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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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체호프라 불리는 단편 소설의 거장 레이먼드 카버.  그는 미니멀리즘, 리얼리즘의 대가라 불리며 1980년대를 풍미하다 1988년 50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길지 않은 인생의 막을 내렸다.   단편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에 대한 문학적인 찬사를 아끼지 않았을 정도로 작가의 명성과 작품의 극찬을 익히 들어온 터라 궁금했다.  

 

예전에 <대성당> 중 앞에 있는 몇 단편들을 읽다가 뭐지 하면서 책을 덮은 적이 있다.  우리의 일상과는 다른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다가 이야기가 너무 싱겁게 끝나서 그랬던 것 같다.  이번에 북클럽에서 함께 읽어보기로 하여 다시 읽어보니 묘한 여운이 남는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읽는 맛을 알았다고 해야 할까.  뒤에 나오는 단편들은 처음 읽는데도 재미있게 완독하였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은 예기치 못한 장면들이나 이상한 장면들을 포착해 낸다.  문장들은 간결하고 묘사도 표면적일 뿐이다.  단편답게 길지 않은 몇시간의 내용이거나 짧은 기간의 얘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들의 삶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가 있다.   레이먼드 카버는 "한번도 자전적인 것을 쓴 적은 없지만, 내 작품은 대부분 나 자신에 대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아이를 낳고 나서 법적으로 음주 가능한 나이가 됐을 정도로 어린 나이에 두아이 아빠가 되었고, 알콜 중독도 겪었다고 한다.  소설 속에도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부부들의 얘기와 알콜 중독으로 위기에 처한 부부가 등장한다.  그의 주된 테마는 부부, 알콜 중독, 헤어짐, 새로운 삶인 듯 하다.

 

그의 대부분의 단편들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모호하다.   김영하 작가는 소설에서 특별한 주제나 교훈을 찾지 말라고 말한다.  그저 소설 속 인물들의 인생을 들여다 보고 우리네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그들의 인생을 간접 체험해 보라고 한다.   독자 나름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면 그의 단편들은 생각해 볼 여지를 많이 담고 있다.  작가의 의도가 명확하게 보이는 단편들이 몇 있기는 하다.  <별것 아닌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대성당>이다.  <깃털들>, <칸막이 객실>, <보존>, <열>도 나름 의미가 깊다.

 

레이먼드 카버의 집필실에는 유일한 장식물로 공작의 깃털들이 여기저기 꽂혀 있었다고 하는데, 이 단편집의 첫 단편의 제목이 바로 <깃털들>이다.   아기 없이 살기로 한 부부가 직장 동료의 집에 초대받아 갔는데, 그곳에서 집에 들여놓은 공작을 보게 되고 이제껏 그렇게 못생긴 아이는 본적이 없을 정도로 못생긴 아기를 보게 된다.  공작의 울음소리와 아기의 울음소리에 질려한 듯 하면서도 이 부부에게 그 날이 어떤 특별한 날로 기억되었던 걸까.  그 날을 계기로 아기를 갖게 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보통의 부부들처럼 TV나 쳐다보는 무심한 부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엄마가 아이의 생일에 맞춰 케익을 주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생일날 등교길에 아이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부부가 아이 곁을 지키며 깨어나길 기다리는 장면과 아이가 끝내 숨을 거두는 장면까지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독자로 하여금 부부의 절박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리얼하다.  부부는 빵집 주인의 얘기와 빵에 별것 아니지만 위안을 받는다.

 

<대성당>은 아내의 오래된 남자 친구 맹인이 찾아오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늦은 저녁 맹인과 텔레비젼을 보게 된 남자..  텔레비젼에서는 대성당을 소개하고 있고, 남자는 맹인에게 대성당을 설명해주지만 말로는 힘들다.  맹인은 남자에게 눈을 감고 그림을 그리라고 하고 남자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어 그림을 손으로 느낀다.  볼펜 자국을 손으로 더듬으며 느끼기도 한다.  눈이 있다고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님을 남자는 눈을 감고 알 수 있었다. 

 

<열>은 아내가 자아실현을 위해 집을 나간 후 두 애와 남겨진 학교 선생인 남자 얘기이다.   애기를 맡아줄 보모를 구한 후 간신히 안정을 찾았다.  안정도 잠시 남자가 고열에 시달릴 때 보모는 일을 그만둔다고 말한다.  고열은 몸과 마음에 대해 뭔가 알려주는 메시지라고 했던가.  남자는 열이 날 때 보모에게 자신과 아내의 모든 것을 풀어놓으면서, 모든 걸 끝났다는 걸 이해했고 아내를 보낼 수 있었다.  인생이 자신의 일부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대성당>은 레이먼드 카버의 세번째 단편집으로, 편집자 고든 리시와 헤어진 후 출간되었다.  첫번째와 두번째 단편집은 고든 리시가 많은 분량 편집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특히 두번째 단편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엔딩도 바꾸고 제목도 인물이름도 바꾸고 어떤 단편은 70프로 이상 싹둑 잘라냈고 한다.   소설의 창출자로서 잘려지는 맘이 어땠을까.   레이먼드 카버 사후, 아내가 편집하지 않은 오리지널 버전으로 출간한 것이 <풋내기들>라고 한다.  요즘 두 책을 비교하면서 읽는 독자들도 있다고 하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  편집자가 무엇을 잘라내고 싶었는지, 레이먼드 카버는 처음에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지 비교하는 맛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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