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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퀘스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2
도리스 레싱 지음, 나영균 옮김 / 민음사 / 2007년 12월
평점 :
도리스 레싱의 <풀잎은 노래한다>를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었다. <다섯째 아이>는 이미 읽었고 <마사 퀘스트>는 작가의 어린 시절 자전적 소설이라니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을 충족해 줄 듯 싶었다. 역시나 이 소설은 시대적인 배경과 맞물려 세상과 성에 눈떠가는 소녀의 복합적인 심정을 세밀하게 파헤치고 있어 읽기에 수월하지는 않았지만 만족스러웠다.
이 책은 흔히 ‘마사 퀘스트’ 시리즈라고 불리는 ‘폭력의 아이들(Children of Violence)’ 시리즈의 첫 권이다. <마사 퀘스트>에 이어 약 20년에 동안 출간한 <어울리는 결혼(A Proper Marriage)>, <폭풍의 여파(A Ripple from the Storm)>, <육지에 갇혀서(Landlocked)>, <네 개의 문이 있는 도시(The Four-Gated City)> 등 ‘폭력의 아이들’ 시리즈는 도리스 레싱이 자신의 소설적 역량을 모두 쏟아 부어 완성한 걸작으로 꼽힌다. 이 소설인 1부작에서는 15세의 소녀에서 19세 때이른 결혼을 하는 사춘기에 해당하는 마사의 모습을 그린다. 나머지 4부작은 아직 한국에는 번역본이 출간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마사 퀘스트는 영국인 부모님과 어느 아프리카 영국 식민지 농장에 정착해 살고 있다. 때는 일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스페인 내란이 일어나던 1930년대이다. 부모님은 네델란드계 백인들과는 왕래하면서도 우월감을 느끼며 무시하고, 원주민들은 노예로 다루고, 유대인들과는 멀리하라는 인종적 편견을 마사에게 물려준다. 마사는 자신의 환경과 보수적인 부모에 대해 막연한 적의를 가지며 부모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전쟁과 병으로 무기력한 아빠와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엄마가 못마땅하다. 유일한 도피처는 유대인 소년 조스에게서 책을 빌려다 읽는 일이다. 조스는 마사에게 지적인 소통 대상이며 정신적인 영도자의 역할을 한다
조스의 소개로 도시에 있는 법률 사무소에 타이피스트로 취업해 독립한 마사. 엄마의 지인의 아들인 앤더슨이 이끌어주는대로 스포츠클럽에 들어가 춤과 술로 유흥생활을 즐기면서도 권태롭다는 것을 일찍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옷차림에 신경쓰고 남자앞에서 귀여운 태도를 보이는 자기 모순에 빠진다. 달콤한 향락에 대해 혐오와 동경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녀의 마음이 잘 나타난다.
스포츠클럽 사람들이 유대인을 멀리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이었을까. 마사는 유대인 아돌프와 사귀게 되고 성관계도 갖게 되지만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스포츠클럽 사람들이 개입하여 아돌프로부터 벗어난 것에 미안하기도 감사하기도 하다. 말이 통하는 것 같은 남자와 결혼도 순간적인 감정의 폭발로 결정하고는 계속 갈등하다가 이끌려지는 대로 결혼하게 된다.
사춘기 시절 가치관이 정립되기 이전의 마사의 생각의 경로는 불안했다. 마사는 책에서 지성을 쌓고 남들과는 인종문제나 전쟁을 다르게 생각하고, 스스로 세상과 자신에 대해 반문하고 고뇌하며, 전통과 인습에서 벗어나 부모로부터 남자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도 시대의 산물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아직 미성숙한 어린 소녀는 인습에 지배당하는 자신과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자기 사이에서 계속하여 갈등했다.
시대적인 배경은 다르지만 마사가 느끼는 심리는 지금의 청소년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애들이 사춘기를 보내고 있어서 그런지 마사의 치기어린 행동이 그냥 넘어가지지 않고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무조건적인 부모에 대한 적대감은 주어진 환경과 인습에 대한 적대감의 표출인건가. 그들의 부모 세대에게 느끼는 무조건적인 적대감은 기성 세대들이 그들에게 무조건 반대하고 복종만을 강요한 탓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