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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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회원에게 이 책을 소개받고 서점에서 보니 꼭 소장하고 싶은 책으로 다가왔다.  표지도 너무 이쁘고(표지가 중요함을 새삼 인정) 수록된 사진과 글들은 두고두고 봐도 좋을 것 같았다.    작가 정여울의 문체는 감상적이면서도 단정한 여성다움 그 자체라고 할까.   부담없이 소박하게 헤세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작가는 이 책에 헤세가 태어난 독일의 칼프와 말년 40여년간 글을 쓰며 보냈던 스위스의 몬테뇰라를 여행하며 작은 이야기와 사진을 실었다.  아담하고 조용한 도시는 사진으로만 봐도 헤세의 정취가 느껴진다.  또 이 책에는 헤세의 네작품,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싯다르타>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네 작품 모두 읽었기에 작가의 이야기는 더욱 가슴에 와닿았다.   특히 융의 심리학과 접목하여 등장 인물들의 행동을 풀어나가서 인물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가 있다.  


융이 말하는 개성화는 각자의 무의식 속의 열망과 상처를 전부 의식의 수면으로 통합하여 자아를 깨닫는 과정이다.  그림자는 우리 무의식에 억압된 부정적인 요소들의 총합을 말한다.   융은 그림자를 억압하지 말고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야 진정한 개성화가 완성된다고 보았다.   무의식의 통합을 거부할 때 무의식은 신경증, 우울증, 강박관념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는 평생 남에게 이끌려 개성화에 실패하게 된다.   스승이 이끄는 대로, 아버지가 이끄는 대로, 친구가 이끄는 대로 , 여인이 이끄는 대로 끌려다닐 뿐 관계맺음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융은 가장 효과적인 치유는 환자 스스로의 체험이라고 했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서 절제와 고행의 수도자 나르치스와 열정과 낭만의 예술가 골드문트는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린다.  나르치스는 골드문트가 자아를 찾아 충만된 삶의 체험에 이르는 길을 떠나도록 도와준다.  골드문트는 고행과 수련을 통해 훌륭한 예술가로 거듭난다.  


<데미안>에서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서 자신이 세계의 반쪽만 알고 있었음을 깨닫고, 나머지 반쪽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배운다.  싱클레어는 자신이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꿈을 이해하고, 오직 자기 안에 숨겨진 힘을 믿는 청년으로 성장해 간다.


융은 인간은 누구나 자기 영혼의 주인이라고 믿고 싶어하지만, 무의식을 꿰뚫지 않는 한 확실한 자기 자신의 주인은 아니라고 했다.   <싯다르타>에서 싯다르타는 무의식과의 완전한 만남에 도달하기 위한 고행의 길을 떠난다.   싯다르타는 세속의 삶을 향한 인간적 관심과 영적 깨달음을 향한 관심을 둘 다 버리지 못했다.  싯다르타는 서로 반대되는 대극의 합일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헤세의 작품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구도자의 길을 걸었다는 데에서 헤세가 구도자는 아니었지만 구도자의 사유 속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철학자 니체는 헤세의 삶과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데미안>에 녹아있는 니체의 철학에 대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때 그 강연 내용은 거의 잊어버렸지만 요즘 세계철학사를 훑어보고 있어서 그런지 니체의 철학사상이 헤세에 끼친 문학적 영향이 그냥 넘어가지지 않는다.  헤세의 작품들을 다시 읽을 땐 융의 심리학적인 분석과 니체의 철학적인 사상과 함께 해야겠다.  크눌프, 황야의 이리, 유리알 유희도 시도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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