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독서 - 욕망에 솔직해지는 고전읽기
이현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블러그 이웃님의 소개로 알게 된 이현우의 <아주 사적인 독서>를 도서관에서 발견했다. 

고전은 독자의 연령대나 처한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감동도 달라진다.  게다가 독자들에게는 고전이 쓰여질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집필 의도에 따라서도 읽는 느낌이 달라진다.   이 책 <아주 사적인 독서>는 독자들이 고전을 읽을 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읽으면서 놓쳤던 부분을 알 수 있었고,  아직 읽지 않은 고전들은 직접 읽으면서 확인하고 싶게 만든다.

 

이 책에 서평을 실은 작품은 여성편 <마담 보바리>, <주홍 글자>, <채털리 부인의 사랑>과,

남성편 <햄릿>, <돈키호테>, <파우스트>, <석상 손님>이다.  우연찮게도 이 중에 여성편은 모두 읽어 본 것이고, 남성편은 모두 아직 읽지 못했다. 

 

보편적인 인간상을 세 종류로 나눈다면, 햄릿형, 돈키혼테형, 파우스트형이 있다.

햄릿형은 생각이 많은 우유부단한 인간을, 돈키호테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을, 파우스트형은 무한한 욕망의 인간을 대표한다.  이 책을 통해 세 고전을 소개 받는 동시에 인간의 유형 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햄릿>에서 햄릿은 왜 복수를 지연시켰을까.   햄릿은 다른 행동에서는 우유부단하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일만은 계속 머뭇거린다.  저자는 프로이트적인 해석, 법률가적인 해석, 철학자 관점의 해석 등 다양한 해석을 제시한다.  저자 나름의 해석도 제시한다.  아버지와의 경쟁을 유예시킨 상태에서 숙부가 아버지를 대체하자 어머니가 왜 아버지보다 못한 숙부를 선택했는지 그 수수께끼에 대면하느라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보았다.  햄릿은 복수를 하겠다고 아버지에게 맹세했지만 그것을 글로 적고 맹세를 반복하는 것에서 복수가 지연되리라는 것을 미리 암시했다.  내가 살면서 지금도 망설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햄릿을 읽을 때 곱씹어 봐야겠다.

 

<돈키호테>는 근대 소설의 효시라 할만큼, 이건 인위적으로 쓰인 소설이다라는 성격을 여러번 소설 속에서 강조하고 있다.  <돈키호테>는 17세기 초반에 발표되었는데, 12세기의 방랑기사의 얘기를 다룬다.  서양 문화에서 사랑의 모델로 처음 등장한 것이 그리스의 동성애이다.  미소년이 사랑받는다던지 소크라테스같이 지혜에 감화돼 미소년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던지 하는 사랑이다.  그 다음으로는 중세 기사도적 사랑이다.  그다음 18세기 낭만적 사랑이다.  남녀 간의 감정 교류는 계속되어 왔지만 거기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사랑이라는 이름을 명명한 변천사를 살펴본 것도 재미있었다.  돈키호테는 기사도적 사랑을 철저히 고수한다.   숭고한 이상을 향해 돌진하던 돈키호테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인지하면서도 끝까지 이상을 쫓는다.  방랑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오자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무기력, 권태에 빠진다.   죽기 전에 방랑 기사의 환상에서 빠져나와 제정신의 말을 하자 오히려 친구들은 미친게 아닌가 염려스러워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아니할 수 없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중년을 위한 작품이다.  이 명작 고전을 그동안 읽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안도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제부터 언제라도 읽으면 될 터이다.   파우스트의 비극은  인간의 무한한 욕망 중에서 지식욕으로부터 시작된다.  결국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자각에 이르러 메피스토펠레스의 제안을 따라 계약을 맺게 된다.  파우스트 나이 50대 중반에, 지상에서 악마의 힘을 빌려 모든 욕망을 충족시키고, 대신에 죽은 뒤에 영혼을 내주는 계약을 맺는 것이다.  파우스트는 이성에 대한 성적 욕망, 마지막으로 권력을 추구하는 권력욕에 빠진다.  파우스트는 이런 욕망에 끝까지 가보지만 무한한 욕망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파우스트는 방황해도 노력하는 자였기에,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로 구원을 예감하는 문구로 마무리된다.  어떤 노력이었기에 구원받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걸까. 사랑으로 구원받게 된다는 의미일까.  직접 읽어봐야겠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에 솔직해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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