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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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매큐언의 열세번째 장편 소설, 최신작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은 영국의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여러 작품들이 국내외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었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어 매큐언의 다른 소설들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은 그 기본 플롯을 보니 스토리가 궁금해서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고등법원 판사 피오나는 동시에 두가지 중요한 문제에 맞닥뜨린다.  하나는 애덤이 백혈병으로 수혈이 필요한데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부모 뿐만 아니라 애덤 자신도 이를 하나님의 뜻이라며 거부한다는 것이다.  병원측으로부터 긴급수혈이 필요하다며 법원명령을 받기 위해 부모를 고발하였다.  종교적 신념과 법의 충돌..  이 둘의 대립은 언뜻 보아도 수혈이 우선시되어 보이지만 부모와 애덤의 신념은 완강하기만 하다.

 

또 한가지 문제는 남편이 죽기전에 열정적인 연애를 하고 싶다며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피오나는 으례 중년 부부가 그렇듯이 열정 보다는 믿음으로 관계를 잘 유지했다고 믿었었는데 말이다.  이혼은 하지 않고 외도만 허락하라는 남편의 선언.  이것을 피오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혼 제도와 열정의 간극은 얼마나 되는 걸까.

 

이 두가지 문제는 연쇄적으로 피오나에게 영향을 미치며 이 소설을 끌고간다.  피오나는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에 애덤을 직접 만나보기로 한다.  피오나는 법적인 심리 차원이 아니라 멘토적인 조언자로서 대화를 이끌어간다.  피오나는 애덤이 아동기 내내 강력한 하나의 종교관 내에서 살아왔고, 그런 배경이 삶의 조건과 가치를 결정해 버렸다며, 애덤의 복지를 위해서 수혈 판정을 내린다.  부모는 율법 내에서 행동하고 아이도 살릴 수 있었기에 무척 행복해 했고, 이런 부모의 행동에 애덤은 혼란을 느꼈다. 

 

남편은 며칠만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오고, 서로 그림자 취급하는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35년간을 같이 산 부부로 눈빛, 행동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아가면서 해빙기를 맞이하려 하고, 애덤은 새 생명을 준 피오나에게 기대려 하면서 이 소설의 이야기는 절정에 치다른다. 

 

애덤 사건 이외에도 법정에서 접한 가정사들은 가족이라는 제도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했다.   아이들의 정신, 견해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부모의 성향, 세계관, 종교 등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게다가 아이들의 판단은 법적인 효력도 갖지 못한다.   이런 현실에서는 법이 아이들의 자유와 복지를 제도적으로 잘 보장해 줄 수 있음을 새삼 알 수 있었다.   작가의 심리 묘사는 너무나 섬세해서 소름끼칠정도였다.  특히 부부 관계, 결혼생활이 오래 지속된 부부라면 느낄 수 있는 대립과 화해의 심리 묘사는 왜그렇게 공감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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