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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심윤경의 이력이 특이하다. 1972년생으로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2년 첫 장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내놓았다. 과학분야에 종사하다가 여린 소년의 어린 동심의 시선에서 글을 쓰는 작가로 인생의 급회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내면의 문학적 열정을 버릴 수 없었나 보다. 자녀가 생긴 이후에는 동화 작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로 정치적 격변기인 때이다. 동구는 인왕산 허리자락에서 중간보다는 윗동네에서 할머니와 엄마, 아빠와 살고 있다. 할머니는 이유없이 무조건 며느리를 트집잡고 구박한다. 이를 아버지가 중재해 주지 못하고 가장의 권위만 내세우다보니 엄마와 아버지의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할머니의 욕설과 잔소리는 물론이고. 동구는 이런 가정환경에서 나이에 비해 일찍 철이 들어버린다. 터울이 긴 여동생이 태어나자 이 여동생을 업고 놀러다닐 정도로 여동생에 대한 동구의 사랑은 유별나다.
동구의 읽고 쓰기가 나이에 비해 너무 느린것에 부모님 모두 걱정하는 와중에 두돌도 안됀 동생은 혼자 글을 터득하여 가족의 놀람움을 산다. 동생이 온 식구의 자랑거리이자 귀염둥이로 가족의 소통창구가 되어 그나마 집안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동구는 모자란 것이 아니라 난독증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특수 훈련으로 책을 읽도록 도와준 박선생님.. 거기에 동구와 살아가는 얘기를 나눔으로써 동구의 너른 마음을 인정해주고 격려해준다.
동구에게는 천사와 같은 박선생님.. 민주화 운동의 주자였다가 뒤로 숨어 교직생활을 한거에 대한 변절의 자괴감 때문이었을까. 80년 5월 17일에 광주 할머니댁에 내려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엄마 아빠의 다툼으로 동생과 함께 마당에 나와 있다가 동생이 사고로 머리를 다쳐 죽게 된다. 가족의 소통 역할을 하던 동생의 죽음으로 가족관계는 파탄나기에 이른다. 어른들은 어른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동구는 자신의 힘으로 어른을 고칠 수는 없지만 아버지의 무력감을 이해해주고 자신의 방식으로 할머니와 엄마가 모두 편안해지는 방법을 선택한다.
윗동네와 아래동네 중간 쯤의 삼층집 나무와 꽃과 새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정원. 동구가 동경해 오던 아름다운 정원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삶의 성찰을 깨달아가고 삶의 위안을 받던 그 곳은 동구만의 유년의 기억 속의 세계일 것이다. 정원을 동경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어른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동구가 왜 그렇게 갸륵하고 애틋하던지 읽는 내내 눈물 여러번 쏙 뺐다. 감성 순화용으로 읽어보아도 좋겠다. 한 호흡으로 눈물 닦아내리며 읽어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