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권짜리 책으로 출간되었던 책을 3부작으로 엮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로 표제된 한권의 책으로 발간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는 이름 철자의 순서가 바뀐 쌍둥이이다.   저자 아고타 크리스토프도 언뜻 읽히면 아거사 크리스티로 보이는데, 이 소설도 아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만큼이나 추리력이 발동된다. 


이 소설은 시점면에서 서술면에서 독특한 면이 많다.   제1부는 한몸처럼 지내는 쌍둥이인 우리가 서술자이고, 제2부는 3인칭 작가 시점이고, 제3부는 일인칭 시점으로 쌍둥이가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방식이다.    제1부에서 서술자인 우리가 작문하는 법에 대해 묘사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당번병은 친절하다'라고 쓴다면 진실이 아니라면서, '당번병은 우리에게 모포를 가져다주었다"와 같이 사실적인 표현을 써야 한다고 했다.  '호두를 좋아한다'라고 쓰지 말고  '호두를 많이 먹는다'와 같이 정확성과 객관성을 가지고 써야 한다고 했다.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작가도 이 소설을 주관적인 생각이나 감정적인 표현은 억제한 채 사실만을 서술 나열하고 있다.   단순 명료한 문장이라 술술 읽어 나갈 수 있지만, 읽다보면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다 읽고 나면 거짓과 진실 속에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 소설의 주된 배경은 헝가리의 국경 지대 작은 마을이다.   제1부 <비밀노트>는 제2차 세계대전시 전쟁의 폐허속에서 쌍둥이가 살아남기 위한 기행을 일삼던 어린 시절로 이들의 행동은 섬뜩하기까지하다.  제2부<타인의 증거>는 소련 점령 사회주의 체제 시대 쌍둥이가 헤어져 지내던 때로 후반으로 갈수록 쌍둥이의 존재에 혼란이 오게 만들었다.  제3부<50년간의 고독>에서는 존재조차 모호한 쌍둥이의 또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부터 노인이 될 때 까지 쌍둥이의 우여 곡절 60여년의 인생사는 소설의 배경만큼이나 혼란스럽고 반전의 연속이었다.  존재의 분열, 존재 자체의 부정과 회복, 상호 모순, 정체성 혼란 등으로 인해 이 단순 명료한 소설은 책을 덮고 난 후에 오히려 생각이 길어지게 만든다.  독특한 문체와 중층적인 구성의 강렬함은 오래 갈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