿어 왔다. 노래 가사 중에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곗바늘이다'가 있어서 시간 도둑에게서 시간을 되찾아오는 모모인 줄로만 알았던 거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읽고서도 사고의 유연성 부족인가 까맣게 몰랐다. 가사를 되새겨보니 <자기 앞의 생> 속의 모모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또 얼마나 있을까?
"날아가는 니스의 새들을 꿈꾸는 모모는 환상가 그런데 왜 모모 앞에 있는 생은 행복한가.
인간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