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이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7
헤르만 헤세 지음, 김누리 옮김 / 민음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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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또 다른 민음사 출판 문학전집의 작품 <황야의 이리>를 책누에 회원들과 함께 읽었다.  싯다르타, 크눌프,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 이어 이 소설의 주인공 '하리 할리'도 선구자, 구도자, 몽상가, 사색가였다.   그러나 다른 작품들의 주인공보다도 하리 할리가 저자 헤르만 헤세와 가장 닮아 있다.   인간 세계와 조화롭지 못하고, 은둔의 생활, 우울증과 정신 분열로 인한 자살 시도, 실존적인 위기의 체험들이 이 소설 도처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하리 할리는 자신의 한 부분을 인간이라고, 다른 부분을 이리라고 불렀다.   교육받은 개성화된 인간 세계의 자아와 충동적, 야성적인 예술가 기질인 이리의 자아를 분열시켰다.  그리곤 자신을 황야의 이리라고 부르며 이리의 자와와 인간 세계의 자아를 병존시키지 못하고 대립시켰다. 

 

그러나 자아를 두가지의 극단적인 양상으로 분리할 수 있을까..   자아는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다양한 면모가 드러나는 것을..   그래서 하리 할리는 어느 자아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다 자살을 결심했나보다. 

 

하리 할리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친구와 닮은 여인 헤르미네를 만나면서 변하기 시작한다.  하리 할리는 그녀가 이끄는 마술 극장에서 인생이라는 유희의 장기말들을 받는다.  그 말을 가지고 18살 어렸을 적 고백을 하지 못하고 지나갔던 상황도 경험해 보고, 반전주의자였지만 전쟁도 경험해 보고, 인간이 이리를 이리가 인간을 길들이는 것도 경험해 보면서, 자신의 존재와 삶의 부분을 모두 체험해 본다.  자아에는 두가지만이 아니라 1000가지도 넘는 영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유머의 세계를 접해 예술가적 소명의 이리의 자아를 고집하던 거에서 놓여나는 법도 배운다.   그리고 자살충동을 극복하고 인간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리 할리는 오늘날의 시대적 병리 현상에서 정신 분열을 겪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다.  분열된 조각들을 조합하여 삶의 무한한 다양성에 이르는 방법이 수십만개의 장기말들로 가능한 것은 아닐까.   우리 모두에게도 하리 할리에게 주어진 장기말들이 각자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만 같다.   각자의 선택에 따라 장기말을 꺼내 자신의 자아를 확립해 나가는 것이 바로 인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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