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데이
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서창렬 옮김 / 민음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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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자기 연령대의 다른 몸에서 깨어나는 사람..  남성인지 여성인지 정체성은 불명하다.  태어날 때 부터 몸을 옮겨다녀서 자기를 돌봐주는 사람이 바뀌는걸 당연하게 알고 자랐다.  커가면서 내일을 얘기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가 정상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렇게 5994일째를 맞이한다.  16살 고교생이다. 

 

정신과 육체의 분리... 정신적으로는 나 A인데, 육체는 매일 바뀌다니..  이렇게 매일 삶의 항해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삶의 대부분은 공통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부분들은 몸의 주인의 기억에 접속해서 알아낸다.   기억은 알아낼 수 있지만 감정은 A의 것이다.    A는 비록 하루이지만 그 몸의 주인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그래도 온전한 자기의 삶이 아니기에 공허함을 떨칠 수는 없다.  그리고 몸의 주인에게 하루동안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주입시킨다.   몸의 주인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A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A는 다양한 사람의 몸에 들락거리면서, 몸에도 감정이 있는 걸 안다.  몸의 주인이 우울증에 걸렸다던가 마약 중독자라던가 하면 A의 감정도 영향을 받는다.  몸이 자신을 무력화시켜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다.  비욘세같은 몸매의 여자일 때에는 남의 이목을 받으며 하루를 생활한다.   시험을 치르는 날에는 열심히 시험도 봐줘야 한다.  미성년 가정부로 태어나면 그날 일당을 위해 일도 해야 한다.  눈먼 소녀일 때에는 다른 감각들이 날카로워지면서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은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A는 드디어 좋아하는 여자, 리애넌을 만나게 된다.    리애넌의 나쁜 남자 친구의 몸에 들어갔다가 힘들어하는 리애넌을 보고 사랑을 느낀 것이다.  리애넌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털어놓고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들 나름의 방식, 이메일을 통해서 약속을 정하고 만남을 이어간다.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A의 눈빛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리애넌은 A가 여자의 몸으로 나타날 때, 130킬로 거구의 몸으로 나타날 때에 A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다가가기 힘들다.  리애넌은 이런 만남은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A와 헤어지길 원한다.  

 

A는 한몸에서 계속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 몸의 주인에게 살인을 저지르는 일이라며 포기한다.  리애넌과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리애넌이 다른 사랑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고 먼곳으로 떠난다. 

 

나라는 정체성은 지금 내가 처한 환경, 이 환경 내에서 살아가는 생활과 생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매일 환경이 변하는 A에게는 A만의 자아를 뿌리내기 쉽지 않다.  보통 사람은 각자의 자아에 깊이 뿌리내려져 삶의 여러 면들을 느끼기 쉽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어떤 것인지 느껴볼 수 있었다.  진실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진정한 유대관계를 맺을 수 없는, 그래서 사랑도 떠나보내야만 했던 A의 삶이 너무 안타까웠다.   청춘 로맨스 소설로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삶과 사랑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철학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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